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도산공원 사거리.
서쪽으로 압구정동과 신사동, 동쪽으로 논현·역삼·청담동을 안고 있는 이곳에는 ‘도산공원 사거리’라는 지명 외에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바로 ‘수입차 사거리’다.
원래 이름 외에 딴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수입차업체들이 자리해 있는 이곳에 지난 5월 현대차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건물을 세웠다. 바로 ‘현대모터스튜디오(Hyundai Motorstudio)’다.
유리로 마감된 외벽으로 전혀 자동차 관련 시설로는 보이지 않는 이곳은 유리벽 안쪽에 전시된 신형 제네시스를 봐야만 현대차와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디자인과 매력을 갖고 있다. 또한 내부에는 현대제철에서 생산한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계단과 내벽 디자인을 마무리해 마치 최첨단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무엇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차량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모터스튜디오는 현대차의 브랜드를 체험하기 위한 곳으로 설계됐다”며 “현대차가 선보이는 새로운 생각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소통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입차업체들의 메카로 불리는 도산공원사거리에 새롭게 둥지를 튼 이후,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는 현대차의 새로운 소통 공간 ‘현대모터스튜디오’를 살펴봤다.
‘모던 프리미엄’의 결정체
현대차 브랜드 체험관인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은 지상 6층과 지하 1층, 연면적 3102.21㎡(약 940평) 규모를 갖추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차량을 판매하는 전시장에서 한걸음 나아가 브랜드의 방향성이 제시된 예술 공간이며, 고객이 현대차의 문화에 대해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고 밝혔다. 단순한 브랜드 홍보시설이 아닌 ‘현대차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란 설명이다. 특히 현대차는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강조했던 ‘모던 프리미엄’을 현대모터스튜디오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담담해보이지만 특별한 매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 실제 건물 외벽을 모두 유리로 처리해 주변의 건물들과 달리 특별함이 돋보이며, 건물 내외부를 감싸고 연결하는 철 파이프 골조를 통해 현대차가 지향하는 ‘쇳물부터 자동차까지’라는 자원순환형 가치를 구현했다.
건물 내부 1층으로 들어서면 차량 대신 갤러리가 펼쳐진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그룹인 UVA(United Visual Artists)가 현대차의 브랜드 방향성 ‘모던 프리미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조형물을 전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이곳을 활용해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층에 위치한 ‘자동차 전문 도서관’에는 현대차의 차종별 정비 매뉴얼, 현대차 발전사 및 브랜드 단행본 등 현대자동차 관련 서적 553권을 비롯해 2500여 권에 달하는 국내외 자동차 관련 서적이 구비되어 있다. ‘도서관’이란 표현이 정말로 딱 들어맞는다. 특히 이곳에는 전문 큐레이터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준비되어 있다.
3~5층에는 현대차가 생산 중인 다양한 차량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창가에는 9대의 신형 제네시스를 조형물처럼 공중에 매달아 놓았다. 차량의 앞뒤를 철근으로 고정시킨 제네시스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360도 회전한다.
현대모터스튜디오의 건축 설계를 맡은 서아키텍스의 서을호 대표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활용한 건축 디자인을 통해 원초적인 재료인 철(鐵)에서 첨단 기계인 자동차가 나오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테마 차량으로 현대차의 감성 전달해
3~5층의 전시공간에는 현대차가 지금까지 선보인 테마형 자동차가 들어서 있다. 럭셔리 콘셉트 카 ‘에쿠스 by 에르메스(Equus by Hermes)’, ‘i20 WRC카’ 등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현대차도 함께 전시 중이다.
현재 판매 중인 차량들도 있다. 4층으로 올라서면 신형 쏘나타, 싼타페, 아반떼 등이, 5층에는 i30, i40, 벨로스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밖에도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층별로 다양한 고객공간을 배치해 현대차가 선보여 왔던 테마형 매장을 모두 합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3층 ‘프리미엄 라운지’에는 자동차 인테리어의 최고급 소재로 꼽히는 리얼우드의 18단계 제작과정을 소개한 아트월(art wall)을 비롯해 천연가죽, 알루미늄 등 현대차의 고급세단에 적용되는 다양한 내외장 소재의 실물을 전시해 고객들이 각종 자동차 관련 소재를 만지고 체험할 수 있게 했다. 4층에는 ‘키즈 라운지’를 배치해 아이와 대동한 부모들이 편안하게 현대차의 감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키즈 라운지는 전용 앱을 통해 라운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
키즈 라운지는 현대차의 키즈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슬롯카 게임, 페이퍼 자동차 토이 등이 마련돼 있다. 최상층인 5층에는 현대차의 커스터마이징 브랜드 ‘튜익스(TUIX) 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는 앞서 밝힌 현대차의 글로벌 경주차 ‘i20 WRC카’가 전시돼 있으며, 튜닝에서 모터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현대차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최초로 선보인 브랜드 체험 공간 ‘현대모터스튜디오’는 문화, 예술, 생활 등 다양한 접점을 통해 고객들이 보다 자연스럽게 현대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며 “현대차 브랜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 다양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