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글로벌 공동기획 | (33)] 세계의 건축·건축사…렌조 피아노의 더 샤드(THE SHARD) 런던의 상징 유리조각 초고층 건축물
입력 : 2014.11.21 15:25:32
도시 속의 은빛 미학
더 샤드(THE SHARD)는 런던 템스 강변에 위치한 유럽 최초이자 최고의 초고층 건축물이다. 런던 브리지 역(London Bridge Station)과 연결되어 있으며, 최고 높이는 310m, 건물 층수는 지상 72층에 지하3 층이다. 건축물 용도는 사무실, 바(bar) 및 식당, 호텔, 전망대가 있는 복합건축물(Multi-Complex Building)이다. 건축공사는 2009년 3월에 시작해 2012년 7월 준공하였고 2013년 2월 1일에 공식 개장했다. 샤드(SHARD)는 유리조각 혹은 유리 조형물의 조각 형태 건축물을 형상화했다. 더(THE)가 붙은 것은 영국에서 최초의 초고층 건축물이라는 의미다. 사람을 존중하는 합리적 사회인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현대의 초고층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연면적 12만6712㎡(약 3만8330평)의 이 건물엔 엘리베이터 44대, 에스컬레이터 8대가 설치되어 있다. 외부 파사드에 사용된 유리면적은 5만6000㎡(1만1000유닛 패널). 지상72층, 지하 3층이지만 주차장 수용 규모는 48대에 불과하다. 런던 도심지 교통난을 고려한 것이다. 런던 브리지 역은 하루 20만명, 일 년에 5000만 명이 이용하는 런던의 대표적으로 복잡한 역으로 더 샤드와 지하철로 환승할 수 있다. 더 샤드의 높이는 런던의 상징인 빅벤(Big Ben, 96m) 혹은 세인트 폴 성당(St Paul’s Cathedral, 111m)의 약 3배이며 파리 에펠탑(Eiffel Tower, 300m, 무선안테나 높이 제외)보다 더 높다.
개발업자는 셀러 프로퍼티그룹(Sellar Property Group)의 어빈 셀러(IRVINE SELLAR), 시공사는 메이스(MACE)이며, 건축설계를 담당한 건축가는 파리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이탈리아 출신의 렌조 피아노(Renzo Piano). 프로젝트 예산을 관리한 PM회사는 영국의 터너앤타운젠드(Turner & Townsend)이다.
하이테크 건축에서 초고층 건축으로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는 이전까지 초고층 설계 실적이 없었지만, 건축주와의 첫 만남에서 식탁 위 냅킨에 초기 콘셉트(기획안)를 스케치해 설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한다.
렌조 피아노는 40여 년간 세계적 건축가로 활동하였으며, 1971년 영국의 건축가 리차드 로저스와 함께 파리에 위치한 퐁피두센터 공동 현상설계 당선으로 하이테크 건축시대를 꽃피웠다. 그는 2000년에 이 건물 설계를 시작했다. 런던 브리지 인근의 지역적 특징과 사람이 살고, 일하고, 즐기는 공간을 초고층 건축물에 프로그래밍하고자 하였다. 설계 착수에서 공사착수까지는 약 9년이 소요되어 2009년 공사가 시작됐다. 설계와 인허가 행정 기간이 길었던 것은 과거와 전통을 존중하는 영국인의 습성상 새로운 발전을 꾀하더라도 기성세대를 설득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더 샤드(THE SHARD)의 유리조각 이미지는 빅토리아 시대 도크에 정박해 있는 수많은 범선들의 돛을 내린 마스트의 숲 모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초고층 복합건축물로 24개 층의 업무시설, 3개 층의 바 및 식당, 중간부분에 호텔이 있으며, 상부에 주거시설과 최상부에 전망대를 설치하여 런던의 랜드마크적 이미지를 표출하였다. 유리나 금속은 은빛 하이테크 건축을 표현하기 좋은 소재이나, 철골과 유리의 크리스털적 표현 속에는 대규모 구조건축물로 공사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외관(파사드)의 경우 각 층 바닥에서 천장까지 탁 트인 전망을 위하여 바닥에서 위층 바닥까지 1개 층을 하나의 유닛으로 설치하였다. 투명한 저철분 3중유리를 사용했는데 더블스킨(이중구조의 외벽면) 유리와 유리 사이에 전동 모터 블라인드를 설치하여 자동 개폐하도록 했다. 영국 특유의 햇빛, 흐림 그리고 갑작스런 비 등의 변덕스런 날씨에도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하여 최첨단 에너지 절감기법을 도입했다. 최상부에 설치한 첨탑부분의 전망대는 조선소 드라이 도크에서 철골로 조립하여 설치하였다.
기존 업무시설을 철거하고 기초공사를 시작하였는데 기초 하부에 120개의 파일을 깊이 54m로 보강한 후 4m 높이의 콘크리트 기초를 설치하였다. 골조공사는 일주일에 1개 층이 올라가는 공정으로, 일일 최대인력 1450명을 현장에 투입해 공사를 했다고 한다. 착공에서 준공까지 총 공사기간은 40개월이 소요되었다.
Photo by Forgemind ArchiMedia
세계의 초고층 건축물과 국내 초고층 건축물
세계의 초고층 건축물은 그 건물을 소유한 기업과 도시 및 국가의 상징물로 역할과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초고층 건물은 건축공학의 기술력뿐 아니라, 그 나라의 사회여건이나 문화를 대표하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국가 역량의 표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고 높이를 추구하는 것도 초고층을 넘어 점차 극초고층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 이후 시작된 초고층 건물은 근대에 와서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에펠탑으로 전환점을 이뤘다. 300m 높이와 이를 오르기 위한 엘리베이터의 발명은 고층 건물의 발달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했다. 미국에선 1871년 시카고 대화재 이후 재건 사업으로 고층화가 시작되었고, 연이어 뉴욕의 도시 인구 팽창으로 저층건물의 고층화를 유도하는 정책과 더불어 엘리베이터와 강재 구조의 비약적 발전으로 초고층 건물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1931년에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102층, 381m)은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1971년, 110층, 417m)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뉴욕의 랜드마크 구실을 했다.
미국에서 시작한 초고층 건물 경쟁은 1990년대 들어 아시아로 이동했다. 고층 건물이 경제 발전의 상징적 존재로 여겨지면서 1998년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 88층, 452m), 2004년 타이페이 101(Taipei 101, 101층, 508m)이 잠시 세계 최고 높이 건축물이 되었다. 하지만 2008년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 160층, 830m)가 완공되며 순위가 변하였다. 중국은 2009년 상하이에 세계금융센터(SWFC, 101층, 491m)를 완공하면서 세계 3위 높이의 건물을 갖게 되었다. 중국은 세계금융센터(SWFC) 건물 바로 인근에 상하이타워(126층, 681m)를 건설 중인데, 이 건축물이 완공되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물이 될 것이다.
국내의 초고층 건축물로는 현재 공사 중인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지상 123층, 최고높이 555m로 단연 두드러진다. 이 건물은 상업시설, 오피스텔, 업무시설, 7성급 호텔이 계획된 복합건축물로 최상층 10개 층은 전망대, 카페, 그리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공공공간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초고층 높이에서 부는 바람에 저항하기 위해 내풍 설계가 적용되었고, 진도 7 이상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태양 전지패널, 풍력발전기, 건물 외부차양 시스템 등 다양한 친환경기술과 첨단공법이 적용됐다. 건축설계는 미국 KPF(Khon Pedersen Fox Associates)가 담당하였으며 건축물 형태는 한국 전통의 유려한 곡선미를 모티브로 설계하였다. 평면과 단면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타워의 곡선은 ‘고려청자’, ‘한복’, ‘한국 건물의 처마끝’ 등 한국의 전통적 소재가 지닌 선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등 한국의 전통미를 21세기 첨단 건축물로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렌조 피아노(Renzo Piano) 1998년 건축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다. 1937년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이 모두 건설업에 종사하였고 그 영향으로 그는 건축가의 길을 택했다. 그의 작품에는 건설업을 하던 가족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무언가를 실제적으로 짓고, 만들어낸다는 중요한 전통이 있다. 렌조 피아노는 아버지로부터 건축가로 그치지 말고 건설가가 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렌조 피아노의 사무소는 ‘렌조 피아노 설계사무소(Renzo Piano Architect)’가 아니라 ‘렌조 피아노 건축공방(Renzo Piano Building Workshop; RPBW)’이라고 한다. 1980년 설계사무실을 오픈하여 현재 파리, 제노아, 뉴욕 사무실을 파트너십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파리 퐁피두센터, 호주 시드니의 주상복합, 일본 오사카만 인공 섬의 간사이국제공항, 베를린의 포츠다머 플라츠 재건 마스터플랜, 스위스 바젤의 베일러 재단 미술관, 뉴욕의 뉴욕타임스 빌딩 등이 있다. 전 세계에 걸쳐 주택, 아파트, 사무실, 쇼핑센터, 박물관, 공장, 스튜디오, 공항터미널, 전시장, 극장, 교회, 다리, 선박, 도시계획, 재개발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렌조 피아노의 다른 작품
파리 퐁피두센터
조르주 퐁피두센터는 일 년에 700만명이 방문하는 파리의 관광 명소로 파리 국립근대미술관, 도서관, 공업디자인센터, 음악 음향 연구소로 구성된 복합문화센터이다. 1970년에서 1977년에 걸쳐 지어졌다. 1969년 샤를 드골에 이어 프랑스 대통령이 된 조르주 퐁피두는 파리에 근대미술관, 공공도서관, 디자인센터, 음악 음향학 실험연구소로 구성된 독특한 문화센터를 건립하기로 결심하였다.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두 명의 젊은 건축가, 영국의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와 이탈리아의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공동 설계안이 채택되었다. 설계안은 대상 부지의 절반에만 건물을 배치하고 나머지는 광장으로서 남겨 두었다. 지면에서 경사진 광장 공간은 건물의 접근로와 길거리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거대한 철골 트러스 속에 복합시설을 구성하면서 건축물의 설비 요소를 노출한 파격적인 설계로 대담한 이미지와 자유롭게 내부의 변경이 가능한 하이테크 설계안이란 평을 듣고 있다.
퐁피두센터는 너비 166m, 길이 60m, 높이 42m이다. 건축물이 마치 기계와 같이 ‘공간’을 생산하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건축물의 기능적 요소인 복도와 설비 등이 모두 구조체 바깥쪽에 배치되어 축구장 두 배에 이르는 7500㎡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그 외 건물의 기능적 요소들은 독특하게 배치되어 있다.
트러스로부터 만들어진 기둥의 메가스트럭처는 외벽면에 위치하여 외부 골격처럼 보이는 구조화된 장식으로 레이트 모던 건축 양식 요소들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은 건물 안쪽에 있어야 할 설비부분들이 모두 건물 바깥쪽에 배치됐다. 화장실과 소방법규에 의한 방화셔터를 제외하면 기둥, 배관, 계단, 벽, 그 어떤 것도 없다. 이러한 설비요소들을 색깔로 구분하여 청색은 물, 녹색은 공기, 황색은 전기, 적색은 엘리베이터 혹은 에스컬레이터 그리고 엘리베이터 기계실은 붉은 상자로 표출하였으며, 공조에 필요한 열교환기는 하얀 버섯모양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빌딩
뉴욕타임스 빌딩은 지상 52층 건축물로 2007년 11월 19일 공식 오픈했다. 거리에서 건물 내부를 볼 수 있는 설계안으로 마치 ‘숨기는 것이 없다’라는 언론사의 이미지를 표출하고 있다. 빛과 날씨에 의해 건물 색깔이 변화하며 건축물 전체가 빛의 일부이며, 투명성을 강조하였다. 설계자 렌조 피아노는 이를 요약하여 “나는 뉴욕을 사랑하고, 그것을 이 건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빌딩은 유리 및 철골구조이지만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바닥에서 천정까지 투명창 파사드로 구성했다. 일부 노출콘크리트가 사용되었지만 저녁노을의 건물외관은 붉은 황금색(marigold)의 빛을 발하고 있다. 건물의 주요 특징으로는 세라믹 로드(ceramic rods)의 더블스킨 구, 연간 에너지절감 30% (광센서 조광제어시스템, 자동 롤셰이드시스템, 재실감지센서 등 활용), 주요자재의 95% 재활용, 목적지향층 엘리베이터 사무실내 와이파이에 의한 무선접속 등이다.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
오사카 만에 인공섬을 조성하고 만든 국제공항으로 1994년 9월 개항했으며 국제 설계공모를 통하여 렌조 피아노가 설계자로 선정된 프로젝트이다. 인공섬 위에 펼쳐져 있는 공항건물의 지붕은 마치 거대한 글라이더처럼 보이며 지상에 내려앉은 비행기 같은 형태이다. 영국 오베 아룹(Ove Arup)의 엔지니어와 함께 공항건물 지붕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류를 연구해 그 형상을 결정하고, 연속적으로 이어진 유려한 곡선의 지붕은 환기설비인 덕트 없이 실내 공기가 이동할 수 있도록 하였다. 터미널의 길이는 1.6km로 인공섬이 가라앉는 것에 대비해 기둥은 조정할 수 있게 설계하였다. 1995년 한신 대지진 때 이 슬라이딩 조인트 덕분에 공항 건축물은 피해가 없었으며 유리창도 깨지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