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언제 사람들이 당신의 제품을 구입하는지 알고 있는가? 구입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혹시 시간대별로 구입자들의 성별이나 나이층이 다르지는 않는가? 장소도 다르게 나타나지 않는가? 만약 초콜릿 바와 같은 식품이라면 구입한 사람들이 그것을 언제 먹는지 파악하고 있는가? 이도 역시 연령별로 성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매장에서 구매한 사람들과 실제로 취식하는 이는 다를 가능성도 높다. 취식하는 장소는 집인가, 학교인가, 야외 공원인가, 사무실인가 또는 이 외의 곳인가?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구와 함께 먹는가? 한 번에 두 개씩 먹는 경우는 나타나지 않던가? 혹은 거꾸로 반씩 잘라서 먹지는 않던가? 이 역시 시간이나 장소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다. 만족도도 상황에 따라서 또는 시간이나 누구와 함께 먹는가 등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소비자들의 모든 소비행태를 찍어라
꼭 초콜릿 바가 아니더라도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라도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질문들을 항상 머릿속에 담고 있다. 해답을 구하려고 노력하며, 그 해답을 얻어 마케팅 프로그램 기획을 한다. 해답은 어떻게 구하는가? 그를 위하여 대부분의 경우 마케팅 조사를 한다. 위의 질문들을 정형화된 설문 형태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물어 수치화한 정량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숫자로는 의미가 거의 없어도 소수의 소비자들을 불러 심층적인 대화를 나누며 위의 질문들을 물어봐서 정성적인 대답을 얻을 수도 있다.
매장에 조사원들을 배치해 구입 시간과 행태를 관찰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구입자들의 집안까지 쫓아 들어가서 그들이 실제로 소비하는 행태를 관찰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소비자들에게 구매하고 소비하는 행태를 일기처럼 기록해 달라는 경우도 있다.
직접 조사하지 않고 구매 관련한 데이터를 사서 볼 수도 있다. 대형할인점이나 슈퍼마켓 또는 편의점 체인을 가진 유통기업, 멤버들의 거래 내역을 가진 신용카드 회사, POS라고 부르는 판매시점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소매유통 조사 기업 등의 데이터와 분석 자료가 많이 나와 있다. 이들에게 데이터를 그대로 살 수도 있고, 산 데이터를 가지고 직접 분석을 할 수도 있고, 분석까지 그들에게 의뢰를 할 수도 있다. 데이터를 사고, 외부의 기관을 고용해 분석과 개선책 등의 컨설팅 용역을 맡기기도 한다. 어떤 경우라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요즘처럼 사람들의 기호나 라이프스타일이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시간이 제일 큰 문제다. 아무리 판매 시점의 데이터인 POS를 쓴다고 하더라도 수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단순히 언제 판매가 되었다는 정도의 자료이기 때문에 구매자가 누구인지 카드 회사까지 연결해 보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구매 상황에만 한정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실제 소비하는 정황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런 제한점을 해결하는 시도로 요즘 SNS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각광을 받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초콜릿 바를 예로 들자. 초콜릿 바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언제 많이 언급이 되는지 본다. 그들의 연령과 성별까지 알아 볼 수 있는 게 가능하다. 초콜릿 바와 연관되어 유통 매장의 형태는 어떤 것이, 장소는 어디가, 함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등 함께 언급되는 말들을 보면서 유추할 수 있다.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모집단의 수가 웬만한 정량조사는 물론이고, 통계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정도에 이른다. 전문적으로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가진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데이터의 양은 늘고, 분석은 고도화되고, 소요 시간도 단축되고 있다.
얼굴 보고 성별과 연령을 맞춘다
몇 년 전에 당시 다니던 회사에 어느 IT업체에서 얼굴인식기라는 것을 가지고 와서 실연해 보인 적이 있었다. 아주 초보적인 단계였지만 재미있었다. 60명 정도가 참여하는 회의가 열리는 회의장 입구에 기계를 설치했다. 입장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으면 바로 성별과 연령이 나오는 것이었다. 당시의 정확도는 70%에 약간 미치지 못한다고 개발자가 말했던 것 같다. 사람의 얼굴 사진을 찍고 인식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성능이 개선되어 정확도가 올라가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본 것과 같은 장면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높았던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실제 사용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 수준에서도 한계를 감안한 상태라면 쓸모는 있을 것 같았다. 영화관이나 전시장 같은 사람들의 움직임과 시선이 비교적 고정된 곳에 설치하면 대략 시간대별로 입장객의 인구통계학적 기초 자료는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을 찍는 기술이 조금만 발전하면 백화점이나 음식점 같은 곳에서 역시 그런 통계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가능하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았다.
1990년대 초로 기억하는데 일본 맥도날드에서 10분 단위로 매장 내외의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들을 가지고 시간대별 매출과 주요 메뉴 등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메뉴를 구성해 판촉을 하고 프로그램을 짰다. 기사로 실린 사진들을 본 기억이 있는데, 아침 9시에 그 앞을 다니는 사람들과 오후 4시에 다니는 사람들이 완전히 달랐다. 당연히 내방객도 달랐고, 주문하는 메뉴도 달랐다.
매장 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맥도날드의 나름 야심찼던 그 프로젝트의 사진을 조사회사의 직원이 직접 찍었다고 했다. 얼굴인식기술이 발전하면 굳이 사진을 찍거나 이후에 찍은 사진을 보고 일일이 그 사진에 보이는 사람의 수를 성별, 연령별로 셀 필요 없이 매장 내외의 유동 인구를 계산하고, 인구통계학적인 속성으로 세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얼굴인식기술은 이미 그런 세분화가 가능할 정도로 상당히 발전한 것 같다. 얼굴인식과 비슷하게 홍채인식이 있다. 사람들 눈의 홍채는 모두가 다르다고 하는 사실로 사람을 인식하는 기술인데, 보안시건장치에 실제로 활용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지문인식은 듣기로는 더욱 많이 쓰고 있단다. 터미네이터 류의 영화에서나 첨단으로 보이려 나오던 것이 실제로 쓰이게 된 것이다. 올해 초 열린 전자산업이나 무선통신기기 관련 전시회에 다녀온 어느 친구 얘기로는 3미터 이상 떨어진 상태에서도 홍채인식이 가능한 기기를 실제로 실험해 보았다고 한다. 홍채인식이 되니 얼굴인식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당연히 몇 년 전 초보적인 단계 상태로 보았던 성별, 연령 파악도 더욱 정교해졌을 것이다. 사람들의 얼굴을 가지고, 더욱 정교하게는 홍채로 사람들의 연령과 성별을 구분해 일련번호를 붙일 수 있다.
백화점이라고 한다면 입구에서부터 매장 내부 전역을 커버하게 인식기기를 설치하면 성별, 연령별 구매 행태를 별도의 조사나 데이터를 차후에 구입할 필요 없이 파악할 수 있다. 굳이 백화점 카드나 신용카드 기록을 나중에 수집해 조회할 필요도 없다.
표정으로 감정 상태를 파악한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MIT 미디어랩의 소장을 역임한 프랭크 모스(Frank Moss)란 인물이 MIT 미디어랩의 사람들과 연구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쓴 <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이란 책이 있다. 프로젝트 중의 하나로 ‘페이스센스’라고 사람들의 감정까지 파악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이 소개되었다.
영화 <해리포터>에 출연한 배우들이 다양한 감정 상태를 표현한 1000개의 얼굴 표정 비디오를 20명 정도의 조사패널로 참여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는 감정 상태를 정의하게 만들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합의한 표정을 디지털화해 컴퓨터에 인식시켰다. 그러면 어떤 사람의 사진이든지 컴퓨터가 보고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얘기해 줄 수 있다. 더 많은 샘플을 사용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표정 간의 구분을 더욱 세밀하게 한다면 그 정확도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감정 상태도 더욱 세분화할 수 있다. 그렇게 개발된 기기를 어떤 곳에 활용할 수 있을까?
맥주와 같은 음료는 신제품을 개발할 때 시음회를 많이 한다. 기업 안의 개발 단계에서야 물론이고, 완제품 형태로 내놓은 후에도 대개 소수의 매장에만 유통시키며 마켓 테스트를 하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에게 시음을 시키고는 설문을 받거나 의견을 물어보고 기록하는 게 일반적이다. 7~8명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각 맥주들의 맛을 테스트하는 집단심층면접을 지켜본 적이 있다. 사람들에게 각 맥주의 맛을 보게 한 후 조사 진행자가 맛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집요하게 질문을 했다. “맛이 어떻죠?” “처음 혀끝에 닿는 느낌은 어떤가요?” “입안에서는 어떤 맛이던가요?” “목 넘길 때 무슨 특별한 맛이 있던가요?” “마시고 난 후의 뒷맛은요” 등등의 질문을 한다. 맥주를 자주 마시면서도 그렇게까지 세분해서 맛을 느껴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더욱 신기하게도 조사 참가자들이 각 질문마다 꼬박꼬박 대답을 했다. 과연 그 대답들이 얼마나 실제 그들이 느끼는 맛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정형화된 집단면접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강요된 응답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기가 있다면 굳이 그렇게 억지로 단어를 생각할 필요도 없으며, 설문을 받고 의견을 기입하는 불편을 끼치지 않아도 된다. 마시는 순간순간의 표정만으로 느낌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외관에 대한 만족도 시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하면 된다. 대통령 담화에 대한 시민들 반응도 전화조사 따위로 하지 않고, 발표를 본 사람들의 표정만으로 알 수도 있게 된다. 강의를 하다보면 ‘감’으로 청중들의 반응을 파악하게 된다.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집중해서 듣고 있는지 혹은 지루해 하고 있는지, 피곤한 상태인지 등을 감으로 느껴서 웃긴 얘기를 해준다든지 동영상을 틀어주곤 한다. 그런데 페이스센스가 아주 정교해진다면 실시간으로 연사에게 그들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도 가능하다. 농담에 대한 반응까지 수치화해 즉각 표시할 수도 있겠다.
제품에 카메라 부착은 이미 가능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런 조사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아예 모든 제품에 성별/연령별 인식 이상의 표정인식기까지 설치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 찍힌 영상과 분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 축적,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생활을 침범한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사람들의 이미지를 축적하지 않고 성별/연령별 일련번호로만 처리를 한다면 충분히 법적인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몇 년 전 전자제품 전시회에서 참관자들이 어느 부분, 어느 기능을 눈여겨보는가를 체크하는 카메라를 제품이 전시된 방향에 맞추어 시험적으로 설치한 적이 있다. 이제는 그런 것들이 발달된 카메라 기술과 정보처리기술에 의해서 바로 제품에 내장시키거나 외관을 훼손하지 않으며 부착시킬 수 있다.
올해 2월에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험 사용자를 모집하고, 본격적인 보급 단계에 들어간 구글 글래스가 앞으로 제품에 어떤 식으로 카메라가 부착되고 활용될 수 있을 것인지 그 일단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4월 보스턴 마라톤에서의 폭탄테러사건은 충격적이다.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CCTV 혹은 감시카메라도 큰 역할을 했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더욱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 자료만으로도 현장의 1cm, 1초도 놓치지 않고 재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공공의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설치한 감시카메라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더욱 방대하고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 캠코더가 보급되면서 전문 촬영기사가 아닌 모두가 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캠코더는 한 가정에 하나 정도 밖에 없고 특별한 경우에나 사용하는 기기다. 이런 점에서 스마트폰은 진정으로 모든 이가 창작자이자 기록자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비슷하게 곧 계획된 조사도구나 데이터보다 제품마다 설치된 카메라들이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하며 실시간의 자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