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릭스(BRICS)’ 5개국의 저성장 추세가 뚜렷하다며 올해 브라질과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을 0.3%와 0.2%로 전망했다. 신흥국이 더 이상 부상하고 있는 시장이 아니라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신흥시장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하고 중산층의 확대로 소비가 증가하는 등 부(富) 역시 증가 추세다. 여전히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국내 글로벌 기업이 신흥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신흥국에서 고속성장 중인 글로벌 챌린저 기업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어떤 기업이 어떤 전략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그리고 세계시장에 뛰어들었는지 파악하고 이들과 협력 또는 경쟁할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 말이다.
안정성이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챌린저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100대 글로벌 챌린저 기업(Global Challengers·신흥시장에 기반을 두고 고속 성장하는 신흥국의 우량기업)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선정된 기업 중 새롭게 이름을 올린 곳은 13개로 2008년 이후 가장 적었다. 26곳이 새로 진입하며 변동이 심했던 지난해와 다른 모습이다.
기존 글로벌 챌린저 기업 중 순위에서 이탈한 기업 역시 줄었다. 더 이상 자국의 대규모 내수 시장이나 저렴한 노동력에 의지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우위를 수립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 속에서 올해 새로 등장한 13개 기업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 중산층 소비자를 공략한 기업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중산층 규모는 18억에서 32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대부분은 신흥시장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0년이 되면 중산층이 빈곤층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산층 소비자에 대한 공략은 앞으로도 유효한 주요 과제이다.
콘차이토로(Conchay Toro, 칠레) 럭셔리 브랜드로는 최초로 글로벌 챌린저 기업에 오른 콘차이토로는 남미 최대, 세계 7대 와인 생산업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Football Club)를 후원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와 대중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현재 아르헨티나, 칠레, 미국에 포도밭을 갖고 있다. 매출액은 9억5000만달러로 전 세계적으로 와인 소비가 늘고 있지 않음에도 콘차이토로의 매출액은 2011년에서 2013년까지 5%가량 증가했다. 매출의 68%를 차지하는 수출은 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와인 판매량 10위권인 페처 빈야드(Fetzer Vineyards)를 2011년 인수한 이후 미국과 중국에서 소비가 늘고 있다.
레스토랑 체인 최초로 진입한 졸리비(Jollibee Foods, 필리핀), 2013년 매출액 48억 달러를 창출한 타이 비버리지(Thai Beverage, 태국), 터키 최대 식품 업체인 일디즈 홀딩(Yildiz Holding, 터키) 역시 중산층 소비자를 공략해 새롭게 글로벌 챌린저로 선정됐다.
2. 소비자의 디지털니즈를 충족시킨 기업
신흥국 내 많은 기업들은 혁신적이고 진화된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 소비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기업들은 이런 트렌드를 파악하고 기업 운영에 빠르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티살라트(Etisalat, UAE) 중동 최대 통신 업체 에티살라트는 지난해 매출 감소로 100대 기업에서 제외됐지만 올해 반등에 성공했다. 현재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 나이지리아 등 19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5월 비방디(Vivendi)로부터 마록텔레콤(Maroc Telecom)을 인수하면서 아프리카 진출 범위를 넓혔다.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2분기 수익이 27%나 올랐다.
텐센트(Tencent Holdings, 중국) 텐센트는 시가 총액 기준 전 세계 가장 가치 있는 3대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사업 기반이 완전히 온라인인 기업이다.
최근 회사는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며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전체 매출액의 7%를 창출하고 있다. 텐센트의 소셜 메시징 서비스인 위챗(WeChat) 사용자 6억명 중 1억명은 중국 이외의 국가에 살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현재 매출액 중 절반 이상을 게임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Riot Games)를 투자하고 있다. 2013년 98억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연 매출 증가율 46%를 기록했다.
3. 산업재 및 자원부문 기업
산업재와 자원부문은 꾸준히 글로벌 챌린저 기업을 배출한 분야다. 올해도 새로운 글로벌 챌린저 기업 13곳 중 7개 기업이 이 분야에서 나왔다. 변화된 점은 이들 기업의 성공 기반이 저렴한 원가에서 혁신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폴로타이어(Apollo Tyres, 인도) 인도 최대 타이어 생산업체인 아폴로타이어는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3년 네덜란드에 글로벌 R&D 센터를 열었고 타이어 생산 물량 650만개에 자동차 및 트럭용 타이어 620만개를 추가로 더 생산하기 위해 유럽에서 공장 생산 능력을 추가하고 있다. 회사는 2014년 매출액 27억달러를 창출했고 이 중 해외 비중은 37%다. 2010년부터 2014년 회계연도까지 수익은 연 12% 증가했다.
중국신화에너지(China Shenhua Energy, 중국) 세계 최대 석탄 생산업체인 중국신화에너지는 해외 진출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에 석탄 광산과 운송 인프라를 짓기 위해 2013년 러시아 석탄 업체인 이엔플러스그룹(En+ Group), 중국개발은행과 20억달러 계약을 체결하고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ECA(Energy Corporation of America)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도 했다. 2013년 46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은 연 19% 늘어났다.
이외에 중국 최대의 엔지니어링 계약업체인 CRCC(China Railway Construction Corporation, 중국), 세계 5대 알루미늄 기업 에미레이트 글로벌 알루미늄(Emirate Global Aluminium, UAE), 10대 비료 생산 업체 유로켐(EuroChem Mineral and Chemical, 러시아), 중국 최대 자동차 유리 생산업체이자 세계 4대 업체인 푸야오 유리공업그룹(Fuyao Glass Industry Group, 중국), 세계 3대 농화학 업체인 UPL(United Phosphorus Limited, 인도)이 새롭게 선정됐다.
새롭게 글로벌 챌린저로 진입한 기업들은 다른 여러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또 다른 모멘텀을 맞이하기도 한다. 필리핀 1위 패스트푸드 업체 졸리비(Jollibee Foods)가 대표적이다.
졸리비는 2004년 매장 80여 개를 소유한 누들, 딤섬 체인 융허킹(Yonghe King)을 인수했다. 현재 중국 내 융허킹 매장 수는 314개까지 증가했다. 이후 2008년 죽 전문점 홍좡웬(Hong Zhuang Yuan), 2012년 누들 전문점 산핑왕(San Ping Wang)을 추가로 인수했고 현재 중국은 졸리비의 최대 해외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레노보의 선전 R&D센터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발돋움한 기업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챌린저를 넘어 선도기업으로 발돋움한 기업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다. 이들은 더 많은 인재가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쓰고 HR제도를 보강했다. 원가 우위 강점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혁신을 강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글로벌 챌린저 기업에서 선도기업으로 도약한 기업은 두 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5개 기업으로 크게 늘었다. 보다 많은 신흥기업이 세계무대로 진출하며 기존 선진기업과 경쟁하게 된 것이다.
레노버(Lenovo Group, 중국) 브라질, 독일, 일본에서 유기적 성장을 이뤄내고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 PC 생산업체로 부상한 레노버는 올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중국시장을 등에 업었다는 한계를 지적 받았던 레노버는 2014년 초 IBM의 x86 서버 사업과 구글(Google)의 모토로라 모빌리티(Motorola Mobility) 스마트폰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대대적인 사업 다각화를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회사는 이번 인수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를 차지하는 3위 업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루포빔보(Grupo Bimbo, 멕시코) 2014년 5월 세계 최대 베이커리인 그루포빔보는 캐나다브레드(Canada Bread)를 18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 회사의 매출액 140억달러 중 6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2009년과 2011년 웨스턴푸드(Weston Foods)와 사라 리 베이커리(Sara Lee’s bakery)를 각각 인수하며 미국이 멕시코보다 더 큰 시장이 됐다.
인텐머스(Entenmann’s)와 토마스(Thomas) 등 유명 미국 브랜드도 소유하고 있으며 7월에는 에콰도르 베이커리 수팬(Supan) 인수를 합의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Huawei Technologies), 중국 무역회사 리앤펑(Li & Fung), 인도의 타타스틸(Tata Steel) 역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신흥 시장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자국 시장에서 무섭게 부상하는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눈에 띄지 않았던 신흥기업들이 글로벌 챌린저로 성장해 기존 선진기업들의 턱밑까지 바짝 쫓아왔다. 고속 성장하는 글로벌 챌린저 분석, 신흥시장과 더 나아가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는 기업이 잊지 말아야 할 단계다.
[마르코스 아귀아르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상파울루오피스 시니어파트너, 토마스 브라케 BCG 두바이오피스 파트너, 에리카 칼리슬 BCG 샌프란시스코오피스 이사, 디네시 칸나 BCG 싱가포르오피스 파트너, 데이비드 리 BCG 홍콩오피스 파트너, 데이비드 C. 미카엘 BCG 샌프란시스코오피스 시니어파트너,크리스토프 네테스하임 BCG 싱가포르오피스 시니어파트너, 라훌 파이 파난디커 BCG 뭄바이오피스 파트너, 피터 울리히 BCG 뮌헨오피스 글로벌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