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로 우울했던 한 해를 보내고 맞은 2013년 경제 전망 역시 청사진을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의 경우 성격상 조기 해결이 쉽지 않아 투자심리의 회복을 지연시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경제 역시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체 성장동력인 중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지속적으로 구사하기는 곤란해 보인다.
높은 해외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 전망 역시 그리 밝지 않다. 이렇듯 부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한 해를 맞게 됐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 ‘희망’적인 요소를 찾는다면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라 할 수 있다. 경제회복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된 2013년을 관통할 키워드 7가지를 꼽아봤다.
1. 디레버리징의 역습, 드리워진 저성장의 먹구름
많은 전문가들과 유력기관들은 세계 경제가 내년에도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저성장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부채 부담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과정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은 세계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100%를 넘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 일반적으로 디레버리징 과정에서는 고강도 재정긴축이 동반되며 위험회피 심리로 높은 실업률과 투자와 소비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2.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
지난 한 해는 세계적으로 ‘선거의 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치이벤트가 넘쳐났다. 국내를 포함한 주요국은 선거를 치르면서 정책적인 불협화음과 불확실성이 고조됐지만 올해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2월로 예상되는 이탈리아 총선과 9월 독일 총선을 제외하면 2013년은 세계적으로 별다른 정치적 이벤트가 없다는 점 역시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역시 작년 11월 “중국과 미국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금융안정 및 금융개혁, 실물경제의 균형을 맞추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3. 위기관리, 생존의 문제로
지난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위험이 우리 사회를 위협했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초래된 경기침체는 물론 각종 범죄와 자연재해 등 수면 위로 드러난 위험이 먹구름을 드리웠다. 이제 이러한 위험은 상시화됐고 생존의 문제로까지 부각되면서 리스크 관리에 대한 관심과 필요가 더욱 커진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많은 기업들은 비상대비체제를 갖추고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를 위험상황에 대비해 위기관리를 시스템화하고 매뉴얼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 ‘가계부채’라는 이름의 시한폭탄
가계부채 문제는 사실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증가율 측면에서도 경제성장률을 앞지르고 있다. 최근 가계부채 연체율은 높아지고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담보가치도 떨어지면서 가계부채 관련 리스크가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한 가계부채문제의 해결은 2013년 새 정부의 0순위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5. 수출회복 지연 내수회복 시급
유럽 등 선진시장의 침체로 국내 수출경기 역시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수출 경쟁국가인 일본 엔화가 약세를 띠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가격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에 따라 국내 내수시장을 개선시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니다.
2011년 4분기 이후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비 기준 1%대의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소비 위축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소비는 물론 어려운 건설경기 개선과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6. 고령화, 일할 사람이 없다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의 감소는 올 한 해 세계 경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자녀 낳기 인구정책을 유지해온 중국은 올해 처음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같은 이유로 중국을 이을 ‘세계의 공장’ 타이틀을 놓고 동남아 국가들과 중남미의 멕시코 등이 각축을 벌일 것이라 내다봤다. 또한 일본에선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처음으로 25%를 넘어 은퇴자를 중심으로 한 내수 중심의 경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7. 스마트화 물결 가속, 랩톱을 삼킨 모바일
스마트폰, 태블릿PC로 이어지는 개인용 기기의 ‘스마트화’ 물결은 올 한 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2013년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보급이 최초로 데스크톱PC와 랩톱컴퓨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자금과 인재가 모바일 산업에 쏠리는 현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의 합병 가능성을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