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다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의 성장 전망을 낮추면서 양적완화를 끝내고 출구전략을 추진하던 미국에선 금리인상 시기를 늦춰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에선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긴축 이행여부를 둘러싸고 주요국들 사이에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대조적으로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그림자금융이나 부동산 침체 때문에 세계경제의 위험요소라던 중국은 수출이 급증하고 주가가 뛰면서 돈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급락하던 일본 엔화가 반등하는 통에 엔저 몸살을 앓던 한국 수출기업들은 모르핀 주사라도 맞은 듯 반짝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며 한국이 초미의 관심사로 지켜보는 환율은 또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한국은행은 지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2%까지 끌어내렸다. 세계경제가 방향을 알 수 없게 흔들리고 있어서다.
실제 세계경제 삼대 축 가운데 하나인 유럽에선 이미 마이너스 금리까지 채택한 ECB가 다시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도 심각한 상황을 인식해 성장 정책을 펴기로 했다. 대조적으로 경기회복을 확인한 미국은 금리인상을 포함한 출구전략을 구체화하고 있고, 중국은 부양책을 쓸 단계는 아니라며 선별적 자금지원을 하며 시장을 통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의 세 축은 모두 다르게 움직인다. 방향을 분간하기 어렵게 되자 IMF는 우선 세계경제가 부정적이란 쪽에 무게를 두었다.
IMF는 지난 10월 7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성장 전망을 7월에 했던 것보다 0.1% 포인트 낮춰 3.3%로 예상했다. 또 내년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보다 0.2% 포인트 낮춰 3.8%로 수정했다.
크리스티안 라가르드 IMF 총재는 10월 초 조지타운대 강연에서 세계경제의 위험에 대해 “6개월 전 생각했던 것보다 취약한 상황”이라며 우려했다. 올리비어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추세가 약하고 균등하지 못하다”고 했다.
IMF가 이 정도로 얘기하는 것은 경제가 훨씬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경제를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도 세계지식포럼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IMF나 미 연준(Fed) 사람들은 나도 놀랄 만큼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어찌됐든 세계경제가 이처럼 불확실성에 빠진 것은 유로존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데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일본의 경기회복세마저 부진하기 때문이다. 중동이나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점도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까지 침투한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세계경제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세계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중국”이라며 “중국 경제의 하락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했다.
세계 주요국 경제 4국 4색
경제전망이 흔들리면서 세계 주요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지난 9월 19일 1만7279.14를 기록하며 미국 경제회복을 나타냈던 다우지수는 10월 들어선 초반 10여 일 동안 하루 걸러 약 1.5%포인트씩 빠지는 등 심한 조정을 겪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8일 1.2%가 빠진 데 이어 14일엔 2.38%, 16일에 다시 2.22%가 하락하는 등 크게 출렁댔고 독일 DAX지수도 10일 2.4%, 15일 2.87%나 빠졌다. 한국 코스피가 널뛰기를 한 것은 당연했다.
이 와중에 일본 엔화는 10월 초만 해도 달러당 110엔에 육박할 만큼 초약세 행진을 이어갔으나 최근 강세로 돌아서 10월 20일엔 달러당 107엔 전후에서 움직였다. 상대적으로 달러당 900원대로 진입할 수도 있다고 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던 원화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고조된 탓에 약세로 돌아서 10월 8일엔 1074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당연히 시장의 변동성도 급격히 늘어났다. 미국 변동성지수는 10월 중순 한때 30을 돌파하며 최근 3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고 한국의 변동성도 1년 4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시장이 요동치는 데 대해 폴 모티커-리 BNP파리바 뉴욕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와 시장은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경제 사건의 역사를 안고 있다”며 “심리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그 이벤트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세계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요인으로 대부분 중국의 둔화를 꼽는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이 글로벌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며 글로벌 경기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중국 경제는 상당히 좋지 않고 당연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타격을 받을 것 같지만 실제 사정은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미국경제 예상 밖 호조, 금리 인상 가능성
세계경제, 특히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무래도 여전히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자 세계의 소비를 주도하는 미국의 동향이다. 현재로선 미국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옐런 FRB 의장은 지난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미국 경제는 연 3% 정도의 성장을 기록할 만한 수준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실업률이 추가로 내려가면 인플레이션도 연준 목표치인 2%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IMF의 전망보다 훨씬 좋은 수치다.
IMF는 이번 세계경제 전망 때 미국의 올해 성장 예상치를 7월에 내놨던 1.7%보다 0.5%포인트나 올린 2.2%로 수정 발표한 바 있다. 그렇지만 IMF의 집계가 늦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미국의 호전은 IMF의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미 연준이 출구전략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것도 사실은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10월 FOMC(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연준이 발표한 베이지북 역시 “미국 경제가 보통에서 완만한 정도(modest to moderate)로 성장하고 있다”고 제시해 시장의 낙관론을 키웠다. 이번 베이지북에서 미국 12개 지역 연준은행은 대체로 고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대부분 지역에서 알맞은 근로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가운데 보통 정도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소비지출도 늘어나고 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같은 미국의 상황을 반영해 연준이 10월 FOMC 회의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3분기 7.3% 성장, 해외 관광 열풍도
세계 이코노미스트들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느긋한 입장이다.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3분기 7.3%로 나온 지난 9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월에 비해 15.3%나 증가해 2013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아이폰6 등 가공무역 부품 수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무역흑자는 전달보다 소폭 축소됐다.
리카싱 중국 총리는 “올해 7.5% 성장 목표를 달성할 것이며 이를 밑돌더라도 경착륙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경제 불안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리 총리는 특히 중국 정부는 성장의 속도보다 고용창출이나 환경오염 억제 등 질을 중시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성장률 목표 7.5%에 연연치 않겠다는 것이다.
인민은행 역시 부양책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며 낙관적 전망을 뒷받침했다. 경기가 둔화된다고 하지만 서비스업 비중이 확대돼 고용 여건이 나아지고 있는 만큼 구조조정 대상인 부동산이나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 등에 돈이 들어가게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느긋함은 해외여행으로 입증되고 있다.
메릴린치는 중국의 해외여행객은 2000년 1000만명을 넘어선 후 연평균 18.8%로 증가해 지난해는 9820만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는 상반기에만 18.7%가 늘어나 5410만명이 나갔고 연간으로는 대비 18.2% 늘어나 1억1600만명이 나가 1550억달러를 쓸 것으로 예상했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중국 내부의 구조조정은 착착 진행되고 있고 경기 역시 상당히 괜찮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의 신규대출은 8월 7030억위안에서 9월엔 8570억위안으로 늘어나 경제활동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중장기 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단기대출이 소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메릴린치는 중국인민은행이 총수요를 목표치 이내로 통제하면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IMF의 블랑카드 이코노미스트도 “중국경제는 현 단계에서 연 7~8% 성장하고, 내수 및 서비스업 확대로 장기적으로는 연 6%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당국이 고율의 성장도 가능하지만 건실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장률을 통제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유로존 = 제로존;추가 양적완화 불가피
ECB의 대규모 양적완화를 비롯한 적극적 금융정책으로 위기를 벗어나던 유로권을 비롯한 유럽 지역은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나름대로 선전하던 독일마저 급격히 둔화되고 있어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독일의 8월 수출은 전월 대비 5.8% 감소해 2009년 1월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같은 달 독일의 공장수주는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며 수출과 내수가 함께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주 수출시장이던 중국과 러시아가 위축된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경기가 급랭하고 있다. 무디스는 최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aa2로 강등하고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달았다.
독일마저 주춤하면서 유로존 GDP 증가율은 지난 분기에 0%에 그쳤다. 이 때문에 유로존이 아니라 ‘제로 존’이라는 넋두리까지 나오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빠져들 수 있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IMF는 유로존이 내년 상반기까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4월엔 20%정도라고 했는데 10월 발표 땐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유로존 지도부가 갈등을 빚고 있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금융정책마저 실기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해 자금순환을 활성화하려 하지만 바이즈만 독일 연방은행 총재가 강력히 반대해 빠른 시일 내에 부양책을 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프랑스가 재정목표를 어긴 예산안을 내놓아 주요국 간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프랑스를 제재해야 한다고 하지만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모든 나라가 긴축을 실시하면 경제성장은 더 둔화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좌파당이 연정 탈퇴를 거론하는 것도 프랑스가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유로권은 두 눈 멀뚱멀뚱 뜨고 침체로 빠지는 것을 바라봐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10월 10일 S&P가, 14일엔 피치가 프랑스의 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그리스 사태도 심상치 않다.
불꽃 꺼지는 일본 소비세 시비 가열
일본의 8월 산업가동률은 전월 대비 1.7% 하락하며 5개월 연속 떨어져 아베노믹스의 한계를 보여줬다.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41.2) 대비 하락한 39.9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가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해지자 IMF는 올해 일본의 성장률 전망을 7월에 냈던 것보다 0.7%포인트나 낮춰 0.9%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2014 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을 0.3%에서 0.1%로 하향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아베 정부의 소비세 인상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내에선 소비세율을 놓고 찬반양론이 뜨거워지고 있다.
S&P의 오가와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세율을 추가로 인상해 경기회복을 저해할 경우, 재정 건전화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성장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GDP의 250%나 되는 정부부채를 안고 있는 아베정부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일본이 국가부도를 피하기 위해서는 소비세율을 19%까지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고령화라는 지적도 있다. 어떤 정책을 써도 쉽게 먹히지 않을 만큼 고령화가 진전돼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환율전쟁, 엔화 추가 약세 가능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때 정책 당국자들은 통상 두 정책을 저울질한다. 금리를 내려 돈을 풀어 내수를 부양하는 것과 자국 화폐의 가치를 끌어내려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원고 압박을 심하게 받던 한국 정책 당국자들은 엔저 특수를 누리던 일본이 환율을 조작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는 지난 IMF연차총회에서 “유럽과 아시아는 지속적인 외환시장 불균형을 해결하고,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쟁적 평가절하를 삼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FOMC도 같은 지적을 했다. 저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강세가 지속돼 부작용이 컸다는 것이다.
미국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준금리를 0% 가까운 수준까지 내리며 엄청난 돈을 풀었다. 경제논리로 따지자면 달러화 공급이 폭증했으니 달러 값이 떨어져야 맞다.
실제 일부 화폐에 비해 달러화 가치는 한때 떨어졌다. 그런데 올해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상당히 올랐다. 특히 엔화 약세가 심했다. 루 재무장관의 발언은 그래서 일본을 겨냥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달러당 110엔 선까지 떨어지던 엔화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렇지만 일본 내에선 엔화가 더 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조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는 엔화를 제외한 대다수 아시아 통화들에 대해 강세를 보여 왔다. 현재의 엔화약세는 그동안 과도한 엔화강세가 재조정되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엔화를 약세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중국에 대해선 매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환율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중국 정부가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현 시점에선 중국의 통화정책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다만 위안화의 국제화가 진전됨에 따라 위안화는 앞으로 자연히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미 ECB는 외환보유고에 위안화 표시 자산을 편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위안화에 대한 대우를 환율 논의를 넘어 국제화폐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한편 유로존은 경기회복을 위해선 추가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 유로화 역시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메릴린치의 출구전략 스케줄 전망“연준 내년 6월부터 금리인상 나선다”
미 연준은 지난 9월 FOMC(공개시장위원회) 미팅을 통해 2011년 정했던 ‘통화정책 정상화(Monetary Policy Normalization) 원칙과 계획’을 업데이트했다. 또 정상화 과정에서 유연하고 실용적인 자세를 견지해 상황변화를 감안해 필요할 시 세부 접근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
연준은 여기서 어떤 원칙을 선호하는지 제시했다. 대표적인 게 대차대조표 규모와 구성비를 보다 빨리 정상화하고, 또 향후 몇 년간 모기지 기관의 MBS 매각을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SOMA(연준 시스템의 공개시장 계정) 포트폴리오에 보유하고 있는 증권(채권) 만기 시 재투자도 조기에 종료키로 했다.
이 말은 연준이 미국 모기지 사태 당시 사들였던 모기지 관련 MBS를 털어내 과도하게 부풀어졌던 자산과 부채를 줄임으로써 본래 미세조정을 하던 과거의 중앙은행으로 돌아가고, 아울러 미국의 시중금리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그 작업을 얼마나 빨리, 또 어느 것부터 먼저 할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 때문에 앞으로 시장에 채권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BOA메릴린치가 연준이 어떤 경로로 출구전략을 시행할지 타이밍과 순서를 예상했다. 특히 실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금리 인상이라고 했다.
2015년 6월 금리인상 시작 전망
메릴린치는 우선 첫 번째 금리인상은 2015년 6월에 단행하며 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2015년 후반과 2016년 동안 FOMC 회의를 두 번 할 때마다 한 번씩 금리를 인상해 2016년 말 기금금리를 1.75~2.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 기준금리가 장기적으로 평균 3.5%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기채권 재투자는 2016년 초까지는 이어지고 이후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릴린치는 연준이 보유 물량을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축소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지만 연준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은 과거 기준으로 볼 때 아주 오랜 기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출구전략? 속도 아주 느릴 것
연준은 출구전략을 느린 속도로 진행하기를 선호한다는 게 메릴린치의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율이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서두를 필요가 없고 서두르다보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준이 출구전략을 일찍 시작하는데 일종의 강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어 실제 출구전략을 하더라도 일시중지하거나 때때로 완화적 금융정책을 섞는 과정을 반복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