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2023년에도 다양한 신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의 신차 키워드는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대형화’를 꼽을 수 있다. 경기 침체·수요 위축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내놓을 신차 라인업을 살펴본다.
현대차그룹 브랜드 차량 가운데 가장 시장의 기대를 모으는 건 대형 전기 SUV인 EV9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4월께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작년 7월 부산 국제모터쇼에서 콘셉트가 공개된 EV9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E-GMP을 기반으로 하는 기아의 두 번째 전용 전기차 모델이다.
첫 번째 모델이었던 EV6가 유틸리티 부문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큰 인기몰이를 한 덕에 EV9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EV9은 1회 충전으로 482㎞를 달릴 수 있고, 실내엔 ‘27인치 울트라 와이드 디스플레이’, ‘팝업 스티어링휠’, ‘파노라믹 스카이 루프’ 등 첨단 사양이 적용된다.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인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중형 SUV인 싼타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때 ‘국민 SUV’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지만, 이후 준대형 SUV인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경쟁모델인 기아 쏘렌토에 밀린 형국이다. 현대차는 싼타페 차체를 키우고 디자인·상품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존의 유선형이 아닌 각진 디자인을 강조한 스타일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 밖에 기아의 신형 레이EV와 현대차 아이오닉5의 고성능 모델인 아이오닉5N 등도 시장에 선보인다. 현대차그룹 외에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쌍용차가 올해 하반기 토레스의 전기차 버전인 ‘U100(프로젝트명)’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3월이면 사명이 ‘KG모빌리티’로 바뀌는 쌍용차는 U100의 성공을 기반으로 ‘SUV 명가’ 재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U100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중국 BYD와 협력해 개발 중이다.
한국지엠은 GM 산하 프리미엄 레저용 차량(RV) 브랜드인 GMC를 올해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지엠이 선보일 첫 신차는 북미산 프리미엄 대형 픽업트럭 ‘GMC 시에라’ 모델이다. 한국지엠은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도 올해 상반기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소형 SUV인 쉐보레 트랙스 후속 모델로 짐작하고 있다.
지난해 등록 대수 기준 ‘300만 대 시대’를 연 수입차 브랜드들도 성장하는 한국 시장을 겨냥, 잇따라 신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BMW는 올해 상반기 ‘뉴 XM’과 중형 왜건 ‘M3 투어링’, 준중형 SUV 전기차 ‘iX1’을 출시한다. 뉴 XM은 BMW 최초의 M 전용 초고성능 스포츠액티비티비히클(SAV)이다. M 트윈파워 터보 기술을 적용한 V8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가 조합돼 최고출력 653마력, 최대토크 81.6㎏·m의 성능을 갖췄다. 25.7㎾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유럽 WLTP 기준 최대 88㎞까지 전기 모드만으로 주행 가능하다.
BMW의 신형 전기차 ‘iX1’은 1회 충전 시 438㎞를 주행할 수 있다. BMW 전륜구동·소형차 전용 플랫폼 ‘FAAR’가 적용돼 차량 크기 대비 넉넉한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외형은 2021년 출시된 iX3보다 작지만, 실내 공간은 iX1이 더 넓다.
벤츠는 플래그십 SUV 전기차 ‘더 뉴 EQS SUV’를 앞세워 기선 제압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벤츠 전기차 전용 플랫폼(EVA)이 적용됐고 휠베이스가 3210㎜에 달한다. 휠베이스가 길어지면 승차감이 좋아지고 차의 실내 공간을 넓게 설계할 수 있다. 배터리는 107.8㎾h 용량이 탑재됐다. 실내는 고급스러움은 물론, 최다 7명이 탑승 가능한 공간과 편안함·연결성을 제공한다. E클래스급 SUV 전기차인 ‘EQE SUV’도 올해 만날 수 있다. EQE SUV에는 벤츠가 자체 개발한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SW)와 히트 펌프, 지능형 열 관리 시스템이 적용된다.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폴스타3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폴스타2로 흥행에 성공한 폴스타는 올해 3분기 준대형 SUV 폴스타3 출시로 모델 라인업을 확대한다. 폴스타3는 전장 4900㎜, 전폭 2120㎜, 전고 1627㎜, 휠베이스 2985㎜의 제원으로 동급 전기차 SUV와 비교하면 다소 작다. 하지만 준대형 SUV임에도 공기저항계수가 0.29에 불과할 정도의 디자인이 장점이다. 배터리 용량도 111㎾h로 유럽 기준 610㎞의 주행 거리를 달성했다.
아우디는 프리미엄 소형 SUV인 ‘더 뉴 아우디 Q2 35 TDI’와 ‘더 뉴 아우디 Q2 35 TDI 프리미엄’ 판매를 시작으로 신차 라인업 확대에 돌입했다. 두 모델 모두 기존 ‘아우디 Q2’ 모델의 부분변경 모델로 새로운 헤드라이트 디자인과 이전 모델 대비 17㎜ 더 길어진 전장을 특징으로 갖고 있다. 올해 아우디 최대 기대주 중 하나는 고성능 세단인 RS3이다. 국내에 아직 선보이지 않은 모델로 최고출력 400마력의 5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폭스바겐 차량 가운데 소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대형 SUV ‘테라몬트’와 연식 변경된 플래그십 SUV인 ‘2023년형 투아렉’의 출시 여부다. 특히 폭스바겐 측은 테라몬트의 국내 도입 가능성에 대해 “중기적인 전략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상태다.
포드는 올해 국내에 3종의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먼저 수입 픽업트럭에 대한 고객 관심과 수요에 맞춰 ‘넥스트 제너레이션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레인저 랩터를 선보인다.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와일드트랙·랩터 모델은 전 세계 130개국·5개 대륙의 환경·기후·지형에서 주행 테스트를 거쳐 화제가 됐다.
올해로 출시 탄생 60주년을 맞은 머스탱은 지난 2015년 6세대 모델의 한국 출시 이후 8년 만에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올여름 한국에 상륙할 ‘올 뉴 포드 머스탱’은 전투기 조정석에서 영감을 받은 두 개의 유동적이면서도 곡면형 디자인의 대형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외관 디자인은 날렵한 루프라인과 짧아진 리어 오버행, 트라이바 램프 등 1세대 머스탱의 정통적 디자인 비율을 그대로 계승했다. 그 밖에 프리미엄 중형 SUV인 링컨 노틸러스도 진화한 올 뉴 모델로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
토요타는 대표 SUV인 ‘라브4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출시가 예고된 상태다. 라브4 PHEV는 2.5ℓ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으며,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 302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약 6초다. 또한 전기모드로만 42마일(약 67.5㎞) 주행이 가능하다.
프리우스 5세대, 미니밴 알파드, 크라운 등도 판매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프리우스는 세계 최초 양산형 HEV 모델로 1997년 출시 이후 지난 25년 동안 누적 판매 500만 대 이상 팔렸다. 국내에선 올 하반기 프리우스 PHEV를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 프리우스 HEV 모델을 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운은 토요타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으로 일본 내수 중심으로 판매를 진행했으나, 올해는 한국에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혼다코리아는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CR-V를 시작으로 기존 라인업 내에서 5개 차종의 신형 모델을 국내에 출시한다. 봄께 신형 CR-V를 선보인다. CR-V를 포함해 상반기에 2종, 하반기에 3종의 신형 모델이 국내에 출시된다. 어코드와 CR-V, 오딧세이, 파일럿 등 기존 라인업 외 신규 차종이 추가되지는 않는다. 혼다코리아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비중을 내년까지 80%로 확대한다는 기존 목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유섭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