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달러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조만간 미국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달러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해 6월 22일 1100.3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1년 정도 지난 지금 1150~120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금리 인상 후 두 달 정도 지난 2월 25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241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미 일부 강남 부자들은 발 빠르게 달러에 투자해 상당한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서울 강남 지점 차장은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제로금리 이후 첫 금리 인상을 하기 전부터 미국 달러 자산 투자 문의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달러당 원화값이 1100원 정도 갔을 때 고액 자산가들에게 투자권유를 많이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승안 우리은행 Twochairs 강남센터장은 “지난해 미리 달러를 매수해 기회를 잡은 이들의 경우 지금은 잠시 시장을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기회는 언제나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유효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전문가들 “달러 소폭 강세” 전망
일단 시장전문가들의 원달러 환율 전망부터 살펴보자. 최근 노무라, JP모간, ING, HSBC 등 10개 글로벌 금융사들의 원달러 환율 전망 평균을 보면 오는 3~4분기 달러당 원화값이 1200~1220원 근처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10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상승폭 자체는 그리 크지 않게 예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크게 욕심내서 ‘몰빵’ 투자할 만한 투자처는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달러 강세론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달 초 유안타증권은 “하반기 미국 대선 등 여러 가지 불확실한 이벤트들이 있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돼 달러 강세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우려 확대도 달러값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호재다. 영국의 탈퇴는 유로존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급락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반면 안전자산인 달러는 다시 한 번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있다.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움직임도 아직까지는 달러 강세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마켓워치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다시 달러화 강세 베팅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6월 6일 기준 주간 달러화 강세 베팅 순유입 규모는 120억달러를 웃돌았다. 지난 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대표 PB들도 현시점에서 달러의 소폭 강세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정성원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PB팀장은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달러 강세는 미국 제조업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없어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정화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달러당 원화값이 1200~1250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승안 센터장은 “3월에 1130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추가적인 미국 금리 인상을 예상하면 1200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공성율 KB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현재 환율은 예고된 미국 금리 인상분을 모두 반영한 것으로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되면 오히려 더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수개월간의 환율 상승만큼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달러 강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소들도 많아 달러값의 대세 상승에 무조건 베팅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에 나설 것이며 이로 인해 하반기 달러 재테크가 큰 재미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 대선 주자인 클린턴과 트럼프는 모두 재정지출 확대를 공헌하고 있는 상황이다. 클린턴은 당선 시 향후 5년간 4750억달러(약 560조원)의 자금을 인프라 투자에 지출할 것이며 추가적으로 3500억달러(약 410조원)를 교육부문에 지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본인 스스로를 ‘저금리 인간’, ‘부채의 왕’이라고 표현하면서까지 국방, 교통 등에 재정 지출 확대를 언급하고 있다. 물론 현실화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지만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출 확대는 시중에 그만큼 달러가 많이 풀릴 수 있다는 것이며 달러값이 신통치 않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달러 가격 하락할 때 분할 매수
큰 폭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시중은행의 재테크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달러에 투자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며 분산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단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자산이 되는 사람들은 투자 통화 분산 차원에서 달러 자산을 꼭 가져가라는 충고다.
특히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대외 변수에 의해 경기가 안 좋아졌을 때마다 원화값이 크게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달러 같은 기축 통화는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게 환 재테크 전략의 핵심이라는 충고를 한다.
공성율 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환 차익을 보기 위해 달러를 매입하자는 논리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깝다”며 “외화 투자는 통화 분산투자 차원에서 원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며 달러 이외의 다른 외화 자산 투자는 움직임을 예상하기 어려워 일반인들은 분산투자 효과를 크게 노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황보균 KEB하나은행 올림픽선수촌PB센터 팀장은 “단기적으로 달러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달러를 분할 매수 하는 전략이 주효해 보인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원화는 경제위기가 올 경우 그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사례를 여러 번 경험했다”며 “금융자산의 20%는 세계통화의 기본이 되는 미국 달러 자산으로 보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승안 센터장 역시 “적립식 펀드처럼 달러를 일정금액으로 매달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해보는 것도 좋고 목표수익률을 정해놓고 달성되면 미련 없이 매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자녀가 해외 유학중이거나 달러에 대한 실수요가 있을 경우에도 이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성원 팀장은 “외화 통장으로 달러를 자동이체 시 최저·최고 환율을 정해놓고 최저 환율 이하에서는 자동이체 금액을 늘리고 최고 환율 이상에서는 자동이체를 중지시키는 조건으로 자동이체하는 것도 요령”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적으로 분할 매수를 하되 일반적인 자동이체보다는 조건을 정해놓고 자동이체를 하는 게 매일 수십 번 변동되는 환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동이체를 통한 매수뿐 아니라 목표로 정한 환율에서 자동매도 신청을 하면서 투자 호흡을 짧게 가져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정 팀장은 밝혔다.
전문가들은 달러 등 외국 화폐 자산은 주식보다도 많은 변수에 의해 움직인다고 보통 말한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의 장기 환율 전망은 예상을 벗어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달러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각 금융기관들이 발행하는 주간환율전망 리포트들을 참고하면서 단기 전망을 잘 들여다보는 게 유익하다.
변수가 많은 만큼 목표수익률 자체를 낮추고 투자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게 장기 투자에 비해 유리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달러정기예금·달러ETF 활용해 투자
실제 달러에는 어떻게 투자할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시중 은행 지점에 가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을 해서 보유하는 방법이다. 환전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기 때문에 손쉽게 외화를 이용한 재테크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단 달러를 직접 보관하거나 은행 지점의 금고에 맡겨야 하는 보관상의 어려움은 있다.
지점을 방문해 외화보통예금이나 외화정기예금 통장을 만들어 투자하는 것도 쉬운 방법이다.
황보균 팀장은 “달러 예금을 마치 특별한 자격을 가진 사람만 가입하는 상품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있지만 외화예금에 가입·해지하는 것은 금액 제한 없이 자유롭게 가능하다”며 “현재 미국달러외화정기예금 1년 금리는 연 1.1% 정도로 원화에 비해 낮은 상황이지만 원화정기예금처럼 위험을 꺼리는 고객들에게는 적당한 상품”이라고 추천했다. 달러값 상승의 이익을 얻으면서 최소한의 금리 이익도 얻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외화보통예금 통장을 통해 달러를 매매하려면 인터넷뱅킹을 적극 이용하라는 주문이다.
박 센터장은 “지점을 방문해 예금 통장을 만들면 이후부터는 매번 은행에 나오지 않고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50%의 환율 수수료 우대를 챙기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에서 1만달러를 달러당 1202원에 사고 1217원에 팔았을 경우 지점을 방문하면 15만원의 차익이 생기지만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26만50000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이 밖에 미국 국채 등 채권이나 국내외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달러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매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채권의 경우 미국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리스크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충고다. 공성율 팀장은 “달러로 투자하는 역외펀드 상품들도 고려해 볼 만하다”며 “공격적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은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선진국 국채, 금보다는 주식, 원자재,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역외펀드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일정수준 위험을 부담할 수 있고 투자기간에 여력이 있는 이들의 경우 해외은행에서 발행하는 달러투자 후순위채나 코코본드(특정 사유 발생 시 주식으로 변환되거나 상각되는 회사채)나 달러투자 ELS(주가연계증권)에 투자한다면 국내 정기예금의 3배 수준의 금리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자 및 상환원리금 수령은 달러로 하는데 후순위채와 코코본드의 경우 발행은행의 신용도, 달러 ELS는 발행구조와 기준지수를 잘 검토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