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슈퍼컴퓨터, 네트워크, 빅데이터 등 ICT기술이 발전하며 인공지능, 가상현실(VR), 자율주행 등 새로운 기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 중심에 IT기기의 두뇌이자 감각기관인 반도체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서버용 D램, 고성능 낸드플래시 솔루션 등 다양한 메모리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가 올해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최근 IT산업은 활발한 인수합병 과정에 업계의 경쟁구도가 재편되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성장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6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장치산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결정이 승패를 가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2012년 반도체 업황이 불투명해 업계의 투자 규모가 축소됐지만 SK하이닉스는 당시 SK그룹에 편입되며 최태원 회장의 지시로 전년 대비 약 10% 늘어난 3.85조원을 투자했다. 이후 매년 3조원대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SK그룹에 편입되기 이전인 2011년 8000억원 수준이던 R&D 투자도 지난해 2배가 넘는 1조7600억원으로 확대해 기술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투자에 대한 성과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 적기 투자와 기술개발, 우수인력 보강으로 사업역량을 강화한 결과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선제적 투자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해 다시 한 번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글로벌 2강으로서 위상을 다졌다”며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본원적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핵심가치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모든 힘을 집중해 더욱 더 강한 SK하이닉스를 만들어가야 한다.”
올 초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의 일성이다. 주력제품인 D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Flash)의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성장 동력에도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본원적 경쟁력 강화는 박성욱 사장이 늘 강조하던 핵심 가치다. 경쟁이 심화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선두업체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면 선도적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D램에선 20나노 초반급 제품의 생산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10나노급 제품개발 완료를 목표로 세웠다. 낸드플래시 역시 2D 구조의 14나노 제품 개발과 48단 3D 낸드의 본격 양산을 통해 시장에서 선두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System IC 사업’ ‘New Memory Solution’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역량 강화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 D램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7년 전체 D램 매출의 약 3%에 불과했던 모바일 D램 비중을 2012년 이후 30% 이상으로 확대 유지하고, 세계 최초 개발 제품을 발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2013년 말에는 차세대 모바일 D램 규격인 LPDDR4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해 2월에는 8Gb(기가비트) LPDDR4 제품을 업계 최초로 상용화해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하기도 했다. LPDDR4는 현재 시장의 주력 제품인 LPDDR3보다 속도가 2배 가량 빠르며 소비 전력도 낮아 수요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LPDDR3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확대로 급증하는 서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량 DDR4 제품을 중심으로 서버용 D램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2014년 4월, 20나노급 8Gb DDR4 기반으로 세계 최대용량인 128GB(기가바이트) DDR4 모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20나노급 4Gb DDR4 기반으로 서버용 비휘발성 메모리 모듈인 NVDIMM 기준 최대 용량인 16GB 제품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서버용 CPU 시장을 석권 중인 인텔로부터 향후 서버용 주력 제품이 될 RDIMM 32GB DDR4 모듈에 대한 인증을 받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고용량 DDR4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공고히 하고, 날로 중요성이 커지는 서버 부문에서의 고용량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0나노 초반 웨이퍼 투입이 본격화되면 하반기부터 컴퓨팅(Computing) 제품과 모바일 제품에 본격 채용될 것”이라며 “10나노급 개발에 차질이 없도록 R&D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기술개발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8GB DDR4 모듈, SK하이닉스 이천정문 (행복문)
▷모바일·서버용 D램, 기술 리더십 선도
SK하이닉스는 다양한 응용복합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낸드플래시 솔루션의 경쟁력도 키우고 있다. 우선 낸드 솔루션 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컨트롤러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2012년 미국 LAMD(Link_A_Media Devices) 및 이탈리아 아이디어플래시, 2013년 대만 이노스터의 컨트롤러 사업부, 2014년 벨라루스 소프텍 등을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2012년 분당 플래시 솔루션 디자인 센터, 2013년 KAIST 스토리지 미디어 솔루션스 센터 등을 설립했다. SK하이닉스는 이처럼 강화된 낸드 솔루션 역량을 바탕으로 모바일 및 서버 기기 등에 쓰이는 eMCP, eMMC, UFS, SSD 등의 다양한 응용복합제품을 개발, 양산하고 있다. 기존 16나노 제품보다 공정을 더욱 미세화한 2D 구조의 14나노 제품을 성공적으로 개발, 양산하고 최근 양산을 시작한 36단 3D 낸드플래시 제품에 이어 올해 말까지 48단 제품도 개발을 마쳐 기술 리더십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3D낸드 36단 제품을 활용해 MLC(Multi Level Cell) 특성을 요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 하반기 중에 48단 제품 개발 및 인증을 완료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3D 낸드 기반 서버용 NVMe SSD 출시
지난 5월 13일과 14일, 중국 선전(深圳)에선 최신 IT정보와 기술 트렌드를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인텔 개발자 회의(Intel Developer Forum, 이하 IDF)가 열렸다. 행사장에는 컴퓨팅,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최신 기술과 관련 제품들이 등장했다.
이번 행사에서 인텔은 첫날 기조연설을 통해 데이터센터가 가능성의 중심에 있다고 언급하는 등 서버 컴퓨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SK하이닉스도 인텔의 서버용 브로드웰(Broadwell) 프로세서와 호환이 가능한 자사 2세대 3D 낸드 및 컨트롤러 기반의 1TB급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 SSD 제품을 공개했다.
폼팩터(Form Factor)가 M.2인 이 제품은 최근 고객 인증을 마치고 공급에 들어갔다. PCIe 3세대 4레인(PCIe Gen 3 ×4)의 인터페이스를 지원해 초당 연속 읽기/쓰기 속도 1800MB/770MB 및 임의 읽기/쓰기 속도 16만 IOPS(초당 입출력 동작)/3만 IOPS를 각각 구현했다. 시장조사기관 IHS 테크놀로지는 서버용 저장장치 중 HDD의 출하량 연평균 성장률(2015~ 2020년)을 5%로 예상한 반면, SSD 출하량 성장률을 그보다 4배 이상인 20.2%가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차세대 경쟁력, TSV
TSV(Through Silicon Via·3차원 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은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이를 관통하는 미세한 구멍을 수백 개에서 최대 수천 개까지 낸 뒤 이를 구리 배선으로 연결해 전기적 신호를 통하게 하는 패키지 기술이다.
이를 통해 회로 선폭을 줄이지 않고도 반도체 패키지 크기와 전력 소비를 줄이고 용량을 늘릴 수 있어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데 없어선 안 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TSV는 한꺼번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서버 등이 대형화되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모든 제품에서 소비 전력을 낮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로직(Logic)칩과 메모리칩을 하나의 시스템 인 패키지(SiP)로 구성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TSV 기술이 적용된 D램은 그래픽, 서버, 고성능 컴퓨팅 등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TSV 기술을 적용한 초고속 메모리(HBM; High Bandwidth Memory)를 개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제품은 1.2V 동작전압에서 1Gbps(Gi gabit per Second; 1초에 대략 10억 비트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처리 속도를 구현해 1024개의 정보출입구를 통해 초당 128GB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특히 이 제품은 GDDR5보다 정보처리 속도가 3배 이상 빠르며, 전력소비는 40% 가량 낮춰 고사양 그래픽 시장을 시작으로 향후 슈퍼컴퓨터, 네트워크, 서버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메모리)의 2세대 제품 역시 시장이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 중 양산할 계획이다. 2세대 제품의 경우 초당 256GB의 데이터를 전송해 현재 D램 중 가장 빠른 GDDR5(초당 대략 36GB)보다 7배 이상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고 그래픽카드 등에 들어갈 때 면적도 95% 이상 줄일 수 있다.
그런가하면 TSV 기술을 적용한 세계 최대용량의 128GB DDR4 D램 모듈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이 제품의 상용화를 통해 차세대 서버용 D램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128GB DDR4 D램 모듈은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빠르게 커지고 있는 서버용 대용량 D램 모듈 시장에서 향후 주도권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제품은 서버 분야 리더인 인텔 플랫폼에서의 인증도 진행하고 있다. IHS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서버용 D램 시장에서 64GB 이상의 대용량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3.4%에서 2019년이 되면 70.8%까지 높아져 금액으로 따졌을 때 93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렇듯 SK하이닉스는 TSV 기술을 활용한 제품 분야를 선도하고 차세대 고성능 D램 시장을 주도해나갈 계획이다. IT산업의 성장둔화와 중국 업체의 등장으로 메모리반도체 업계도 위기를 맞고 있지만,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인텔 개발자 회의(IDF)란? 1997년부터 시작된 인텔 개발자 회의(IDF)는 전 세계 개발자와 언론을 대상으로 가장 최신의 IT 기술을 소개하는 세계적인 행사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1년에 2번 진행되는데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 등 주요 제품 및 신기술을 만날 수 있다. 참가 업체들 역시 기술적 진보를 선보일 수 있는 최적의 장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