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허스트타워(The Hearst Tower)는 2006년 준공된 최고 높이 182m의 건물로 현대 건축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모범작이라고 할 수 있다. 스쳐가며 시야에 들어오는 초고층의 현대적인 모습과 일부러 낡은 듯한 디자인을 채택한 저층부는 신(新) 구(舊)의 묘한 대비를 이뤄 인상적인 작품으로 다가온다.
46층, 연면적 8만㎡의 초고층 빌딩인 허스트타워는 뉴욕 8번가(애비뉴; 맨해튼에 남북으로 난 큰 길)와 교차하는 56번과 57번 스트리트(동서로 난 길)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삼각형 형태의 구조를 입면에 반영시킨 독특한 외관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낡아 보이는 저층부의 모습은 실제로 1928년에 건축된 기존 허스트그룹의 사옥이다.
건축주이자 언론재벌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는 1920년대에 향후 사업의 본거지가 될 본사를 맨해튼에 지었다. 허스트그룹은 전 세계의 독자들을 상대로 약 300여 개의 정기 간행물을 출판하고 있으며, 케이블 방송도 제작하고 있다. 기존 건물에 있던 8개의 상징적 조각은 각각 희극, 비극, 음악, 미술, 산업, 스포츠, 과학 그리고 출판이라는 그룹의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기존 건축물의 의미와 커가는 그룹의 미래가치를 신축 건물에 담고 싶었던 허스트 그룹은 영국의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를 선택해 새로운 건물 신축에 착수했고 3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2006년 준공하게 됐다.
허스트 타워는 영국에 기반을 둔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첫 번째 뉴욕시 작품이자 뉴욕시에 세워진 첫 친환경 인증건축물(GOLD LEED)이 됐고, 준공과 동시에 많은 상을 수상하며 뉴욕 초고층 건물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구조
외벽에 드러난 삼각형 형태(Diagonal Grid)의 스테인리스 재료는 4개층을 한 단위로 하는 구조재의 마감으로 건물을 지지하는 구조적인 특성을 입면에 그대로 반영해 규칙적이고 안정된 입면적인 특색을 보여준다. 또한 수평재를 대폭 줄인 구조 형식은 전체 철골 물량을 감소시켜 공사비 절감 효과를 갖게 했다.
모든 건축계획에서 엔지니어링 작업의 첫 단추 끼우기는 구조 형식의 선택이란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건축가가 추구하는 사용상의 기능과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뒷받침하는 구조의 형식은 항상 건물의 파사드(Facade·외관)에 가린 안전과 기능을 담당하는 기술적인 부분이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 형식이 전체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분야(인테리어를 제외한 건축, 기계, 전기 등)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높다. 적정한 구조의 선택이 타당한 공사비 및 사업성의 성패를 가르는 출발이 된다고 봤을 때 대략 2000톤의 철골 물량 절감(표준 업무용도 건축물 대비 20% 절감)으로 환경적인 면과 사업적인 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용된 철골 자재는 60퍼센트가 재활용품이었으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으로 친환경에도 부합하는 계획이었다.
아름답고 의장성이 뛰어난 입면의 경우 많은 공사비가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절제된 구조 형식의 아름다움을 입면에 노출한 디자인 방법은 그동안 접하지 못한 새로운 사례를 제시하며 관련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신·구의 조화 살아있는 공간으로
상층부의 경사진 삼각형의 기하학적인 입면(2006년)과 기단부의 복고풍 디자인(1928년)의 조화는 간단한 작업은 아니었다. 우선 상층부의 4개층에 걸쳐 반복된 삼각형의 구조 부재는 규칙적으로 건축물의 안쪽과 바깥쪽으로 경사져 있다. 그 경사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수직의 외벽보다 더 다양하고 극적인 조명의 효과를 가져왔다. 모던한 상층부와 복고풍의 기단부는 크게 형태면에서는 사각형으로 동일한 평면으로 계획돼 동일감을 갖는다. 문제가 되는 입면의 이질감(OLD and NEW)은 ‘상하부 두 개의 형태가 만나는 6층 상부 부분에 어떠한 매개체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존 건축물의 외벽(6개층)은 2개층과 4개층으로 나뉘어 있으며 4개층 외벽의 상부 기단부는 2개층 외벽의 하부 기단부보다 약간 후퇴돼 형성돼 있다. 이를 똑같이 적용해 상부층의 신축 유리 외벽은 기존 복고풍의 외벽보다 후퇴됐으며, 전체적으로 6개층 높이의 주각(Pedestal)을 갖는 안정된 기둥과 같은 형태를 갖게 됐다.
형태상의 문제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해결을 했으나 신축 건축물에 비해서 적은 숫자의 창을 가지고 있는 기존 층의 외벽은 채광과 층고의 문제가 있다. 이는 몇 배나 커진 새 허스트 타워(Hearst Tower)의 주 출입구와 로비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주 출입구는 주 기단부인 2개층을 이용했으며 4개층의 부기단부는 1개층으로 털어 개방감을 갖는 플라자(Plaza)로 구성해 방문자와 20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공용공간으로 계획했다. 기존 외벽의 부족한 창으로 인한 채광의 문제는 기존 건물의 외벽에서 후퇴된 신축 건물의 외벽과의 틈새에 생성된 지붕 전부를 천장으로 계획해서 보완했다. 이러한 기능을 반영한 계획들의 결과로 기하학적인 형태의 상부 신축 건축물은 마치 빛 위에 떠있는 유리 기둥과 같은 극적인 야간 경관을 갖게 됐으며, 내부 이용객들 또한 천창에서 떨어지는 자연채광이 내벽에 부딪혀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풍성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중간층을 제거하고 천장을 설치해 용도에 적합한 높이와 빛을 갖게 된 기존 건물의 저층부(6개층)는 늘어난 규모의 신축 건물이 요구하는 기능들을 수용하기에 적절해 보인다. 기존 건축물의 외벽을 지키는 것이 기존 사용자들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만약 종전과 같은 위치에 새로운 신축 건물이 생긴다면 기존 사용자들은 아무리 최신의 편리한 건물일지라도 이전의 추억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트리움의 기존 외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고 이전과 같은 감성을 느끼며 신과 구의 공존에서 오는 안정감과 평안함을 느낀다고 하니 낡은 것을 버린 새로운 기술의 도입만이 발전의 척도가 아님이 분명하다. 저층부의 공용아트리움은 건물의 사용자와 방문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으로 허스트 타워에서 근무하는 사용자들은 기존 건축물의 외벽을 유지한 아트리움을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The social heart of the Hearst commu nity(허스트 커뮤니티의 사회적 심장).”
층고가 높아진 로비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많은 유동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도입됐다. 에스컬레이터는 정형의 사각공간에 사선의 획을 그으며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며 3개층에 걸친 실내 분수의 중앙을 가르며 이동한다. 1층으로 흘러내리는 물과 반대로 움직이며 아트리움으로 이동하는 사용자에게 ‘정(靜)과 동(動)’의 새로운 경험을 준다.
뉴욕시 첫 번째 친환경 인증 건축물
현실적으로 4면이 유리인 건축물은 사계절이 뚜렷한 뉴욕의 날씨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저층부 2개층에 걸친 주 출입구와 10개층 높이에 이르는 아트리움 또한 외기 온도 변화에 적절히 냉난방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은 건물 곳곳에 적용돼 있어 친환경 설계의 지표가 되는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 onmental Design) 인증 심사에서 두 번째로 높은 GOLD 등급을 획득해 뉴욕시 첫 번째 친환경 인증 건축물이 됐다. 우선 주 공간인 아트리움에는 몇 개의 친환경 요소가 적용됐다.
첫째, 아트리움은 높은 천정고로 인해 온도 제어가 쉽지 않음을 고려해 라임스톤 바닥재 하부에 코일을 설치하고 계절에 따라 냉수와 온수를 공급하는 냉·난방을 계획했고, 벽 또한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냉·난방 패널은 대공간의 공조부하를 낮춰주고 효율성을 높여 쾌적함을 제공한다.
둘째, ‘Icefall’이라 불리는 아트리움 내 분수는 지붕의 우수를 정수시켜 사용했다. 허스트 타워는 우수를 이용한 재활용 시스템으로 1년에 6.4톤의 수돗물을 절약하고 있으며, 우수의 하수관 유입량도 감소시켜줘 시의 하수처리 비용이 절감했다. 지붕에서 모아진 우수는 건축물 내 탱크에 집수돼 정화시설을 거쳐 사용되고 있으며 조경수의 관수로도 사용되고 있다.
기존 건축물에 식생 하던 조경수 또한 신축 건축물 설계 시 고려가 됐던 사항으로 공사기간 동안 식생에 지장이 없도록 보호됐으며 현재 정수된 우수를 사용해 관리하고 있다. Icefall은 여름에는 냉방효과, 겨울에는 습도조절 효과까지 더해져 공조부하를 낮춰주고 있다. 업무시설 외벽 유리의 경우 여름철 외기 온도로부터의 냉방부하를 고려해 높은 수치의 로이유리로 계획됐다. 저층부의 경우 주변 건물로 인한 그림자를 고려해 천창을 설치해 자연채광과 복사열을 받도록 했다.
내부에 적용된 전등의 경우 자연채광에 따른 조도의 조절이 가능한 센서가 설계에 반영돼 있으며, 모션센서라는 또 다른 센서는 사람이 없는 사무실의 컴퓨터와 전등을 자동으로 꺼지도록 하고 있다. 고효율 냉난방 장비는 냉방과 환기를 위해 70%의 신선한 외기를 유입한다. 내부벽체 마감과 가구, 카펫들은 친환경 페인트와 무독성 마감의 재료들을 사용했다. 콘크리트 마감용 실란트조차 무독성을 사용해서 환경과 사람을 고려한 설계를 적용했다.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노먼 포스터는 ‘Foster+ Partners’의 설립자이자 대표이다.
1935년생인 그는 영국에서 학부를 마친 뒤 예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1967년 현재의 회사를 설립했으며 전 세계 20여 나라에서 다양한 용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50여 년에 걸친 그의 작업들은 한계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도시계획, 도시기반시설, 공항, 관공서 및 공공시설과 상업시설, 개인주택까지도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470개의 건축 관련 상을 받았고 86개의 국제 현상설계 당선에서 보여주듯이 그의 디자인은 인종과 문화를 뛰어넘어 글로벌한 경쟁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1999년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수상한 그의 작품에 대한 수석심사위원의 심사평에서 그의 작품관과 평가를 엿볼 수 있다.
“그는 건축물 디자인에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아름다움과 기능뿐 아니라 그 건축물의 최종 사용자가 될 사람들의 웰빙까지 고려하고 있다.” -빌 레이시(전 뉴욕주립대 교수, 전 프리츠커상 사무국장)
폴란드 메트로폴리탄 빌딩 (Metropolitan, Pilsudski Square, Poland 1997~2003)
폴란드의 필수드스키 광장(Pilsudski Square)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은 연면적 3만8000㎡, 높이 33m의 복합용도 건축물로 1997년 계획을 시작해 2003년에 준공됐다. 메트로폴리탄이 위치한 필수드스키 광장은 바르샤바시의 가장 중요한 공공문화광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거대한 광장은 역사를 지닌 의미 있는 공간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Saski성과 Baroque Bruhl성이 파괴됐던 유래가 있는 곳이다. 메트로폴리탄 빌딩은 광장의 북쪽에 위치하며 유실됐던 광장의 일부를 복원, 완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새로운 계획안은 바르샤바시의 역사유적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조심스럽게 기존의 광장이 갖는 역사적인 문화의 흐름과 개발 및 변화라는 문맥 사이의 조화를 바탕으로 접근됐다.
두 가지를 연결시키는 고리의 역할이 계획에 반영됐다. 또한 주변 건축물의 높이, 크기 등 같은 도시적인 맥락을 읽는 것도 중요했다.
광장의 외곽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은 개방형의 내부중정을 갖고 있어 주민들이 자유로이 통과할 수 있는 보행자 동선을 제공한다. 중정 내에는 바닥형 분수가 계획돼 있고 지역주민들에게 통과를 위한 길 이상의 적극적인 모임과 사교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내부에는 다양한 상점과 소규모 카페, 레스토랑이 지상층에 있고, 상층부는 업무시설 공간이 들어서 있다. 건축물의 외관은 유리와 화강석 두 가지 재료로 디자인됐다. 투과성이 높은 유리를 적용해 건축물은 마치 빛 위에 떠있는 느낌을 준다. 실내 또한 중정을 통해 유입되는 자연광과 외벽의 자연광으로 풍성한 빛으로 가득하며 내·외부 공간의 일체를 느끼게 해준다. 건축물은 보행자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화강석 날개가 없는 통 유리의 건물로 인식되기도 하고,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유리와 돌의 규칙적인 패턴이 디자인된 건축물로 느껴지기도 한다. 돌과 유리의 다른 질감은 계절이 주는 빛과 보행자가 건물을 바라보는 거리에 따라 다른 표정을 보이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대영박물관 그레이트홀 (Great Court British Museum, UK 1994~2000)
이 특이한 형태의 박물관의 원래 용도는 옥외정원이었다. 19세기 준공 무렵에는 온통 서고와 서가로 둘러싸인 정원 기능을 발휘하기 힘든 형태로 변화되고 말았고 현재의 프로젝트는 이러한 공간들에 대한 재해석으로 진행된 작업이라 볼 수 있다. 연 500만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이곳은 루브르박물관, 메트로폴리탄 현대미술관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관람객의 이동 동선이 명확하지 않아 항상 붐비고 길을 잃기 쉬운 구조로 돼 있어 결국 서가를 다 정리하고 새로운 공공공간으로 재해석됐다. 중앙 홀은 박물관의 주 출입구 층에서 진입하게 했고 주변의 모든 전시실을 잇는 역할을 한다. 내부에는 안내를 도와주는 안내실과 서점, 카페가 있으며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서고가 방대한 양의 서가를 보유하고 있다.
투명형의 지붕은 이 모든 공간들이 가능하도록 가장 경제적이고 기술적인 형태로 제작됐다. 강한 일사를 줄여주기 위한 여러 가지 패턴과 방향이 고려돼 설계됐다. 주간 방문자들은 부드러운 간접 채광이 주는 밝은 느낌과 역동적인 패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중앙 홀을 경험할 수 있다. 중앙 홀은 영국 도서관과 박물관 정원의 새로운 보행경로를 만들어내며 영국의 관광명소로 불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알레프 아파트 (The Aleph, Argentina 2006~2012)
알레프 아파트는 노먼 포스터가 2006년 계획을 시작해 2012년 준공한 프로젝트이다.
기존 건축물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의 활기 넘치는 산업, 금융단지 내 위치하며 도시 맥락의 변화로 인한 요구에 의해 리모델링하게 됐다.
그는 도시의 생동감과 문화와 예술의 다양성을 주제로 다양한 입면과 역동감 있는 외관을 추구했다. 또한 지속 가능한, 향후 변화에 대한 대응성을 고려한 사회문화적인 시설들을 계획했다.
용도의 다양성을 수용하며 도심의 맥락으로서 문화적, 예술적 욕구에 대한 요구를 역동적인 형태로 수용했다.
주거 공간은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해야 하며 대지가 위치한 곳의 기후와 라이프 스타일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의 적극적인 대안들이 필요하다. 이에 외부로 열린 발코니와 테라스는 닫힌 나만의 공간이 아닌 자연과 더욱 쉽게 융화하는 삶에 역동성의 동기를 부여하는 공간이 됐고 발코니에 설치된 가로형의 루버는 일사 각도에 따른 시시각각 다른 표정을 제공한다.
각 세대 간 열린 발코니는 이웃에 대한 관심과 교류의 장을 또한 제공한다. 2차 개발계획에는 클럽하우스, 수영장, 스파를 포함한 호텔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