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소득이 있거나 거래가 있으면 항상 따라붙는다. 오죽했으면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고 했을까. 이러한 세금의 속성은 인간 생활에서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부부간의 생활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부부가 혼인을 하면 생활공동체인 가정을 형성하게 되는데, 세금은 이러한 가정의 경제생활의 운용 및 해소의 모든 국면에서 영향을 미친다. 아래에서는 부부간 재산의 형성 및 운용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증여세 문제 그리고 부부간 생활공동체를 해소하는 이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증여세 문제를 살펴본다.
먼저, 부부간의 재산관계는 각국의 입법 예에 따라 부부재산의 소유권 귀속방법을 기준으로 크게 ‘부부별산제(Separate Property System)’와 ‘부부재산공유제(Community Property System)’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우리 민법은 부부재산약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부별산제가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부재산약정이 체결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부부별산제가 적용되는 경우가 다수인데, 이에 따르면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일방의 재산으로 된다(민법 제830조).
그런데, 요즘 부부들은 맞벌이로 경제생활을 하거나 부부 중 1인만 경제생활을 하는 경우를 가리지 않고 부부별산제가 상정하고 있는 재산 귀속원칙에 대한 별다른 고려 없이 부부재산을 형성하고 또 운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부부간의 재산형성 및 운용 형태는 매우 다양한데, 부부 중 일방이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을 형성하고 다른 배우자가 이를 운용하는 전통적인 형태에서부터 부부들 각자 경제활동을 하고 그 소득을 각자 관리, 운용하거나 합산하여 관리, 운용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그런데 부부별산제는 부부 각자의 특유재산을 상정하고 있어서 부부재산의 형성 및 운용 형태에 따라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물론, 부부간에는 10년 동안 6억원까지 증여가 있더라도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으나 10년간 부부간 재산이전 누적 규모가 6억원을 넘거나 특히 6억원 미만을 증여한 후 별도로 이전한 재산 규모가 합해져 6억원이 넘는 경우에는 증여세가 과세된다.
예를 들어 대외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A씨는 본인의 전체 소득 중 본인이 사용하는 최소한의 금액만을 남겨 두고 배우자 B 명의의 은행계좌에 이체를 하고, 배우자 B는 자신의 고유 자금과 배우자인 A 로부터 받은 자금을 혼용하여 운용하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과세관청은 A로부터 B로의 자금 이체는 세법상 증여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만약 해당 자금의 이체가 증여가 아닌 다른 사정에 따른 것이라면 이를 납세자가 증명해 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위 사례에서 A가 B에게 자금을 이체한 것은 실제 증여일 수도 있지만 부부간의 생활공동체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증여가 아닌 여러 가지 사유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부부간의 외형상의 재산 이전이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과세관청과 많은 다툼이 있어 왔다.
이와 관련해서 대법원은 부부간의 자금 이체는 자금의 증여일 수도 있지만 ‘단순한 공동생활의 편의, 일방 배우자 자금의 위탁관리, 가족을 위한 생활비 지급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부부간의 자금 이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바로 증여로 볼 수는 없고, 과세관청이 해당 자금 이체를 증여로 추정할 수 있는 사실을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937 판결). 생활공동체인 부부간에 부부재산을 운용하는 형태는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험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부부간의 자금 이체만으로 증여로 추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 특히, 부부 일방이 재테크를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고 또 어느 정도 재테크의 전문성도 있는 경우라면 부부 일방의 재산을 타방 배우자의 명의로 운용한 후 이를 다시 원래 배우자의 재산으로 환원하는 경우와 같이 배우자에게 자금의 위탁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도 자금 이체에 시차가 있다거나 자금 규모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증여로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엄연히 현행법상 부부재산에 대해서는 별산제가 원칙이고 이에 따라 부부재산의 운용 형태에 따라서는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부부재산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되는 경우에 발생하는 세금문제를 살펴보자. 이혼하는 경우에는 상대방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 또는 위자료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민법상 인정되는 재산분할청구권은 혼인 중 축적된 재산에 대해 부부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해 그 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이혼에 따른 생활공동체의 해소로 인해 발생된 재산관계를 청산하고 경제적 생활능력이 없는 이혼 배우자를 부양하기 위하여 인정된 권리이다. 재산분할의 대상은 혼인 중에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을 원칙으로 하고, 배우자 일방의 특유재산은 제외하는데, 다만 특유재산이라도 혼인 기간 중 부부의 일방이 그 재산의 유지에 적극 기여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재산분할은 공유재산의 청산으로 볼 수 있으므로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나, 조세포탈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민법상의 재산분할청구권의 행사에 따른 재산분할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한편, 이혼에 의하여 정신적 손해배상의 대가로 받는 위자료에 대해서도 조세포탈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위자료를 지급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인 재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가 과세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