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역삼동에 거주하며 테헤란로의 IT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김신성 씨(38)는 최근 한 달에 한 번씩 서울 중구의 회현역을 찾는다. 김 씨가 들르는 곳은 지하철역과 지하로 연결돼 있는 신세계 백화점 본점. 이곳 6층에 마련된 남성전문관에서 정장과 캐주얼, 안경, 구두 등 관심사를 체크하고 쇼핑한다는 김 씨는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은데 핫한 명품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여 있어 새로운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며 “갖고 싶은 아이템을 확인하고 이곳에 오면 바로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덕에 자주 찾는 곳 중 하나는 지척에 자리한 남대문시장. 김 씨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것도 강북 쇼핑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 서초구에 살고 있는 윤성효 씨(32)는 매달 한 번씩 지인들과 공통의 관심사를 논하며 토론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모임의 주제는 남성 패션과 트렌드. 20~30대가 주축이 된 이들이 모임장소로 첫손 꼽는 곳은 최근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신세계 백화점 본점 지하 1층 ‘고메 스트리트’로 바뀌었다. 윤 씨는 “네다섯 명이 모이는 게 전부지만 국내외 유명한 맛집들이 모여 있어 이곳에서 식사한 후 6층 남성전문관으로 올라가 최신 트렌드를 확인한다”며 “이곳에만 매장을 낸 브랜드도 있어 세계적인 브랜드의 경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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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남성들이 최근 강북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서울 중구에 자리한 신세계 백화점 본점 신관 6층 남성전문관이 쇼핑 메카로 자리 잡으며 원정쇼핑에 나선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신세계 본점의 남성매장은 용산구와 마포구 주민들이 주로 찾던 쇼핑 명소였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남성전문관으로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마친 후 사정이 달라졌다. 말 그대로 강을 건너오는 강남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이 남성전문관 리뉴얼 오픈 100일을 맞아 지역별 고객 매출 비중을 조사해보니 서초구와 강남구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리뉴얼 이전의 지역별 고객 매출 순위는 용산구, 마포구, 서초구, 성북구, 강남구 순이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리뉴얼을 통한 ‘최초’ ‘단독’ 브랜드 개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이 주효했다는 반응이다.
빈티지 스니커즈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골든구스디럭스브랜드’ 남성 전용 매장을 비롯해 이탈리아 대표 재킷 브랜드 ‘볼리올리’, ‘발렌티노’, ‘페이’ 등이 남성고객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국내 최초로 ‘알렉산더 맥퀸’과 ‘드리스 반 노튼’이 남성 전용 매장을 열며 매출을 이끌었다. 유통업계는 최근 소비자들이 자신이 찾는 상품, 브랜드를 찾아 원정쇼핑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SNS의 발달로 거리를 중심으로 한 상권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권만 변한 게 아니다. 브랜드가 젊어지니 주요 고객층의 연령대도 유행에 민감하고 소비력을 갖춘 30대와 40대 초반 남성들로 대폭 젊어졌다. 30대의 경우 리뉴얼 전 매출 비중이 30.5%에서 37.1%로, 40대는 22.2%에서 25.6%로 늘어난 반면 50대는 7.8%, 60대 이상은 4.8%로 고객 매출 비중이 줄었다.
1.볼리올리 2.Resh 3.FAY 4.Focal
분더숍
트렌드 제대로 파악한 한 수
마케팅 전문가들은 최근 소비 주체로 떠오른 여미족(YUMMY) 공략에 제대로 성공했다는 반응이다. 한 패션마케팅 전문가는 “글로벌 럭셔리 부문에서 남성복이 약 50%를 차지할 만큼 남성 패션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선 남성 소비자층을 ‘새로운 여성’이라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신세계 본점 남성전문관은 이러한 트렌드를 먼저 파악해 강북지역 공략과 강남지역 고객확보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경우”라고 덧붙였다.
신세계 본점 남성전문관은 리뉴얼 이후 3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 이상헌 신세계 남성의류팀 팀장은 “인근지역 중심의 오프라인 상권과 온라인의 다양한 유통채널 속에서 동일한 브랜드들로 무의미한 양적 경쟁을 하기보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글로벌 컨템퍼러리 브랜드들을 통해 상품을 차별화한 것이 주효했다”며 “몽클레르 감므블루, 톰브라운의 클래식 라인, 벨루티 컴포트화, 발렌티노 락스터드 스니커즈 등 동일한 브랜드라 하더라도 본점 남성전문관에서만 볼 수 있는 단독 상품들 역시 집객과 매출에 한몫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3일에는 4개의 럭셔리 브랜드를 추가로 오픈하며 남성 럭셔리 브랜드 풀라인에 마침표를 찍었다.
먼저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으로 다시금 패션 피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프라다’가 남성 전문 매장을 오픈했고, 프리미엄 브랜드 ‘보테가베네타’가 문을 열었다. 현대적인 브리티시 쿠튀르의 대명사 ‘알렉산더 맥퀸’, 동서양의 신비로움과 모던함이 어우러진 ‘드리스반노튼’ 역시 본점 남성전문관에서 만날 수 있다.
손영식 신세계 상품본부장(부사장)은 “본점 남성전문관은 트렌드를 리드하는 차별화된 상품뿐만 아니라 기존 백화점 남성 층의 패러다임을 바꿔 남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오디오, 슈즈 리페어, 위스키 등 다양한 이색 아이템들을 선보이며 남성 패션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며 “계속해서 패션성을 강화한 차별화 상품과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아이템을 통해 국내 남성뿐만 아니라 중국인 중심의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남성 패션의 명소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미족!? X세대의 다음 세대라 해서 ‘제너레이션Y’ 또는 ‘여미(YUMMY:young urban male)’라 칭한다. 패션 감각이 발달한 20~30대의 젊고(Young), 도시에 거주하는(Urban) 남성(Male)을 뜻한다. 이들은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고, 패션과 언론에 관심이 높아 유행에 민감한 소비를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정보 공유 활동도 활발하고,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을 즐기는 게 특징이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