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변경을 계기로 단순히 옷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라 브랜드를 통해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생활문화기업으로 재도약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4월 1일 새로운 CI선포식에 나선 구본걸 LF회장의 일성이다. 7년 전 LG에서 계열분리된 LG패션이 ‘주식회사 LF’로 사명을 변경했다. LF는 ‘Life in Future’의 약자로 ‘고객 개개인에게 알맞은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는 미래 생활문화 기업’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이유로 ‘LG’와 함께 ‘패션’이란 단어도 사명에서 지웠다. LF 측은 “그동안 LG패션은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산업 트렌드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인 패션업에 국한되지 않으려고 고심해왔다”며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용이한 브랜드를 갖춘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미래를 만드는 손’이라 명명한 새로운 CI는 LF의 L과 F를 사람의 손 형태로 형상화, 안정적인 균형과 완벽함을 의미하는 정육면체로 표현했다. 생활문화기업의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1974년 반도패션이란 사명으로 패션사업을 시작한 LF는 2006년 LG상사에서 법인이 분리됐고 2007년에는 LG에서 계열분리됐다.
이후 7년간 남성복 중심에서 여성복, 캐주얼, 아웃도어, 액세서리, 편집숍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계열분리 당시만 해도 7000억원대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지난해 1조4000억원대로 두 배나 성장했다.
공격적인 경영스타일과 패션 사업의 찰떡궁합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LG라는 커다란 우산이 주는 신뢰감도 있었지만 구본걸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과 패션 비즈니스가 잘 맞아 떨어졌다”고 성장요인을 분석했다. LG그룹과의 계열분리 후 LF는 남성복 위주에서 여성복, 캐주얼, 아웃도어, 액세서리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패션기업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한편으론 ‘닥스’ ‘마에스트로’ ‘헤지스’ ‘라푸마’ 등의 브랜드를 매출 1000억원대 이상의 파워 브랜드로 육성해 시장 지배력을 키워 나간다.
특히 브랜드별 인지도 상승과 매출 성장이 돋보였다. 일례로 닥스가 남성복에서 여성복, 골프, 액세서리 분야로 영역을 넓혔듯이 ‘헤지스’와 ‘질스튜어트’에 같은 방식의 마케팅 전략을 적용했다. 그 결과 2000년 초반만 해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헤지스는 젊은 고객 중심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여성, 골프, 액세서리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며 빈폴, 폴로가 2강 체제를 구축하던 국내 캐주얼 브랜드 시장을 3강 체제로 변화시켰다. 또한 해외 브랜드는 국내 판권을 인수해 한국 시장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의 상표권을 인수했고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알레그리’는 글로벌 M&A를 성사시켰다.
해외에서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지난 2007년 중국 3대 패션기업인 빠오시냐오(报喜鸟) 그룹과 헤지스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LF는 이후 철저히 프리미엄 전략을구사해 현지 고소득 전문직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2년에는 국내 패션 브랜드 최초로 대만시장 진출 계약을 체결하고 2013년 3월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해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태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중국사업의 부진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LF의 중국사업은 140억원 적자였다. 2012년(173억원)에 비해 적자 규모가 줄긴 했지만 중국 진출 이후 적자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 되는 건 버리고 되는 건 키우고… 선택과 집중
사실 사명변경은 LG패션이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될때부터 거론되던 문제였다. 더 이상 계열이 아닌 상황에 매년 거금의 로열티를 지불하며 LG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0년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자 이러한 의견이 다시금 탄력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선 “반도패션 창립 40주년이자 구 회장 취임 10주년인 올해가 LF에겐 특별한 해”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사명변경에 적기라는 말이다. LF 측도 이러한 정황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사명 변경작업에 착수했고 LG와 패션을 모두 지운 LF가 최종 낙찰됐다는 후문이다. 지난 4월 1일 새로운 CI선포식 이후 LF는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구본걸 회장은 최근 임원들과 만나 “매장 운영의 활성화와 현장 중심의 영업 강화를 위해 기존 영업부서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시장변화를 빨리 읽고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 조직을 재정비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생활전문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첫 걸음인 셈이다. 한 업계의 관계자는 “패션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매출 외형도 탄탄하게 키우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라고 분석했다.
보유 브랜드도 재정비에 나섰다. 실적이 부진한 사업은 접고 잘 되는 사업은 키운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결단은 구본걸 회장의 과감한 경영과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안 되는 매장은 문을 닫으라”며 내실 경영에 집중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여성복 브랜드 TNGTW의 철수. 올 여름까지만 전개하고 전국의 단독 매장을 모두 닫기로 했다. 현재 TNGTW는 LF 계열 편집숍 ‘어라운드더코너’와 TNGT 복합 매장을 포함해 전국 49개 매장에 유통되고 있다.
LF 측은“남성복 TNGT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브랜드를 정리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핵심 브랜드인 닥스와 헤지스는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방침이다.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와 액세서리 부문도 힘이 실리고 있다. 막스마라, 닐바렛 등 기존 수입브랜드가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에는 프랑스 컨템포러리 브랜드 ‘까르벵’을 새롭게 전개할 예정이다.
유통분야 역시 영역확장을 노리고 있다. 이미 계열사를 통해 외식업(LF푸드)과 유통사업(인터스포츠)을 경험했던 LF는 앞으로 패션 제조업뿐 아니라 유통업까지 사업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미 운영 중이던 ‘라움’ ‘라움 에디션’ ‘어라운드더코너’ 등 세 종류의 편집숍 중 라움은 지난 3월 서울 압구정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재개장하며 각 브랜드의 색깔을 재정비하고 있다. 자체 생산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를 함께 판매하는 ‘엣코너(A.T.corner)’도 론칭할 예정이다. 향후 백화점 유통망을 중심으로 순차적인 매장 확장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명 변경 이후 생활문화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하면서 자회사 LF푸드의 외식사업도 회자되는 분위기. 2007년 서울 역삼동의 씨푸드 레스토랑 ‘마키노차야’를 인수한 뒤 자본금 100억원으로 설립한 LF푸드는 2008년 일본 라멘 브랜드 ‘하꼬야’의 가맹사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