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구나 흡연실 문 연채 담배 피우고, 전자담배는 대놓고 피워 질병관리본부, 실내체육시설 100곳 간접흡연 실태 조사 ‘담배 발암물질 실내농도’ 당구장-스크린운동장-PC방順 보건복지부 “오는 2025년 실내흡연실 전면폐쇄 계획”
입력 : 2019.10.22 19:22:38
수정 : 2019.10.24 12:47:19
[MK빌리어드뉴스 김다빈 기자] 22일 낮 서울 신당동 A당구장. 점심 식사를 마친 손님 20여명이 5개 당구테이블에서 당구를 치고 있었다. 이 중 30대와 50대로 보이는 두 명이 한 손에는 담배를, 한 손에는 큐를 든 채 흡연부스로 향했다. 이 들은 흡연부스 문을 활짝 열어놓은채 담배를 피우며,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담배연기는 흡연부스 문을 통해 당구장으로 스며나왔다.
이 당구장 사장은 “당구장을 혼자 운영하기 때문에 흡연부스 문이 열려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며 “처음에는 문을 닫아달라고 얘기했지만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고객들이 몰리다보면 못보고 지나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흡연부스 문 활짝 연채 담배 ‘뻑뻑’
같은 날 인근 당구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2개 테이블에서 8명이 당구를 치고 있었는데, 60대로 보이는 손님이 흡연부스가 아닌 테이블과 가까운 출입구쪽에서 담배를 피웠다. 담배연기는 바람을 타고 고스란히 당구장으로 밀려들어왔다. 특히 다른 손님은 아예 테이블 옆에서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곳 사장도 “단골 장사인 당구장 사정상 손님들에게 피우지말라고 제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흡연부스를 이용해달라고 하면 언짢아하기도 하기 때문에 (출입문쪽 흡연을)묵인하곤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12월 3일부터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금연이 시행됐다. 아울러 흡연자를 위해선 별도 실내흡연실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러한 조치로 실내체육시설 안에서 노골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사례는 없어졌다. 대신 흡연부스를 열어놓은채 흡연하거나 전자담배를 피우는 손님 등으로 인해 간접흡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 간접흡연 심각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실내흡연실이 설치된 다중이용시설의 간접흡연 노출 수준 조사(연구책임자 한국환경보건학회 이기영 교수)’는 이들 시설의 간접흡연 실태를 잘 보여준다.
연구진은 2018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다중이용시설 중 실내흡연실이 설치된 100개소를 골라 간접흡연 관련 환경지표 ‘NNK(담배 내 발견되는 발암물질)’ 실내표면 농도를 쟀다. 그 결과, 당구장과 스크린 운동장(스크린골프장, 야구장, 사격장) 볼링장, PC방,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이 간접흡연에 그대로 노출됐고, 그 중에서도 당구장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왔다.
시설별 실내표면 NNK농도는 당구장(평균 1374, 최대 17279pg/mg)이 가장 높았다. 이는 스크린 골프장·야구장·사격장 등 스크린 운동장(평균 842, 최대 3638)에 비해 1.6배~4.7배 높았고, PC방(평균 408, 최대 1319)보다도 3.3~13배나 높았다.
실내흡연실이 설치된 다중이용시설의 간접흡연 노출 수준을 알 수 있는 실내표면 NNK농도 조사결과, 당구장의 NNK농도가 타 시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실내흡연장이 설치된 볼링장(평균 97, 최대 344)과 카페(평균 167, 최대 476)에 비해서는 무려 50배, 36배(최대치 기준)나 높게 나왔다.
이렇다보니, 당구장을 포함한 실내흡연실 설치 시설의 비흡연 종사자도 간접흡연에 그대로 노출됐다. 실내흡연실 있는 곳에서 근무하는 비흡연 종사자(155명)는 전면금연 시설 비흡연 종사자(43명)에 비해 소변 내 니코틴 대사산물 ‘코티닌’ 농도가 2.4배 높았다.
◆정부, 2025년부터 공중이용시설 실내흡연실 전면폐쇄 추진
질병관리본부는 “다중이용시설 내 실내흡연실 설치로 이용객과 종사자가 간접흡연에 노출될 수 있음이 파악됐다”며 “이 시설들은 청소년과 가족단위 이용이 많으므로 흡연실 운영 기준 준수 및 금연구연에 대한 철저한 이행이 필요하다. 향후 이들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도 지난 5월 발표한 ‘흡연 조장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모든 공중이용시설 실내 흡연을 단계적으로 금지, 오는 2025년부터는 공중이용시설 내 실내흡연실 전면 폐쇄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dabinnett@mk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