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스트리트로 트렌드세터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일대가 ‘삼성타운’으로 변신하고 있다. 삼성그룹 소유의 리움미술관 진출입로 일대에서부터 약 1km 남짓 떨어진 아우디 매장까지 삼성그룹의 손길이 닿고 있어서다.
고급 아동복 브랜드인 꼼데가르송의 매장이 들어서 있어 이른바 ‘꼼데가르송길’로 불리는 이 일대는 지난해부터 럭셔리한 외식매장과 유명 인사들의 부동산 매입으로 큰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한국의 브란젤리나 커플로 불리는 장동건·고소영 부부가 빌딩을 매입한 것은 물론 얼마 전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와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이 300억원대의 빌딩을 매입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프랜차이즈 업체인 SPC그룹의 사옥과 7성급 호텔의 셰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에드워즈 권의 레스토랑, 해외 유명 외식업체들이 잇따라 매장을 열면서 데이트 코스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이 이 일대의 부동산을 꾸준하게 사들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리움미술관을 시작으로 용산외국인고등학교 옆의 부지, 홍라희·이서현 모녀가 사들인 아우디 매장까지 상당수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울 용산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꼼데가르송길. 이곳에 3번째 삼성타운이 들어설지 살펴봤다.
리움미술관 일대, 삼성 계열사 명의로 가등기
삼성그룹은 현재 리움미술관 진출입로를 중심으로 이 일대 부동산을 집중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로변에 있는 부동산 중 상당수에 매매예약을 한 것이 등기부등본으로 드러난 것이다.
7월 19일 인터넷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용산외국인고등학교 바로 옆 740-1번지 일대에는 제일모직의 SPA브랜드인 ‘에잇세컨즈’ 매장이 올 연말 개장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며 또 다른 출입로에 위치한 739-16번지의 아우디 매장은 최근 홍라희 여사와 이서현 부사장이 공동명의로 매입했다. 이외에도 738-36번지에는 제일모직 소유의 빌딩이 신축 중이다.
아직까지 매매계약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삼성그룹이 선점하고 있는 부동산도 확인됐다. 이른바 ‘가등기’다. 제일기획과 제일모직이 각각 739-12번지와 739-11번지의 부동산에 가등기로 이름을 올렸다. 두 건물에는 사무실과 주유소가 운영 중이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737-4번지에서 시작해 740-2번지로 끝나는 꼼데가르송길의 한쪽 길을 대부분 점령했다. 대로변에 위치한 20개의 부동산 중 절반 이상인 11곳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눈을 돌려 일대를 살펴보면 삼성그룹 소유의 부동산은 더욱 늘어난다. 먼저 740번지 일대에 길게 늘어서 있는 리움미술관은 삼성그룹 재단의 소유다. 리움미술관 뒤에 위치한 럭셔리 빌라는 과거 이건희 회장의 자택으로 사용되다 현재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움미술관 건너편에는 삼성생명의 신축사옥이 공사 중이며 주택단지 안쪽으로 눈을 돌리면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자택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다시 시선을 내려 꼼데가르송길로 가면 초입에는 삼성전자가 스폰서로 참여한 인터파크 씨어터(현재 삼성전자 블루스퀘어)가, 길 끝에는 제일기획 사옥이 이태원 일대를 내려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4km 남짓한 4차선 도로를 놓고 한 쪽을 대부분 삼성그룹이 사들였다”며 “이쯤 되면 ‘꼼데가르송길’이라는 명칭보다 ‘삼성로’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주로 매입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이곳에 패션 매장과 이미지 홍보관을 기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스트리트 건너에는 현대차 소유 부동산도
재계 서열 1위의 삼성그룹이 꼼데가르송길 북측을 차지하고 있다면 도로 남측 라인의 부동산은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삼성그룹만큼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지는 않았지만 두 곳의 등기부등본 상에 현대차그룹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동산은 꼼데가르송길 남측에 위치한 683-140번지다. 이곳에는 현대차 전시장이 운영 중이다. 특이한 점은 이곳이 아닌 바로 옆 건물에 현대차가 근저당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본 건물이 아닌 옆 건물에도 근저당 설정을 해놓고 있는 점을 비춰볼 때 사무실로 사용하거나 차후 전시장 확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내다봤다. 현대차 전시장 건물에서 한 필지를 건너뛰면 현대카드 소유의 683-132번지 부동산이 나온다. 이곳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해당 필지에는 VIP 회원들을 위한 특별하고 럭셔리한 프라이빗 클럽이 조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남측 라인에는 대기업집단 계열 부동산이 눈에 띈다. 남측 초입에 위치한 729-74번지에는 꼼데가르송길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SPC그룹의 ‘패션파이브’가 눈에 띈다. 이곳은 막 구워낸 빵과 이탈리아 스타일의 스파게티 레스토랑이 위치해 있어 한남동과 이태원 일대 부유층들이 자주 찾는 명소다.
683-136번지에는 한국야쿠르트 계열의 코코브루니 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또 제일기획과 가까운 위치의 683-116번지에는 파라다이스그룹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어 트렌드에 민감한 외식기업들과 호텔관광업체들의 높은 관심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