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재창출 통해 후보물질 찾아 항바이러스 활성 검증해 3개 물질 선정 독성 최소화 위한 전임상 시험 진행중
이종화 기자
입력 : 2021.07.08 16:01:51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사진제공=KAIST
국내 연구진이 약물 재창출 방식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8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약물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통한 약물 재창출 전략으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약물 재창출은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약물 또는 임상 진행 중인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방식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선 KAIST 연구팀은 FDA 승인 약물 또는 임상 진행 중인 약물을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집해 6218종의 약물을 뽑았다. 실험으로 모든 약물을 검증하기는 어려운 만큼 치료제 가능성이 있는 약물만 신속하게 선별할 수 있는 컴퓨터 기반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가상 스크리닝으로 38종의 약물을 우선 선정했다. 이 약물들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생물안전 3등급(BSL-3) 실험실에서 세포 이미지 기반 항바이러스 활성 분석 플랫폼을 통해 약효를 검증받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원숭이 신장세포(Vero cell)를 이용한 시험관 실험을 수행한 결과 38종의 약물 중 7종의 약물에서 항바이러스 활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검증된 7종의 약물에 대해 인간 폐 세포(Calu-3 cell)에서 추가적인 검증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3종의 약물에서 항바이러스 활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이 발견한 후보 약물에는 암 및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임상이 진행 중인 오미팔리십, 암 및 조로증으로 임상이 진행 중인 티피파닙, 식물 추출물로써 항암제로 임상이 진행 중인 에모딘 등이 있다. 특히 오미팔리십은 현재 코로나19 표준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대비 항바이러스 활성이 약 2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티피파닙은 렘데시비르와 유사한 수준으로 항바이러스 활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후보 약물 중 하나의 약효를 평가하기 위해 동물모델을 이용한 전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실험 결과 동물에 대한 약물 독성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약물의 독성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유효 농도에 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약물 농도를 찾기 위해 추가적인 전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다른 후보 약물들에 대해서도 전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사진제공=KAIST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상엽 KAIST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신종 바이러스 출현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마련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이를 통해 향후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의 유사한 바이러스나 신종 바이러스 출현 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 7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