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Japan]가전 못난이 삼형제, 샤프·파나소닉·소니…완전히 망가질 뻔 했는데 기사회생
입력 : 2013.03.07 16:09:19
수정 : 2013.03.26 14:34:52
샤프 日 휴대폰 시장 1위 자리 애플에 내줘
일본 서부 미에현의 작은 지방도시 가메야마시.
시로 진입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세계의 가메야마’라고 써진 스티커가 붙여진 샤프 벽걸이 TV가 걸려 있다. 지난 2004년 이 지역에 샤프 공장이 들어서면서 가메야마는 전 세계에 ‘샤프 도시’로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창업 10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샤프는 기념식에 사용할 떡 주문을 취소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위상이 초라해졌다. 지난 몇 년 새 샤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샤프는 1912년 하야카와(早川)전기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3년 후인 1915년 현재 회사명의 유래가 된 ‘샤프 펜슬’을 발명해 대히트를 쳤다.
1953년엔 일본 제1호 TV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1964년 세계 최초로 트랜지스터 계산기를 개발해 정보기술(IT) 사업을 촉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어 1973년에 소형 LCD를 최초로 실용화했고 1991년 텐리 LCD공장을 세워 LCD패널 양산 경쟁을 촉발했다. 2001년에는 ‘21세기 TV’라는 타이틀을 내건 아쿠오스 브랜드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이처럼 샤프는 글로벌 전자업계에서 전설과 같은 기업이었다. 수많은 제1호 전자제품을 생산해냈고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에서는 ‘종가(宗家)’로 불릴 만큼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100년 기업’ 샤프도 최정점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는 데는 불과 3년도 걸리지 않았다.
샤프는 2000년에 매출 2조엔(약 28조원)을 달성했고 2006~2007년에는 3조엔(약 43조원)을 넘을 정도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주력 가전제품인 TV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2004년 가메야마에 LCD 제1공장을, 2006년 10월에는 2공장을 가동하는 등 가전제품에 투자를 확대했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던 걸까. 가메야마 공장에 대한 투자금을 뽑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2008년 리먼 쇼크가 터지자 TV 수출시장은 위축되고 엔화 가치는 오르기 시작했다. 반면 경쟁업체인 삼성과 LG는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잠식했다.
2007년 영업이익이 1251억엔(1조4000억원)에 달했던 샤프는 이듬해 마이너스 1258억엔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2011년에는 영업이익 적자규모가 무려 5200억엔(약 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07년에 2조5000억엔을 넘나들던 시가총액도 지난해 주가급락으로 10월에는 1788억엔까지 곤두박질쳤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내에서 6년간 1위 자리를 차지해온 휴대폰 시장도 애플에 빼앗겼다.
지난해 일본 휴대폰 시장은 외국 기업인 애플이 점유율 15%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샤프와 후지츠는 각각 14%, 삼성전자는 8%로 4위를 기록했다.
샤프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국내외 직원 1만여명을 감원하고 대만 전자업체 훙하이에 지분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샤프의 경영 실패 요인으로 단조로운 제품 구성을 우선 꼽는다.
TV와 밥솥 등 가전제품 수출에 주력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여기에 한국의 삼성·LG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부상하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신규 사업을 찾기보다 가전 부문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했다. 물론 샤프도 새로운 사업을 전혀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10년 미국의 태양광 발전기 제조업체인 ‘리커런트 에너지’를 3억500만달러(약 330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에는 에너지 부문이 샤프 전체 매출의 8%까지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태양광 사업도 부진해지자 지금은 리커런트 지분 재매각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샤프도 지난해 4분기(10~12월)는 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초 회사 측은 4분기 역시 60억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엔저로 인해 26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2012회계년도(2012년 4월~2013년 3월) 전체로는 영업이익 적자폭도 전년 동기(5200억엔 적자)보다 크게 줄어 1550억엔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파나소닉B2B 사업에 사활 걸다
지난 2011년 사상 최악의 7700억엔(약 8조9000억원) 적자를 낸 파나소닉도 지난해 4분기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시장에선 파나소닉이 170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엔저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346억엔으로 이익 폭이 커졌다. 파나소닉은 자체 추산으로 1달러당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지면 연간 23억엔(약 270억원)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엔화가치는 달러당 78엔대에서 12월 말에는 85엔대로 7엔가량 떨어졌다. 계산상으로 엔저 효과로만 161억엔의 영업이익이 늘어난 셈이다. 4분기 흑자 전환이 매출 실적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회사 측도 잘 알고 있다.
카와이 히데아키 파나소닉 전무는 “디지털 가전제품의 판매 부진으로 매출은 감소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노력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파나소닉은 TV와 같은 오디오·비디오(A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 시장으로 사업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를 위해 2010년 8200억엔(미화 약 104억달러)을 들여 인수한 산요전기를 통해 태양광 발전과 전기차용 배터리 등 에너지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아직은 에너지 사업부문의 매출이 미미하지만 2016년에는 1조엔 이상의 매출을 가져올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낙관하고 있다. 그렇다고 백색가전 부문에서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한국과 경쟁에서 밀리는 TV 사업은 축소하는 대신 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 부문을 현지 생산을 통해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2015년 가동을 목표로 유럽에 처음으로 백색가전 조립공장을 설립할 계획인데, 이곳에서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연간 총 100만대 생산할 방침이다. 또 브라질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에서도 차례로 백색가전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 외 드라이어나 전기면도기 등 미용 가전제품 등 틈새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소니 게임·모바일·의료기기 사업 자리잡을지 관심
소니의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9% 증가한 1조9480억엔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마이너스 108억엔(약 1300억원)으로 8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 기간 게임부문 매출이 지난해보다 15.1% 급감했기 때문인데 소니의 주력 게임기인 PS3와 PS비타(PSP 포함)의 판매 부진이 주요 원인이 됐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용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휴대용 게임기 판매가 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소니도 계속되는 실적 악화로 인한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그룹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다. 도쿄에 있는 본사 사옥을 매각하고 전 세계 직원 1만명 감원 등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지난 1월에는 뉴욕 맨해튼 소재 미국 본사 건물을 11억달러(약 1조1600억원)에 이미 매각했다. 구조조정과 함께 차세대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엔터테인먼트와 모바일, 의료기기 등 ‘4대 분야’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자회사인 ‘소니 엔터테인먼트네트워크’를 통해 영화와 음악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월 국내에도 개봉된 애니메이션 <몬스털 호텔>도 소니가 제작한 것이다. 그룹 홈페이지는 소니가 제작한 만화 영화나 일본에서 인기 있는 음악순위를 소개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게 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사이트처럼 꾸며 놓았다.
소니는 또 의료기기 사업이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기둥’이 될 것으로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 2010년 미국 일리노이의 생명과학 회사 아이시트(iCyt) 미션 테크놀로지를 인수했고 2011년에는 휴대형 혈액검사 장비 전문업체인 마이크로닉스도 인수했다.
이 외 현재 애플·삼성이 양분하고 있는 스마트폰 모바일 시장도 꾸준히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소니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5%로 애플 삼성에 이어 ‘초라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곧 출시 예정인 ‘엑스페리아Z’를 통해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에 도전장을 던지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