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의 한류시대가 도래했다.
지난해 국내 최대 모바일메신저인 카카오톡이 ‘메신저에서 즐기는 게임’이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이후 국내 모바일게임의 진격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2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2010년 3167억원, 2011년 4236억원을 지나 지난해 9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전체 시장규모 1조원 돌파가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향후 3년 안에 3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게임업계에도 여러 변화가 보인다. 아직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차이 나지만 점점 넥슨,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등 2000년대 한국 온라인 게임을 이끌었던 전통의 강호가 비틀거리고 CJ E&M, 위메이드, 컴투스, 게임빌 등 모바일게임 특화 기업들이 중원전장을 누비고 있다.
글로벌에서도 한국산 모바일게임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구글의 앱스토어인 ‘구글플레이’에서는 상위 매출 10개사 가운데 6곳이 국내 회사였다. ‘퍼즐앤드래곤’의 겅호온라인과 기존 강자인 그리(GREE), 디엔에이(DeNA) 등을 제외하면 위메이드, NHN한게임, 컴투스 등 모두 우리나라 회사가 ‘세계 최고 모바일 게임 개발사’로 선정됐다.
우리나라가 세계 모바일게임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모바일게임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퍼즐앤드래곤
이는 ‘3S’로 정리할 수 있다. 각각 ‘Strength’(강점) ‘Strategy’(전략) ‘Structure’(구조)다. 3S의 요인이 계속 가는 이상 우리나라 게임의 인기도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리나라 모바일게임의 강점(Strength)은 기존에 쌓여있던 노하우가 충분했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계속된 ‘PC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상대적으로 변화에도 민감했다. 뛰어난 온라인게임 개발 인재풀이 많았기 때문에 서서히 모바일 시대로 재편이 돼도 적응하기 수월했다.
실제로 지금 모바일게임 시장을 이끌고 있는 각 회사의 수장을 보면 온라인 게임업계에서 명성을 떨쳤던 이가 많다. ‘윈드러너’의 남궁훈 위메이드 대표는 1990년대 후반 최초의 게임포털 ‘한게임’의 창립 멤버다. 한게임은 당시 테트리스, 고스톱, 포커 류의 웹보드게임을 제공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다가 2000년 이해진의 ‘네이버’와 합병하면서 지금의 NHN이 됐다.
‘다함께 차차차’ 시리즈로 유명한 CJ E&M의 방준혁 총괄상임고문 역시 게임포털 ‘넷마블’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2000년 8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넷마블을 한게임과 종합 1, 2위로 다투는 대형 게임포털로 성장시킨 뒤 일선에 잠시 물러나 있다가 2011년 CJ E&M으로 복귀했다. 이 밖에 정욱 넵튠 대표, 서현승 팜플 대표, 신상철 와이디온라인 대표, 김태영 웹젠 대표 등도 온라인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2000년대부터 온라인 게임 종주국을 이끌었던 이들이 변화한 모바일 시대를 맞이해 화려하게 귀환한 것이다.
한국 모바일게임의 전략(Strategy)도 탁월했다. 이는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메신저의 역할이 컸다. 각 게임회사들도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벗어나 카톡(카카오), 라인(NHN) 등 모바일 메신저에 자사 게임을 탑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입자 8500만명의 카카오톡 내 ‘카카오톡 게임하기’와의 궁합은 매우 잘 어울렸다는 평가다.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의 히트작 모바일게임도 전부 카톡 게임하기 출신인 것을 보면 명확해진다.
최근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은 이들 메신저를 타고 해외진출을 같이 꾀하고 있다. 게임 특성상 화면 내 언어만 현지 언어로 바꾸면 게임을 즐기는데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에 손쉽게 가능한 일이다. NHN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와 유럽 현지에서 라인 가입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게임하기 수요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며 “수익을 같이 배분한다는 측면에서 NHN도 게임개발사도 윈윈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모바일게임 인기는 우리나라 구조(Structure)가 탄탄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바로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이다. 지난 4월 우리나라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수가 2000만명을 돌파했다. 3세대(g)를 포함한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는 지난해 12월 3000만명을 돌파한 뒤 4000만명을 향해 고속질주하고 있다. 인구대비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보급률이다.
이 같은 보급률 때문에 우리나라 모바일게임이 내수시장에서 탄탄히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한 중견 게임업체 대표는 “국내 모바일게임 회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테스트 마켓’을 안고 있다”며 “까다로운 평가기준과 잣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세계에서도 통한다. 국내 스마트폰이 해외에서도 잘 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옆 나라 일본만 해도 아직 스마트폰 보급률이 50%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나머지는 피처폰으로 채워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앵그리버드’의 로비오(ROVIO), ‘클래시 오브 클랜’의 슈퍼셀 등을 거느린 핀란드 같은 신흥 게임국의 추격이 거세다. 국제게임개발업자협회(IGDA)에 따르면 핀란드 게임업계 매출은 지난해 총 1억6500만유로로 전년보다 57% 증가했다. 핀란드 정부는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세제 혜택을 줄 것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의 존재도 있다. 한때 국내 온라인게임 우수인력을 중국 텐센트, 샨다 등 중국 업체가 대량 스카웃해 ‘인재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컸던 바 있다. 덕분에 현재 중국의 온라인 게임개발능력은 국내와 비교해 6개월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모바일게임에서도 같은 사례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