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출신 30대 감독 데뷔작 `쏘우`로 할리우드 주목 "인간의 본능 자극하는 공포와 코미디는 닮은꼴"
김시균 기자
입력 : 2016.06.03 15:44:48
■ 호러물 대가 제임스 완 감독 '컨저링2'로 내한
제임스 완 감독(39)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공포영화 대가다. 말레이시아 출신인 그는 20대에 영화학교에서 만든 8분짜리 단편을 바탕으로 장편 데뷔작 '쏘우'(2004)를 내놨고, 전 세계를 커다란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온 세상 시선이 젊고 작은 체구의 이 20대 청년에게 쏠리게 된 것은 물론이다. 이후 '데드 사일런스'(2007) '데드 센텐스'(2007) '인시디어스 시리즈'(2010~2015) 등을 속속 내놓으며 완 감독은 현실보다 더 공포스러운 호러영화 신드롬을 만들어 나갔다. 특히 한국에서 그의 이름을 알린 대표 영화는 '컨저링'(2013)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3억19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대흥행을 거둔 '컨저링'은 국내에서도 23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호평을 받았다. 역대 외화 공포영화 흥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으니, 순수 공포물의 입지가 나날이 좁아지는 국내 여건에서 단연 고무적인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났고, 완 감독은 다시 한번 전 세계를 오싹하게 만들 채비를 갖췄다. 오는 9일 국내 개봉(북미는 10일)하는 '컨저링2'와 함께 말이다.
지난달 25일 완 감독이 한국을 찾아 서울 영등포구 CGV 여의도점에서 내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자신만의 흥행 공식이 뭐냐"는 물음에 "아마도 '보편성'에 있는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저는 제가 보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것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내가 무서우면 관객들도 무서울 것이라는 생각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만드는 거죠. 관객들이 이번에도 공포에 질려서 (극장 밖을) 나갔으면 좋겠네요."(웃음) 그는 "제 영화의 강점은 드라마적인 요소와 스토리"라고 요약했다.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배역과 스토리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제 나름의 강점이 있다고 봐요. 사실 모든 장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그는 "악령이나 악마를 디자인할 때 스스로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들어간다"고 했다. "마음의 근원에서 악몽을 유발하는 요소가 어떤 게 있나 성찰해보고 그런 두려움에서 귀신이나 악령의 모습을 끄집어낸다"는 것이었다.
'컨저링2'는 전편에 이어 실존 인물인 미국의 초자연 현상 전문가 워렌 부부의 사건 파일을 다시 한번 더듬는다. 그중에 가장 강력한 실화인 '영국 엔필드에서 일어난 폴터가이스트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워렌 부부가 겪은 수많은 사건 중 가장 무섭고 기이하고 특별한 실화로 알려져 있다. 공포물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완 감독은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공포라는 건 고통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등장인물들이 힘겨운 일들을 겪지만 영화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 흥미와 재미"라고 강조했다. "공포와 코미디는 자매 관계예요. 둘 다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죠. 웃기면 웃고 무서우면 눈을 가리고 소리 지르듯, 본능이나 감성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둘 다 반응이 즉각적이에요. 언젠가 다른 장르를 만든다면 그건 코미디가 되지 않을까요."(웃음)
일단 완 감독의 차기작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쿠아맨'과 '모탈 컴뱃' 등 초대형 작품들로 포진돼 있다. 하지만 언젠가 공포영화 대가가 만든 코믹영화를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