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보다 20배 빠르다? 5G 둘러싼 진짜·가짜 논쟁… 진짜 5G ‘28㎓’ 내년 상용화, 킬러 서비스 경쟁 ‘스타트’
임영신 기자
입력 : 2020.12.04 15:24:36
미국 애플이 5G(5세대) 중에서도 더 빠른 고속 통신을 제공해 ‘진짜 5G’로 불리는 28기가헤르츠(㎓) 서비스를 적용한 아이폰12를 공개하면서 5G 품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5G 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5G 품질을 놓고 ‘진짜·가짜’ 논란이 뜨겁다. 전문가들은 5G 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오해를 해소하려면 5G 주파수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 5G 주력 주파수는 3.5㎓ 중대역
5G는 6㎓ 이하 중·저대역(서브6·Sub-6)과 24㎓ 이상의 초고주파 대역(밀리미터·mmWave)을 활용한다. 국내 통신3사는 5G 주파수로 3.5㎓와 28㎓ 대역을 각각 할당 받았다.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서비스는 3.5㎓ 대역에 해당한다. 같은 5G 주파수여도 대역폭이 3.5㎓는100㎒, 28㎓는 800㎒다. 대역폭은 쉽게 말해 ‘고속도로 차선’과 같다. 대역폭이 넓을수록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고속도로 차선이 많을수록 차량 흐름이 빨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3.5㎓ 대역보다 28㎓ 대역이 초고속·초저지연·초대용량에서 훨씬 우수한 이유다.
기지국 설치 측면에선 3.5㎓ 대역이 유리하다. 대역이 낮을수록 회절률(전파가 휘어지는 성질)이 좋아 장애물을 잘 피해가기 때문이다. 3.5㎓ 대역은 28㎓ 대역과 비교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통신 서비스가 가능하다. 반면 28㎓ 대역은 직진성이 강하며 전파 도달거리가 3.5㎓의 10~15%에 그칠 정도로 매우 짧다. 나뭇잎을 뚫지 못해서 오죽하면 ‘여름보다 겨울에 더 잘 터질 것’이란 우스개도 나온다.
통상 3.5㎓ 대역 기지국은 LTE보다 최소 3배 이상 구축해야 한다. 28㎓ 대역은 50m 안팎의 간격으로 더 촘촘하게 깔아야 한다는 점에서 설비 구축에 기하급수적인 비용과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통신3사는 3.5㎓ 대역을 5G 주력망으로 삼아 전국망을 깔고, 대규모 트래픽 수요가 예상되는 특정 지역이나 공간에만 28㎓ 대역 기지국을 세우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국토 면적이 좁고 산악지형인 데다 건물 밀집도가 높아서 최단기에 전 국민 5G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3.5㎓ 대역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정부와 통신사들이 지난해 5G 상용화 초기에 설명했던 LTE보다 전송 속도가 20배 빠른 ‘진짜 5G’가 실현되려면 28㎓ 주파수 대역과 단독모드(SA) 방식이 동시에 적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통신3사가 구축한 3.5㎓ 대역 기지국은 15만9000국에 달하지만 28㎓ 대역은 아직 없다. 즉 현재로선 5G 서비스는 3.5㎓ 대역에서 제공되며 LTE망을 함께 이용하는 비단독모드(NSA) 방식이다. 5G폰이라도 음성·문자 메시지를 이용할 때와 트래픽 분산이 필요할 때 주파수가 5G에서 LTE로 전환된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5G 서비스 품질평가에서 5G 평균 속도(656.56Mbps)가 LTE보다 3~4배 빠른 정도에 불과했던 배경이다.
▶LTE보다 20배 빠른 진짜 5G 서비스 내년 상용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5G의 최대 속도는 다운로드가 20Gbps(초당 기가바이트), 업로드 10Gbps다. LTE의 최고 속도는 1Gbp다. 이론상 5G는 LTE보다 20배 빠르다. 고화질(HD)급 2GB 용량의 영화 1편을 다운로드하려면 LTE에선 16초가 걸리지만 5G에선 0.8초면 충분하다.
이런 28㎓ 대역과 SA방식을 합친 ‘진짜 5G’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시범망을 구축해 내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정부와 통신3사의 계획이다. 실제 통신3사는 2018년 경매를 통해 28㎓ 대역을 확보하면서 정부와 내년까지 각사가 의무 기지국 1만5000개를 구축하기로 약속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8㎓ 대역은 기술 난이도가 높은 데다 통신사에도 ‘가보지 않은 길’과 같다”며 “어떤 서비스가 적합할지 등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통신3사는 SA방식의 경우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통신업계에선 내년 상반기에 SA방식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 등 주요 장비업체와 SA 시험 통신을 마쳤다. KT는 SA와 NSA 방식의 서비스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핵심망 구축을 완료했다. LG유플러스도 SA 상용화를 위해 차세대 5G 코어 장비 테스트를 끝냈다.
3.5㎓ 대역에서 SA방식이 상용화되면 LTE로 전환 없이 5G망만 이용하기 때문에 통신 지연이 크게 줄어든다. 현재 5G에선 LTE의 평균 지연시간 36.34㎳(0.001초)와 큰 차이가 없지만 10㎳로 3배가량 단축될 전망이다. 28㎓ 대역에선 지연시간이 1㎳로 짧아질 수 있다. 5G망과 LTE망 사이를 오락가락할 필요가 사라지기 때문에 5G폰 배터리 사용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SA방식 상용화로 5G 강점인 초저지연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지만 현재로선 관련 서비스가 부족하다보니 체감하기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KT 고성능 광중계기 도입 실내 5G 품질 향상
▶‘진짜 5G’ 폰 내년부터 본격 출시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20, 갤럭시 노트20, 갤럭시 폴드2, 갤럭시 Z 플립 5G를 비롯해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등 대다수의 5G 스마트폰은 28㎓ 대역과 SA방식을 지원하지 않았다. 3.5㎓ 대역과 NSA방식만 가능하다보니 ‘무늬만 5G폰’이란 지적도 나왔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진정한 5G’는 내년부터 본격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A방식의 경우 통신3사가 상용화를 시작하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용이 가능하다. 28㎓ 대역 기능은 통신3사의 기지국 구축과 더불어 스마트폰에 관련 모듈이 들어가야 한다. 애플이 지난 10월 첫 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28㎓ 대역 서비스가 가능한 이른바 ‘진짜 5G폰’ 경쟁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미국에서 파는 제품에만 28㎓ 대역 서비스를 위한 안테나를 장착하면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진짜 5G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내년부턴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28㎓ 대역 서비스 폰 출시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 대역 ‘킬러 서비스’ 발굴이 관건
통신업계에선 28㎓ 대역을 활용한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많다. 3G에선 음성, LTE에선 영상이 히트를 쳤다. 5G 시대를 맞아 그간 통신3사가 3.5㎓ 대역에서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콘텐츠를 비롯해 클라우드 게임 등 여러 가지 신규 서비스를 내놨지만 소비자 반응이 미지근하다.
애플은 28㎓ 대역 서비스로 고화질 동영상 스트리밍과 더 반응이 빠른 게이밍 서비스를 꼽았다. 하지만 한국에선 3.5㎓ 대역에서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과거와 달리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유는 어떤 5G서비스에 소비자들이 열광할지 가늠이 잘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5G 시대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자비스’ 같은 인공지능(AI) 비서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헤드셋을 쓰면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VR 서비스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현실적으론 최소 3~5년 이상 걸릴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28㎓ 대역은 기업용(B2B)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통신3사는 최근 28㎓ 대역 서비스를 스마트팩토리나 스마트병원, 스마트모빌리티 등 기업 특화 서비스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스마트팩토리의 경우 대기업 공장이나 산업단지 안의 공장 내 생산 라인이나 특수 공정에 28㎓ 대역이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을 바탕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해야 하는 자율주행차나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차), 무인운반차 등도 적용 대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28㎓에 대해 제한된 영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란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8㎓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공공부문에 선제적 도입을 검토할 정도로 민간영역에서 28㎓ 대역을 활용할 곳을 발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5G 주파수 ‘중대역’ 대세론… 미국도 선회
세계이동통신공급자협회(GSA)에 따르면 11월 기준 전 세계 49개국에서 122개 통신사가 5G 통신서비스를 상용화했다. 5G 가입자는 7021만 명이며 연내 최대 2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5G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5G 주력 주파수로 중대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과 5G 세계 첫 상용화를 둘러싸고 경쟁했던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은 초고주파 28㎓ 대역에서 5G망을 깔다가 최근 3.5㎓ 대역을 확보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버라이즌의 5G 커버리지는 지난 10월 기준 미국 35개 도시의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다.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에서도 5G 서비스 품질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버라이즌은 28㎓ 대역에 대해 ‘전국망’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5G 커버리지가 좁은 탓에 5G 가입자 확보에 애를 먹자 5G 주력 주파수를 중대역으로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3위 통신사 T모바일은 5G 중대역 주파수로 전국망 구축에 나서면서 커버리지를 빠른 속도로 늘려 코로나19 상황 속에 120만 명 이상의 5G 신규 고객을 확보해 2위 통신사인 AT&T를 제쳤다.
지난 3월 말부터 5G통신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도 한국처럼 중대역 주파수를 활용해 5G망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1위 통신사 도코모는 내년 6월까지 5G기지국을 1만 개, 2023년 3월까지 3만2000개를 구축해 인구 대비 70% 커버리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도코모는 지난 9월부터 전철역, 공항, 경기장 등 ‘핫스팟’ 190여 곳에 28㎓대역 기지국을 구축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처럼 3.5㎓ 대역을 전국망으로 서비스하고 28㎓ 대역을 B2B 서비스를 위한 용도로 쓰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KT 5G 기지국
▶글로벌 5G 주파수 ‘중대역’ 대세론… 미국도 선회
세계이동통신공급자협회(GSA)에 따르면 11월 기준 전 세계 49개국에서 122개 통신사가 5G 통신서비스를 상용화했다. 5G 가입자는 7021만 명이며 연내 최대 2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5G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5G 주력 주파수로 중대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과 5G 세계 첫 상용화를 둘러싸고 경쟁했던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은 초고주파 28㎓ 대역에서 5G망을 깔다가 최근 3.5㎓ 대역을 확보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버라이즌의 5G 커버리지는 지난 10월 기준 미국 35개 도시의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다.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에서도 5G 서비스 품질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버라이즌은 28㎓ 대역에 대해 ‘전국망’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5G 커버리지가 좁은 탓에 5G 가입자 확보에 애를 먹자 5G 주력 주파수를 중대역으로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3위 통신사 T모바일은 5G 중대역 주파수로 전국망 구축에 나서면서 커버리지를 빠른 속도로 늘려 코로나19 상황 속에 120만 명 이상의 5G 신규 고객을 확보해 2위 통신사인 AT&T를 제쳤다.
지난 3월 말부터 5G통신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도 한국처럼 중대역 주파수를 활용해 5G망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1위 통신사 도코모는 내년 6월까지 5G기지국을 1만 개, 2023년 3월까지 3만2000개를 구축해 인구 대비 70% 커버리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도코모는 지난 9월부터 전철역, 공항, 경기장 등 ‘핫스팟’ 190여 곳에 28㎓대역 기지국을 구축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처럼 3.5㎓ 대역을 전국망으로 서비스하고 28㎓ 대역을 B2B 서비스를 위한 용도로 쓰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