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의 실질적 대주주는 농민조합원이다. 전국에 있는 240만 농민이 농협은행의 주주이자 이용자다. 그런 만큼 경로나 방법만 다를 뿐 국가를 지원하는 것이나 농민을 지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방법이 효율적이고 농민 조합원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볼 뿐이다.”
“협동조합 자체가 자본주의 체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조직”이라고 강조한 신충식 NH농협은행장은 금융을 통한 나눔경영으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은 경제의 혈맥이라고 하지 않는가. 금융이 잘 돌아가도록 해서 경제가 살아나도록 하는 것, 이것이 자산 206조원 규모 금융기관으로서 NH농협은행이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이다.”
농협은행의 주 고객이 중소기업이나 서민인 만큼 이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새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 방향과도 맞아 떨어진다는 게 신 행장의 생각이다.
“농협은행은 기본적으로 중소기업과 서민을 지원하고 있다. 149조원의 총여신 가운데 17조원의 지급보증과 19조원의 정책자금 등을 제외한 110조원가량의 자금이 가계와 기업에 나가 있다. 이 가운데 대기업 대출은 거래 관계 때문에 나간 10조원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모두 중소기업과 서민 금융이라고 보면 된다.”
유럽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움츠러들면서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의 자금난이 심각한 만큼 정책자금을 받아다 푸는 등 적극적으로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정식 시중은행이 된 이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각별하다.
“정책금융공사의 자금이나 한국은행의 C2자금(총액한도대출자금) 등 저리의 자금을 최대한 가져다가 중소기업 등에 지원할 것이다. 자체 자금도 6000억원 정도를 추가해 3조원 정도를 지원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출범 첫해를 ‘기업금융 도약의 해’로 정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선 농협은행은 중소기업 특별출연이나 보증서담보대출, 동산담보대출 등으로 자금을 지원한 것은 물론이고 대출 상한금리 인하, 4종의 여신 관련 수수료 폐지, 연대보증 폐지 등으로 중소기업의 비용을 줄여준 바 있다. 또 성장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에 3주에 걸쳐 무료로 회계분야 등을 밀착 컨설팅해서 성장 발판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5대 은행으로 자리매김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견기업 지원은 아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분간 중소기업이나 서민금융 지원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중견기업 대출은 아직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위주의 지원을 할 것이다. 특히 서민금융 지원을 앞으로도 더 할 것이다.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새희망홀씨대출’과 ‘바꿔드림론’ 등으로 돕고 금융감독기관과 공동으로 서민금융 애로를 청취하는 일도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118억원의 ‘새희망홀씨대출’로 저소득 서민의 생활자금과 소상공인의 자활을 지원한 바 있다. 또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7회에 걸쳐 맞춤형 서민금융 상담도 했다. 올해는 서민금융 지원 전담점포인 ‘희망금융플라자’와 영업점 전담창구 등을 설치해 체계적인 서민금융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게 농협은행의 구상이다. 특히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강하게 추진할 가계부채 정상화에도 적극 나설 것임을 밝혔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가계부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맞춰 적극적으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채권 만기를 연장하거나 연체이자의 납부를 유예하고, 분할상환이나 프리 워크아웃(Free Workout) 등의 채무 구조조정도 고려하고 있다.”
오랜 서민금융의 역사를 갖고 있는 농협은행은 설립 취지에 맞게 활발히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해 지난해 1236억원 정도를 냈다. 덕분에 사회공헌 1위 은행에 선정됐고 중소기업 지원 최우수 금융기관으로 대통령상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가장 좋은 사회공헌은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금융지원을 제대로 하는 것이란 게 농협은행의 생각이다. 채무조정 외에 중도금 대출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도 그래서다.
“대출을 연장해주는 것도 하나의 나눔이다. 금전적 나눔일 뿐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나눔이다. 그렇게 해서 돈이 돌아가게 되면 경기는 살아날 것이다. 전문가들이 올해 경제를 상저하고로 전망했다는데 희망이 보이는 게 아닌가.”
신 행장은 다른 은행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은행연합회에서도 적극적으로 경제회생을 지원할 수 있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하우스푸어 대책과 관련해선 개별 은행이 나서기엔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하우스푸어 대책은 금융기관이 해야 하느냐 재정으로 해야 하느냐 논란이 있다. 그런 만큼 어느 한 은행이 하기는 어렵다. 자칫 잘못 나섰다간 역선택에 걸릴 수도 있다. 독자적으로 하기는 어렵고 감독당국에 문의해 할 것이다.”
국내은행 최고 수준 신용등급 건전성 양호
농협은행은 현재 S&P를 비롯한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은행권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받아 글로벌 위기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맡길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농협은행에 준 장기 신용등급은 A(무디스 기준 A1)이며 등급전망은 ‘안정적(Stable)’이다.
그렇지만 은행의 안전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연중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고 한계 점포나 사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농협은행이 지난해 출범 전 300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는 등 내부유보를 확대해 손실흡수 여력을 높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건전성 관리가 금년의 화두”라고 밝힌 신 행장은 기본적으로 자금을 적극적으로 돌려 경제를 살리는데 힘을 쓰겠지만 가능성이 희박한 곳에 대해선 빠른 구조조정을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건설 조선 해운 등 경기민감 업종의 부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실 감축을 통한 건전성 제고를 전사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얘기다.
“해운이나 조선업체들 가운데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을 잘 살펴서 사업성이 있다면 적극 지원할 것이다. 다만 전체적으로 여전히 공급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곳은 워크아웃을 해야 한다.”
PF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사업장별로 관찰해 정상화가 가능한 곳은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할인분양, 시공사 교체 등의 방법으로 정상화를 추진하고 부진한 곳에 대해선 상각하거나 외부에 매각해 조기에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자금지원이나 구조조정은 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게 신 행장의 견해다. 지금은 금융기관들이 자기 이익만 보려고 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다중채무자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1금융권은 대부분 선순위 담보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 2금융권이 문제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 (정부가) 신용보증기금 등에 출연하면 10배까지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풀어야 경제가 돌아간다.”
계열사 연계해 수익성 높이기 주력
구조조정을 추진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수익성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수익이 있어야 리스크도 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순이자마진이 감소할 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침체나 유럽 재정위기 등 악재가 이어져 실적관리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고금리 예금을 점차 축소해 조달비용을 낮추고 우량고객 여신이나 B2B·매입외화 등 단기여신을 늘려 운용수익을 늘리는 방법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수익성을 제고할 구상도 밝혔다. 아울러 방카슈랑스나 펀드 판매, 외환수수료, 스마트폰 결제수수료 등 비이자 이익을 늘리는 방법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금융지주 출범 원년을 보내면서 조직이 안정됐고 지난해 있었던 사업구조조정 비용도 줄어들 것이므로 올해는 중소기업이나 가계를 지원하기가 좀 더 용이할 것이라고 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계열사와의 연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주사 출범 전 자회사가 4개였는데 출범 후엔 은행 생보 등 7개가 됐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 상품 개발이나 판매 등에도 힘을 쓸 것이다. 농협은행은 특히 귀농 프로그램을 연계한 보험이나 펀드 등의 상품을 내놨다. 귀농에다 증권의 수익성과 보험의 보장성 등을 덧붙인 것이다. 앞으로 캐피털을 활용하는 등 2금융권 상품도 연계할 것이다.”
유통부문과의 시너지는 괄목할 만하다. 농협판매장 이용 시 10% 할인혜택을 주는 ‘NH채움하나로카드’는 지난해 말 기준 출시 1년 반 만에 57만좌를 넘어섰다. 우량 농식품기업 여신도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팜스테이나 안전한 먹거리, 귀농 프로그램을 연계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게 농협은행의 구상이다.
이와는 별도로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나 연금수급을 연계한 신상품을 개발하고 미래세대를 위해선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한 서비스를 특화하는 등 생애주기 맞춤형 고객관리에 나설 계획도 세웠다. 5대 은행에 걸맞게 국제화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크레디아그리콜과의 제휴는 아주 성공적이란 게 자체 평가다.
“농협은행이 60%, 크레디아그리콜이 40%를 내서 운용사를 설립해 운용하고 있는데 크레디아그리콜 쪽에서 확대를 요청해 왔을 정도다. 국제화를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농협은행은 올 상반기 중 뉴욕지점을 개설하고 베이징과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해외진출을 강화해 이 부문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구상이다.
세종시 금고은행 선정
지난해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 전환으로 완전한 시중은행으로 출범한 농협은행은 세종시 금고은행과 정부세종청사 입점은행으로 단독 선정되는 등 어느 정도 조직의 경쟁력은 입증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등의 문제는 과제다.
이에 대해 신 행장은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금전적으로 막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농협은행의 급여 수준은 타행의 90% 안팎에서 조정하고 있다. 주주인 농민들의 어려움을 알고 함께 느끼며 돕는 데서 즐거움을 얻는다는 심리적 보상이 우선 직원들에게 적지 않은 위안을 줄 것이다. 다만 이제 은행이 됐으니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려할 것이다.”
본부와 지방 업무를 두루 섭렵한 신 행장은 등산을 즐긴다. 지난 1월 1일엔 임직원들과 함께 자주 찾던 청계산 정상에 올라 ‘2013년 사업 추진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 본부조직을 슬림화하고 영업조직을 강화한 그는 올해 경영목표를 ‘안정과 성장의 조화를 통한 지속적인 수익기반 구축’으로 설정했다.
산을 걷듯이 묵묵히 은행을 이끌고 있는 그가 올해 어떤 성과를 낼지 궁금하다.
신충식 NH농협은행장
충남 예산 출신으로 용산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나왔다. 1979년 농협에 입사해 1986년까지 서울시지회에서 근무한 뒤 전주교육원 회원지원부·기획실·종합조정팀 등에서 근무하다 천안성정출장소장을 맡았다. 외환위기 뒤 본부 금융기획실 부부장을 거쳐 충남지역본부 신용부본부장과 천안시 지회장을 역임했고 임원 승진 뒤 충남지역본부장을 역임했다. 2011년 농협중앙회 전무를 거쳐 지난해 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금융지주 초대 회장 겸 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지난해 6월부터 은행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