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백기 투항?
롯데그룹이 국민연금의 강경한 반응에 백기를 들었다. 롯데하이마트의 감사 후보를 놓고 국민연금과 대립각을 폈던 롯데그룹이 결국 주총 3일을 앞두고 감사위원 후보를 전격 교체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국민연금의 강경한 대응과 지배구조 퇴행이란 논란이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제2롯데월드 건립을 힘들여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롯데하이마트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면 곤란하다는 최고경영자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감사위원 후보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친 국민연금과 롯데그룹. 대체 양측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년 전 반대했던 인물 재선임에 국민연금 발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10월 27일 감사후보 변경과 주총 날짜 변경에 관해 공시했다. 내용은 기존 감사후보였던 박동기 롯데하이마트 전무 대신 최영홍 고려대 법학과 교수(롯데하이마트 사외이사)를 감사로 추천하면서 주주총회 날짜 역시 기존 10월 30일에서 11월 13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신임 감사위원으로 추천받은 최영홍 교수는 11월 13일 주총에서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주총 3일 전에 급하게 감사위원 후보를 변경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당초 감사위원으로 박동기 롯데하이마트 전략지원본부장(전무)을 추천했다. 2년 전인 2012년과 마찬가지다.
재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국민연금은 당시 박 전무의 감사위원 선정 과정에서 반대 표를 던졌다. 반대 사유는 ‘계열사 임직원’이었기 때문이었다. 롯데하이마트의 1대주주인 롯데쇼핑의 임직원을 지냈기 때문에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게 국민연금의 논리였다. 롯데는 그러나 주주총회를 강행해 박 전무를 감사위원으로 지정했었다.
국민연금은 지난 2년 동안 롯데하이마트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였다. 2년 전만 해도 롯데하이마트 지분이 5%도 안됐다. 하지만 지난 9월 30일 현재 국민연금은 롯데하이마트의 지분을 11.07%를 보유해 2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난 2년간 롯데하이마트를 꾸준하게 사들였지만, 주가는 2년간 하락했다”며 “지분을 늘린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하이마트 주가는 지난해 9만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6만원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2대주주 반감에 결국 감사위원 후보 교체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자 롯데는 주주총회를 3일 앞둔 지난 10월 27일 감사위원 후보 변경을 신고했다. 감사위원 후보를 박 전무에서 최영홍 교수로 변경한 것이다. 주주총회 날짜 역시 10월 30일에서 11월 13일로 변경했다.
재계에서는 일단 롯데하이마트 감사위원 선임을 놓고 벌인 롯데와 국민연금의 힘겨루기에서 국민연금이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하이마트를 둘러싼 국민연금과 롯데그룹의 신경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무가 일신상의 사유로 감사위원직을 사퇴했지만 여전히 롯데하이마트의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박 전무는 현재 롯데하이마트 이사회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보상위원회의 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