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지마 가즈요 · 니시자와 류에의 21세기 미술관…미술관 건축의 새 비전과 ‘빌바오 효과(쇠락하던 도시 이미지 탈바꿈)’를 낳다
입력 : 2014.06.10 10:39:06
우리나라 동해에 인접해 있는 일본의 가나자와 시는 에도 시대 마에다 가문의 중심지로 400년간 번성을 누렸던 인구 약 46만명의 소도시다.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화에서 소외되고 섬유산업마저 침체되자 가나자와는 도자기와 칠기, 자수, 금박, 부채 등 전통공예 산업을 지역공동체의 경제기반으로 삼아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나섰다. 이와 함께 섬유산업이 쇠퇴하면서 기업들이 빠져나가고 남은 섬유공장과 창고, 학교부지 등을 사들여 시민 예술촌이나 직인(職人)대학, 공예공방, 창작의 숲과 미술관을 연계하고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하는 도심재생 사업도 추진했다. 그 결실로 2009년 6월 유네스코의 창조도시 네트워크에 등록되는 등 전통산업과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도시재생에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도심재생의 일환으로 추진된 21세기 미술관 프로젝트는 시청과 도시의 역사성을 간직한 가나자와성과 일본의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겐로쿠 정원을 배후로 한 도심 중앙에, 가나자와 시의 랜드마크적 사업으로 기획되었다. 전통 공예도시의 이미지를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창조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한 작업이었다. 가나자와 시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지역의 중흥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지역 학교들이 이전한 데 따른 도심의 공동화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다시 모일 공간’을 만들자는 지역여론을 수렴했다. 그 후속 조치로 도심의 가장 중심축에 미술관을 배치해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또 누구나 제한 없이 참여해 즐길 수 있는 개방적인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전향적인 미술관 프로젝트의 기본 방침을 수립했다.
200억엔이 투입된 21세기 미술관에는 매년 가나자와 인구의 약 3배가 넘는 150만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가고 있다. 스페인의 항구도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건물이 전시품보다 더한 유명세를 떨치며 도시의 비전을 바꾸었던 것처럼 ‘빌바오 효과’를 만들어 쇠락해가던 도시 이미지를 단숨에 탈바꿈했다. 21세기 미술관은 2004년 개관 이래 약 330억엔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SANAA(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 그룹의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 두 건축가는 이처럼 대중들에게 친근하고 열린 공간으로서 미술관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대중들의 이동경로를 따라 도심의 가로 풍경과 공원의 풍광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독창적인 미술관 건축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2010년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다.
회랑 내·외부 전경 by Keemz via W.M
‘공원 같은 미술관…’
UFO를 연상케 하는 아름답고 혁신적인 이 미술관은 SANAA의 건축가 듀오(세지마 가즈요 & 니시자와 류에)가 추구하는 ‘공원과 같은 건축’이나 ‘투명성’과 ‘개방성’이라는 디자인 특성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21세기 미술관은 녹지공간을 포함한 도심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을 뿐 아니라 매스(Mass; 건축물 전체 덩어리의 느낌)와 볼륨(건축물의 공간) 계획도 2개 층의 낮고 친숙한 규모로 계획하여 지역의 일반인들이 스스럼없이 방문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구상했다. 또한 지역의 다양한 요구들을 수용하고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여 도시 및 지역과 상호작용하는 마을과도 같은 복합체를 지향하고 있다.
미술관은 지름 113m에 달하는 원형 형태에 전시나 미술관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의도적인 위계 없이 그저 사각형 또는 원형의 방 형태로 순수한 기능에 따라 매스형태로 배치했다. 또 입면을 구성하는 외부 경계면은 투명 유리(안팎이 없는 아트서클 유리)로 계획했다. 이러한 유리 경계면은 투명한 회랑을 형성하여 동선의 이동경로에 따라 서로 다른 공간(차원)에서의 여러 관찰자의 시점을 상호 간에 다른 관점에서 인식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SANAA가 강조한 건축의 각 요소들과 주변 환경 및 공간들 간의 여러 가지 상호 관계형성의 가능성을 연계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여백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내부의 모든 벽면은 백색으로 처리했다.
미술관 건축에서는 관람객의 이용편의를 고려한 관람동선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원형의 평면을 가진 이 건축물엔 별도의 위계를 가진 동선의 방향성이나, 주 출입구가 정해져 있지 않다. 다시 말해 건축물의 앞뒤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동서남북으로 5개의 출입구가 있어 공원과 주변 대지로부터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다양한 관람 형태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자유로운 동선에 따른 관람형태는 각 공간을 연결하는 복도의 기능을 확장시키고, 주변과 연계된 맥락(Context)과 건축물 각 요소 간의 상호 관계에 따라 의도하지 않은 공간의 다양성과 즐거움을 연출하고 있다.
‘21C 미술관의 Behind Story…’
이 건축물에는 일반적인 미술관 건축과 다르게 중정과 건축물의 전체를 관통하는 여러 개의 복도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건물 내부의 중정에 유입된 자연광과 주변부의 원형 투명회랑으로부터 유입된 사계절의 경관을 함께 느낄 수 있어 건물 전체가 밝고 개방적인 느낌을 준다.
SANAA의 듀오 건축가는 미술관 측의 요구에 따라 가능한 한 많은 전시실을 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크기의 14개 전시실을 만들고 연결공간에 휴게 공간, 상점 쇼룸, 도서 라운지 등을 구성해 기존 건축가들의 전시계획과 달리 전시 공간과 서비스 공간을 인접하여 배치했다. 또 독립된 실(방)의 하나하나를 퍼즐 맞추듯이 연결해 다양한 장소성을 실험하는 방식으로 계획안을 도출했다. 그리고 미술관의 각 기능실과 공간들 사이에 연결 통로이자, 또 다른 특성의 공간인 복도를 이동할 때 외부 풍경을 볼 수 있도록 계획하여 건물 내의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구상했다.
또한 복도와 중정, 중정과 복도 상호 간의 연계관계를 내·외부와의 연계 관계 못지않은 비중으로 중점을 두고 계획했다. 중정은 외부의 풍경을 차경(멀리 보이는 외부 풍경을 경관의 하나로 끌어들이는 기법)했고 자연채광이 내부로 유입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정된 장소에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능들이 인접하여 모일 때 새로운 유형의 상호 작용이 일어난다. 이러한 상승 작용은 원형의 회랑 동선을 따라 이동할 때 카페나 전시공간 등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이들은 내·외부의 경계를 원형으로 구획하면서 건물 주변의 연속된 경계면들과 의도하지 않은 행위들 사이에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했다. 덕분에 주변의 경관은 외주부를 거닐며 모든 방향에서 느낄 수 있게 됐다.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외관과 엔트런스 홀(Entrance Hall)에 집중하는 동안 이 두 건축가는 전시실과 그 기능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전시실과 그 주변 공간에 국한하지 않고 어느 장소든 전시 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개념을 계획에 적용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전시실과 공간의 유연한 경계에 또 다른 공간을 형성하여 그 공간에도 동일한 권위와 기능과 연계성을 부여해 공간을 확장하고 유사한 방식으로 연속성을 담았다. 미술관 내부의 조도는 자연광에 가장 가까운 상태를 목표로 했다. 이에 따라 하이 사이드 라이트(측광) 방식보다 균질한 조도를 제공하는 정광 방식의 톱라이트 채광을 적용해 전시나 관람의 시각 환경에 이상적인 화이트 큐브를 실현했다.
(위)Rolex learning center by Carlo Fumarola via flickr, (아래)Slope.Bridge by mikado via W.M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롤렉스 러닝센터 - ‘계곡과 골짜기 그리고
고원이 있는 도서관…’
2010년 개관한 로잔 연방공과대학 캠퍼스 중앙에 자리 잡은 롤렉스 러닝센터는 투명성이 극대화된 공간, 다시 말해 경사면(Slope)으로 경계가 지어진 개방 공간과 파도치는 형상의 유기적 외관 등 독창적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 진정한 의미는 이러한 혁신적 아이디어가 프로젝트에 실현될 수 있도록 현실적 제약을 극복하고 재해석한 프로그램을 통해 건축물로서 구현해냈다는 것이다.
로잔 연방공과대학은 리더로서의 미래형 인재육성을 위해 교육환경을 재설정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반영한 복합적 지식센터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지식과 자료를 보관하고 제공하는 장소가 아닌,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지식과 문화를 교환하고 생성해 나가는 교류 장소로서의 만남과 대면, 대화의 세 단어로 축약하여 대변할 수 있는 미래형 도서관으로서 러닝센터를 신축하게 되었다.
지명 현상설계를 통하여 만장일치로 당선된 SANAA의 계획안은 ‘단일 층의 넓고 열린 공간(최대 80m의 기둥이 없는 무주공간)’이라는 건축적 특성으로 정의할 수 있다. 대지의 대부분을 뒤덮는 유기적인 판 형태와 과감한 디자인 계획으로 캠퍼스 전체와의 연결성과 접근성을 극대화 하고, 기존 건물에서의 호수조망을 보존하기 위해 단일한 두께와 단일한 층, 낮은 높이의 수평으로 연속된 계획안을 제안했다. 또한 계단이 아닌 연속적인 고저차의 슬로프를 이용한 파형의 자유곡선과 브리지 형태의 단면계획을 적용하여 단층 건물의 조망 조건이 악화되는 단점을 보완했다. 이처럼 들려진 단면의 옥외 하부 중앙공간을 출입구로 계획해 용이한 접근성과 명확한 장소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러닝센터의 내부에는 교육, 연구, 학습, 사회적 교류, 카페, 식당, 은행, 출판사, 서점, 기타 공공기능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마련되었다. 또 여기에는 50만 권의 장서를 보유한 중앙도서관과 학습 기술을 연구하는 크래프트 연구소, 그리고 각종 회의 및 공연 등에 사용될 원형극장 로렉스 포럼(Rolex Forum) 등이 포함되었다.
내부 공간은 자연의 골짜기와 언덕, 고원을 연상시키는 건물의 굴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연계되고 공간을 가르는 시각적 경계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로프로 이어진 개별 공간의 장소성은 명확히 차별화되고 활동성은 배가되었다. 이처럼 건물 내·외부의 유연한 개방형 공간들은 슬로프와 고저차의 지형에 따라 변화하는 유동성과 차별화된 장소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다양한 경사 레벨과 공간들의 연결을 통하여 조성된 오픈 공간(Void)은 이러한 유동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처럼 불규칙한 곡면의 투명 유리로 구획된 ‘파티오’(중정)들은 건물 외부공간에 생성된 주요한 상호 교류의 공간으로 내·외부의 공간을 잇는 시각적 연결고리를 제공하며, 옥외 공간의 파티오를 비롯한 건물 내부의 슬로프와 골짜기, 고원들과 경계 없는 공간이 연계되어 건물 내·외부의 유기적인 조형성을 한층 살려준다.
교량형태의 아치형 슬로프는 바닥이 솟아 올라있는 3D 형태로 되어 있다. 이러한 슬로프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건설현장 기술자와의 협의 과정은 험난했다. 당선안을 실현하기 위해 당초의 무주공간 폭이 최대 80m에 달하는 단일형 쉘 구조 시스템에서 곡선판의 아치구조와 수평판의 일반 RC구조의 절충안으로 변경해 경제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곡선판의 구조는 인장 케이블로 강화된 11개의 아치형 다리 구조로 설계 변경했다.
자유 곡선형 슬로프를 따라 형성된 총면적 4800㎡에 달하는 곡선형 유리 파사드는 모두가 따로 분리되는 722장의 유리 중 600장의 형태가 각기 다르다. 3차원 슬로프의 곡면 바닥에 맞추어 유리의 곡면도 변형되므로 해당 구간별 창호 공사를 위한 공법을 고안하여 시공했다.
유리 파사드를 포함한 광대한 외피면적과 단층형 건축물의 디자인 특성에 따른 열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15~40cm에 이르는 바닥 및 지붕 단열재와 고효율의 이중 단열창을 설치하고, 온수 바닥난방 시스템과 호수물을 이용한 저온수 천장 냉각방식 시스템을 장착했다.
환기 시스템은 바닥 덕트 플로어 방식과 지하의 이중 열원설비 장치를 이용한 패시브형 공기순환 시스템을 적용했다. 실내 공간의 고도차를 이용한 수직 개폐창을 설치해 자연풍의 유입을 극대화했다. 또한 중정에 설치한 개폐형 수직 창들은 센서에 의해 환기량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자연 환기방식을 채택하여 쾌적도를 높였다.
거대한 원룸형 실내의 소음간섭과 바닥과 천장, 전면 유리 경계벽의 음향 반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음원의 발생 빈도를 시뮬레이션하고 음향적 위계에 따른 공간별 조닝(Zoning) 계획을 초기 계획단계에서부터 반영했다.
이에 따라 북서쪽으로 갈수록 소음원이 적은 공간영역이 배치되도록 계획했고, 바닥과 천장의 반사음을 해결하기 위하여 카펫 등 흡음재와 조인트 없는 흡음 천장재로 마감했다.
이와 같이 건축물의 물리적, 설비적 환경 특성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과 단열 및 냉난방 시스템, 환기 및 채광 방식, 음향 제어를 위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패시브 설비시스템 등을 적용했다.
(왼쪽)더블스킨 알미늄 메쉬,테라스 by tkujimmylee via flickr, (오른쪽)
The New Museum
'아티스트 빌리지'라 불리는 맨해튼 다운타운의 허름한 창고 구역에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부터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 소호를 중심으로 프린스 스트리트 트라이베카에 새로운 감각과 실험적 장르를 수용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뉴 뮤지엄(The 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1977)이 등장했다. 당시 뉴 뮤지엄의 설립 취지는 새로움을 추구하고, 현대 미술의 잠재력을 홍보하며,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와 함께 한다는 것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기존의 유명 미술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5000만달러의 예산으로 바우어리(Bowery; 맨해튼 동남부의 한 구역)로 옮겨져서 SANAA가 설계하고, 5년간의 공사를 거쳐 2007년 12월에 뉴 뮤지엄을 재개장했다. 이곳에서는 미술계의 창의적 스타일을 인정받는 유명 작가들의 전시를 지속적으로 유치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미술관은 백색의 유리상자를 무작위로 쌓아올린 듯 단순하지만 해학적 느낌을 주는 수직적 볼륨의 외관으로 널리 알려졌다. 또한 평면 형태에 따라 시각적으로 재구성한 독창적 디자인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으며, SANAA의 또 다른 작품인 ‘21세기 미술관’과 함께 2010년 SANAA가 프리츠커 상을 수상하는 주요한 이유가 되었다.
이 건물은 조밀한 도시의 맥락(Context)에 순응해 층층이 쌓아올린 수직형태의 매스를 사선 제한과 평면구성에 따라 엇갈리게 변화시키며 건축물 전체의 볼륨을 구성했다. 이처럼 각층의 어긋난 볼륨의 틈새를 따라 의도치 않게 생성되는 천창과 테라스를 통하여 외부의 자연광이 유입되어 전시공간과 건물 내에 친환경적이고 양호한 시지각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외부에 노출된 유리난간의 테라스는 입면과 볼륨 구성의 주요한 디자인 요소이며 관람객들에게 휴식과 조망을 제공하는 명소가 되었다. 1층의 출입구와 가로의 경계면은 투명유리를 적용해 개방감이 확보되고 다양한 외부환경이 유입될 수 있는 반면에 건물 자체의 존재는 감쇄되어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경계면의 공간들이 주변과 상호 작용하며 대중들이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건물의 외장은 더블스킨 시스템을 채택해 단열 충진된 외피 위에 알루미늄 메시를 대각선으로 교차시키고 특수 제작된 클립으로 고정하였다. 건축가는 거친 도시 환경에 적합한 소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금속 메시의 거칠게 얽힌 형상이 변화무쌍하고 깊이 있는 질감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날씨와 태양광의 각도, 조망하는 거리와 시선의 각도에 따라 색상과 시각적 형상을 시시각각으로 변화시키는 알루미늄 메시를 외장재로 선정했다.
미술관 내부의 또 다른 인상적인 공간은 미술관 3층과 4층을 연결하는 계단이다. 전시나 관람 공간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좁은 폭(너비:1.4m, 길이:15m)을 가지고 있는 이 계단은 층별로 매스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우연히 생겨난 틈새 공간으로 상대적으로 좁고 긴 계단을 통하여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관람객의 심리적 긴장감을 유발시키지만 계단의 끝에서 외부로 열린 오픈공간을 마주하는 순간 극적인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이곳을 통해 연결되는 각 층의 전시 공간은 백색의 집성보드 벽체와 노출마감의 바닥과 천장으로 이루어진 모든 장식 요소를 배제한 미니멀 화이트큐브의 사례를 보여준다.
SANNA의 건축 특성
21st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Art
프로그램 건축 : SANAA의 건축 공간들은 사용자들에게 추상적인 체험을 제공하고, 다양한 공간들과의 상호관계를 경험하게 한다. 공간과 장소의 역사적 연속성을 배제시켜 주변 환경과 요구사항에 적합하도록 원래의 의미와 기능을 재해석하고 프로그램을 이러한 조건에 수렴시켜간다.
일반적으로 기성세대의 건축계획 방법론은 건축물을 중심으로 사용자와 주변의 환경을 일방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수반했지만, SANAA는 계획 초기부터 주변 환경과의 관계와 클라이언트의 요구 조건을 우선순위에 놓고 건축적 문제와의 상호 관계성을 해결하고자 하는 차별화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를 통해 주변 환경 및 클라이언트의 의견, 사용자의 경험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건축적 해결 방안도 동시에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투명성과 개방감 : 세지마 가즈요가 추구하는 투명함이란 물리적 의미에서 빛의 투과에 따른 시각적 의미로서의 투명함뿐 아니라 이를 통해 주변과 연계되고 소통하는 사회적 관계로서의 투명함을 표현한다. SANAA의 건축가 듀오는 건축적 언어로서의 개방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항상 공원과 같은 건축을 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거리에 열린 건축, 거리와 관계하는 건축, 들어가기 쉽고 나오기 쉬운 건축. 그런 철학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공원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나이, 지위, 신분에 관계없이 여러 가지 이유로 모여든다. 산책이나 휴식, 운동, 기타의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자유롭게 각자의 영역을 점유하지만, 공간은 서로에게 개방되고 연결돼 있으며, 사람들은 무의식적인 상황에서도 상호 간의 사회적 관계를 인식하고 또한 받아들인다.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
세지마 가즈요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는 1995년 SANNA 그룹을 공동으로 설립하여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지마 가즈요는 니혼 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게이오가즈쿠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니시자와 류에는 요코하마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SANNA 그룹과 별도로 1997년 니시자와 건축사무소를 설립하여 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요코하마 국립대학교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 제 9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전시회 금사자상 (21세기 미술관)과 2010년 프리츠커 상 등을 수상했다.
SANAA의 주요 작품
SANNA 그룹의 주요 작품으로는 O-Museum(1999년), Christian Dior(2003), 21st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Art(2004), Zollverein school of Management and Design(2006), Glass Pavillion-Toledo Museum of Art(2006), 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2007), The Rolex Learning Center(200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