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이 원가 절감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제조원가를 절약하며 가격 최적화를 시도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수익을 높이고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인건비 절감 역시 불가피하다. 실제로 증권, 보험업계를 비롯해 금융권 전반에 인력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IT, 자동차 업계마저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인사 관련 정책은 언론을 비롯한 외부의 비판적인 시각과 노조의 반대에 부딪히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HR업무와 관련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리더가 섣불리 구조조정을 주도한다면 핵심 인재들을 놓치는 불상사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인력 조정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현재 발생하는 문제에만 집중해 임시방편적인 해결책만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경영진이 예상하는 것처럼 인건비 절감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인건비 절감 수행의 어려움들이 사실에 기반했다기보다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
오해 1 | 인원 감축은 남아 있는 직원 사기를 저하시켜 장기적으로 조직에 해가 된다.
이는 해고를 통해서만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누구도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생계 문제와 직결되는 직원 감축은 직원은 물론 기업에게도 힘든 일이다. 어떤 직원도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경영진에게 직원 감축은 난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유럽 등 노동법규가 엄격한 지역에서는 어떤 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지 감축대상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직원의 근속 기간, 연령, 결혼 및 자녀 여부 등을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근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자녀를 두지 않은 미혼의 젊은 직원을 비롯한 주니어들이 집중적으로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할 경우 기업의 인적 자본 불균형 등 기업 내 구조적 문제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부양가족이 있고 근속 기간이 길어 경험이 많은 직원을 조기 퇴직시킨다면 문제가 해결될까? 이 경우 기업 내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직원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야기된다.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상황은 고루한 접근 방법을 고수하는 경우에만 발생한다.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의 전환, 고용 기간이 한정된 근로 계약 체결, 자격증 프로그램 도입, 구체적으로 설계 및 조율된 희망퇴직 프로그램 등 해고 이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 실제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은 능률적으로 실시하면 가장 효과적인 감원 조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조치는 부서 간 인사 관리 등 전통적인 전략적 인적자본 계획 수립과 병행해 이뤄져야 한다. 조직에 남아있는 직원의 사기가 저하되고 조직이 약화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는 것 역시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기업이 목표를 확실히 설정하고 공개적이고 공정하게 구성원과 소통하면 해결할 수 있다. 직원 감축을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실시함으로써 불확실성의 장기화로 직원의 업무 몰입이 방해되거나 사기가 저하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원 감축 과정 초기에 현업 리더들은 최고 성과 직원에게 개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라는 뜻이 아니다. 직원 개개인의 성과를 인정해 주는 것이 유능한 직원들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다. 인원 감축 조치를 올바르게 실행한다면 기업은 더 강력해지고 직원들의 단합도도 높아진다. 직원들이 기업의 상황과 목표를 이해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경영진이 올바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와 프로세스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높아져 근무 환경도 개선된다.
BCG 경험에 따르면 기업은 과거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전체 직원 중 10~20%를 12~18개월 내에 줄이면서도 기업에 필요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인재를 유지할 수 있다.
오해 2 | 보상 내용은 계약에 명시돼 있어 급여 삭감 등을 섣불리 하면 자칫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되는 수가 있고,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린다.
이 오해는 고액 급여와 보너스 등 기존의 복잡한 보상 체계 때문에 생겨났다. 일부 조직은 정규직과 계약직뿐만 아니라 보호 체계가 포괄적인 특별 고용 계약을 체결한 공공 및 준공공 기관 출신 직원을 둘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경우는 직원 수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를 위한 단기적 방안으로는 통신비 지급 등 부가적인 혜택을 줄이는 것이다. 또 운영 계약서에 의거해 어려운 시기엔 적절하지 않은 계약 내용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초과근무, 근무시간유연제, 휴가, 휴직 기간 등 직원의 근무 시간과 관련된 사항을 조정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수 있다. 계약상 규정된 직원의 급여는 직접적으로 줄이지 않으면서도 비용은 낮출 수 있어 직원들에게도 부담이 덜하다. 기업은 구조적인 차원에서 한층 혁신적인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다. 경영진이 법적 한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계약, 규제적 한계, 기타 사항을 명확히 분석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임직원의 입장에서 선택권을 파악하고 분석해야 한다. 창의적인 솔루션을 도입하면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은 높아지면서 근로자의 생계는 위협받지 않아 노사 양측에 모두 합리적이다.
자동화 설비가 갖춰진 지멘스 암베르크 스마트공장
오해 3 | 노조가 너무 강경해 협상 여지가 없다.
강성 노조가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다. 노조는 경영진과 근로자 대표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다. 이는 경영진과 노조 간 경색된 관계에서 비롯된 오해인 경우가 많다. 불신의 분위기가 형성되면 감원이나 아웃소싱 등 일부 사안의 공개적 해결 및 논의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노조를 대화의 매개체로 적절히 활용한다면 구조조정 등 민감한 정책을 진행할 때 부정적인 반응을 오히려 최소화할 수 있다. 일례로 금융 위기 과정에서 많은 은행들은 스피드에 중점을 둔 대대적인 인력 감원을 실시했다. 당시 경영진은 단체교섭권을 수정해 은행에 필요한 인재를 유지하는 등 다른 방법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단체보호권(collective protective rights) 때문에 이 같은 방안이 실행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초기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은 가장 복잡한 상황에서도 직원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초기 단계에서부터 공개적이고 허심탄회한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영진은 근로자 대표들과 마주 앉아 확실한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협상과 실행 단계에서 관련 위원회와 함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성공할 수 있다. 단체 협약의 구체적인 조항을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시뮬레이션하면 공정한 환경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또 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해 경영진 대표와 직원 대표가 함께 의사 결정을 하는 경우 앞으로의 변화를 임직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명확히 알 수 있고 부정적인 파장이 적은 비용절감 조치도 파악할 수 있다. 투명성과 명확성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지나친 신성화도 비판이나 의심이 허용되지 않는 관습과 제도도 직원 구조조정을 위한 합리적 옵션이 될 수 있다.
‘삼성 협력사 채용 한마당’ 행사에 많은 구직자들이 몰려 참가 업체들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
오해 4 | 인사관련(HR)부서는 인건비 절감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경영진은 구체적인 인사 요청을 모호하게 설명한다. HR 프로세스가 너무 복잡하고 HR 직원은 발생 가능한 문제에만 집중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HR 부서는 경영진이 ‘아니오’라는 대답을 일부러 수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자신들만 예외로 취급받고 싶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좋은 예다. 재생에너지 산업 내 많은 기업이 최근 수십 년간 급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HR부서는 직원 채용, 급여 등 기본적인 HR 프로세스를 실행해왔다. 그런데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지금 이들 기업은 조직 구조를 변화시켜야 할 상황에 놓였다. 그러자 HR 부서에서도 새로운 임무를 맡고 더 큰 책임을 짐으로써 현업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고 있다.
기업은 HR의 기본 역량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파악하고, 비즈니스 파트너를 중심으로 HR 임직원들이 변화 및 조정을 실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HR에서 경영과 관련된 전략적인 업무를 도우며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건비 절감을 진행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기업들은 대부분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 놓이곤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만큼 임직원들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해 주며 이해를 도와 오해를 푸는 과정이 필요한데, 많은 기업들이 대화보다는 통보하는 경우가 많아 오해가 쌓이는 것이다. HR과 현업 부서의 경영진 역시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협업해 공동의 우선순위를 결정, 효과적인 인력 배분에 대한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민감하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노조와 경영진, HR부서가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유기적으로 엮여졌을 때 기업은 재정적으로 건전한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