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동명(35) 씨는 비즈니스웨어와 일상웨어 구분 없이 여름옷을 장만하고 있다. “회사 입사 초만 해도 넥타이와 셔츠를 갖춰 입은 정장 차림으로 한여름에도 땀과 사투를 벌이며 출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지난여름부터 회사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복장 간소화를 권고하면서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것이 이제는 더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사 출근 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예의가 있기 때문에 너무 자유분방하게 느껴지는 복장은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포멀한 느낌을 주면서 냉감 기능까지 갖춘 편안하고 시원한 폴로 티셔츠나 리넨 셔츠 등을 많이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여름 냉감의류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적 측면에서도 업그레이드되면서, 냉감 의류가 더욱 대중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냉감 의류 개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바로 아웃도어 업계다.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R&D)이 꾸준히 이어지다보니, 여름철 냉방이나 겨울철 보온 등과 관련된 기능면에서 단연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철 신경 써야 할 것은 비단 더위만이 아니다. 무더운 날씨는 물론 높은 습도, 강렬해지는 자외선 등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올해 출시된 냉감 제품은 이 세 가지 요인 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통상 아웃도어 업계는 겨울 제품에 편중된 양상을 보였다. 이는 롱패딩 등 겨울 제품의 한 벌당 제품 가격이 높기 때문에 벌어진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쿨비즈’에 대한 관심 높아지면서 시원하고 세련된 옷차림 관심 증가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쿨 비즈(cool biz)’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름 의류 전쟁은 날씨만큼이나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쿨비즈란 지구 온난화 현상이 극심해짐에 따라 에너지 및 냉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여름을 맞은 직장인들이 넥타이를 풀고 시원하고 간편한 옷차림을 하자’는 목표로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캠페인이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이 주 52시간 근무 및 하절기 복장 자율화 기간을 도입하면서, 쿨비즈룩을 찾는 직장인들이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올해 냉감 셔츠의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일상화’다. 즉 과거 냉감 셔츠가 주로 등산복으로 쓰였다면, 올해는 데일리룩으로 대중화되는 양상이다. 디자인 역시 기존 라운드에서 폴로 셔츠 등으로 바뀌면서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네파는 올해 ‘냉감 폴로셔츠’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올 여름 네파 ‘프레도’ 제품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높다. 지난해 40도를 육박하는 온도가 한국을 강타하면서 역대 최고의 폭염을 경험한 소비자들을 겨냥해 불쾌지수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땀 배출이 잘되고 통풍이 뛰어난 소재를 여름철 사람들이 스타일링 아이템으로 많이 활용하는 폴로티셔츠에 적용했다.
남성용 아이스 폴로티셔츠 레든
폴로셔츠는 전통적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셔츠가 줄 수 있는 단정하고 발랄한 느낌을 모두 갖춘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패션업계에서는 폴로셔츠를 올해 뉴트로 트렌드와 함께 부상하는 아이템으로 꼽았다. 스타일링에 따라 쿨비즈룩·나들이룩·스포츠웨어 등으로 활용이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인기의 요인이다. 화이트 팬츠에 블루·그린 등 컬러의 셔츠를 매치하면 세련된 쿨비즈룩을 연출할 수 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테니스 스커트와 함께 입으면 고급스러우면서 활동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다. 또 레깅스와 함께 입으면 주말 나들이룩도 가능하다. 청바지, 면바지 등 기본 하의에 폴로티셔츠를 입으면 심플하고 스타일리시한 느낌도 줄 수 있다.
제품에 사용된 ‘트라이자 칠(Trizar Chill)’이라는 원사는, 햇빛을 반사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입었을 때 시원하고 쾌적하다. 또 원사가 땀을 만났을 때, 즉각적인 흡한속건 기능으로 쿨링 효과가 높다.
네파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이 불황이라고 평가 받으며 많은 브랜드들이 부진을 겪고 있고 시장의 규모 또한 작아진 것이 현실이지만, 네파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냉감 폴로티셔츠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고 스타일리시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해 전략을 짜고 있다”며 “올해 폴로티셔츠의 매출 신장 역시 갈수록 똑똑해지고 니즈가 확실해지는 소비자들의 인사이트를 파악해 보다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카테고리로서 공략한 것이 좋은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이스티 마크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 역시 폴로셔츠 디자인을 들고 나왔다.
4월 초 출시한 아이스 폴로티셔츠 ‘레든(LEDON)’은 전월 대비 5월 판매량이 약 10배가량 증가했다. 국내 의류업계의 평균 판매율이 50% 안팎인 상황에서 아이더 제품은 올해 80%를 넘기는 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이스 폴로티셔츠는 아이더만의 후가공 3D 기능성 냉감 소재인 ‘아이스티(ICE-T)’가 적용된 폴로티셔츠로, 땀이 나는 동안에도 시원함이 계속 유지된다. 티셔츠 안쪽에 프린트된 ‘버추얼 아이스 큐브(VIRTUAL ICE CUBE)’는 인체의 땀과 수분에 반응해 냉감 효과를 일으킨다.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프린트 색상이 변해 냉감 작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강한 자외선에 노출된 경우, 티셔츠 하단에 디자인된 하얀색 아이스티 마크가 파란색으로 변한다. 이외 암홀 부분에 향균소취 기능의 데오도란트 테이프를 적용해 냄새 제거에도 신경을 썼다. 아이스 폴로티셔츠 ‘레든(LEDON)’은 스포티한 스타일의 폴로티셔츠다. 남성 제품은 집업형 디자인으로 단추 디자인의 기본 폴로티셔츠보다 스포티하고 활동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여성 제품은 기본 폴로 티셔츠 스타일을 적용하되 넥카라와 어깨라인 색상을 전체적인 외관과 다르게 배치하여 세련된 느낌을 부각시켰다. 또한 핏을 변형한 가오리 소매로 편안한 착용감을 강화했다.
노스페이스 여성용 ‘스트레치 온 반팔 폴로’(좌)
노스페이스 남성용 ‘애슬리트 쇼츠’(우)
▶중장년층 하절기 등산복서 데일리룩으로 변화
캐주얼한 스타일의 ‘아스칼(ASCAL)’은 심플한 솔리드 컬러와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기존 아웃도어 업계에서 선보인 냉감 티셔츠와 달리 광택감이 적어 다양한 일상 속에서 활용하기 좋다. 소매와 넥카라 끝자락에 포인트 컬러를 적용하여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외관에 세련미를 더했다.
‘바니에(BANIE)’는 기하학적 패턴 디자인이 돋보이는 세련된 스타일의 폴로티셔츠다. 남성 제품은 아이스 큐브가 연상되는 패턴이 적용되었으며, 여성 제품은 얼음이 언 듯한 패턴 프린트로 시각적으로도 시원한 효과를 전한다. 고윤진 아이더 의류기획팀 이사는 “길고 무더워진 여름 시즌의 특수성으로 인해 일상에서 쿨링 효과를 경험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아이더만의 독자적인 냉감 기술력을 여름철 스테디셀러인 폴로 티셔츠에 적용한 ‘아이스 폴로티셔츠’가 올 여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스 데님도 인기를 끌었다. 일반적으로 무더위가 지속되는 여름에는 청바지를 입기 힘든 시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청바지의 재질이 두껍다보니 더위를 가중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 여름 아이더가 선보인 ‘아이스 에어 데님’은 한여름에도 쾌적하고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신개념 청바지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던 ‘아이스 데님 팬츠’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스타일과 냉감 기능을 더욱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냉감 기능의 ‘테크 런 반팔 라운드티’를 착용한
노스페이스 홍보대사 소지섭
‘제닝스 에어(JANNINGS AIR)’는 아이더가 독점 개발한 메시 데님 원단을 적용하여 가벼움은 물론 쿨링 효과를 더욱 극대화한 아이스 에어 데님 팬츠다. 통기성과 스트레치성이 우수한 메시 원단이 적용되어 입는 순간부터 착용하고 있는 동안에도 시원함을 선사한다. 또한 아이더만의 후가공 아이스티(ICE-T)가 냉감 효과를 지속시켜 준다. 기온이 점차 올라감에 따라 4월 판매량 대비 5월 판매량은 약 10배, 6월 판매량은 약 15배가 증가했다.
K2는 초경량 소재와 냉감 기능을 겸비한 ‘오싹(OSSAK) 하이브리드 팬츠’를 선보였다. K2에 따르면 ‘오싹’ 시리즈는 더위가 본격화된 5월부터 판매량이 급증하며 매출을 견인했고 그 중 바지군은 동기 대비 판매량이 40% 늘었다. ‘오싹 하이브리드 팬츠’는 체온이 상승하면 열을 흡수하는 냉감 상환변환물질(PCM) 프린트를 발목, 종아리, 땀이 잘 차는 주머니 안쪽 등에 적용해 불쾌지수가 높은 한여름에도 쾌적하게 입을 수 있다.
상환변환물질(PCM) 캡슐은 피부 접촉 시 열을 빼앗는 흡열 원리가 작동해 체온이 올라가는 순간 즉각적인 냉감 효과가 나타난다. 허리 밴드 부분에는 입는 순간 시원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티타늄 도트(TITANIUM DOT)를 적용해 옷이 달라붙어 끈적이는 느낌을 줄여주고 청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블랙야크는 올해 아트디렉터 차인철과 협업한 ‘차인철X엑스트라 콜드 바이 야크아이스(Extra Cold by YAK-ICE)’ 냉감 컬렉션을 출시했다. 블랙야크 냉감 기술의 ‘시원함’과 ‘청량감’을 재해석한 오브제와 톡톡 튀는 컬러 조합의 디자인이 특징으로 기능성과 스타일을 모두 살린 제품이다. 차인철은 그래픽 아티스트로 ‘인치 인치 인치(Inch_inch_inch)’라는 디자인 레이블을 운영하며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래퍼 빈지노의 낙타 앨범 커버 일러스트로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도 앤드지, 렉서스코리아 등과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블랙야크 ‘M카니HC티셔츠S’를 착용한 아트디렉터 차인철
블랙야크는 자일리톨, 유칼립투스, 상환변환물질(PCM) 캡슐 등으로 냉감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블랙야크 냉감 티셔츠 일부 제품들은 출시 두 달 만에 판매율이 50%가 넘는 등 판매가 호조세다. 마운티아는 올 여름 ‘아이스 기어(ICE-GEAR)’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냉감 소재의 제품을 선보였다. 후가공이 아닌 원사 자체에 냉감 기능을 부여해 수백 번 이상의 세탁에도 냉감 기능이 사라지지 않고 시원함이 지속되는 ‘미모필 쿨 소재’ 적용 제품을 비롯해 피부에 닿는 순간 체온을 낮춰줘 쾌적함을 제공하는 접촉 냉감 소재가 적용된 제품 등 냉감 기능성을 강화했다.
여기에 올해는 쿨맥스 원단을 적용한 데님 팬츠도 새롭게 선보이며 냉감 제품군을 확대하고 나섰다. ‘니즈 팬츠’는 땀 흡수와 건조가 탁월한 쿨맥스 원단을 사용한 데님 팬츠로 청바지는 덥다는 편견을 깬 여름용 청바지다. 데일리 팬츠로 자리 잡은 청바지이지만 여름철 착용 시 하체에 땀이 차는 불편함이 있어 이를 개선하고자 냉감 기능을 더해 여름에도 쾌적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출시됐다.
니즈 팬츠는 청바지로 셔츠, 라운드티셔츠, 민소매 등 어떤 상의와도 잘 어울린다. 여름철 조금 더 화려하고 시원한 느낌을 연출하고 싶다면 이번 시즌 트렌드 컬러인 네온 색상의 티셔츠나 소품을 활용해 포인트를 주면 좋다. 또 바지 밑단을 롤업해 신발에 힘을 실어 준다면 남다른 패션 감각을 티 나지 않게 보여줄 수 있다.
노스페이스는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한 ‘마이너스 테크 컬렉션’ 제품을 내놨다. 이 제품은 올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인 ‘팀코리아’의 하계 훈련복으로 사용될 정도로 기능성이 뛰어나다. 노스페이스는 2016년 리우올림픽,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게임 당시에도 냉감 의류를 지급한 적이 있다. 마이너스 테크 컬렉션은 원단의 독특한 횡단면 구조가 피부와 닿는 접촉면을 넓히거나, 원사를 특수한 꼬임 구조로 가공하여 공기구멍의 크기를 넓히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냉감 효과를 강화했다.
여기에 아웃도어 및 스포츠 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쿨비즈룩으로 착용할 수 있는 블레이저와 바지, 스트리트 패션에도 어울리는 루즈핏 티셔츠 등으로 제품의 범위를 확대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을 위한 쿨비즈룩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티 쿨 재킷(CITY COOL JACKET)’은 세련된 남성용 블레이저로, 냉감 소재를 사용하였으며 스트레치성이 뛰어나 활용도가 높은 제품이다. 발수 기능을 갖춰 갑작스런 비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프리즈 클래식 팬츠(FREEZE CLASSIC PANTS)’는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뿐만 아니라 골프 등 운동을 즐기는 상황에서도 편안하게 입기에 적합한 냉감 소재를 적용했고, 세균과 박테리아의 번식을 억제하는 항균 처리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