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애플 아이폰 3GS의 한국 상륙. 당시 국내 제조사와 통신 업계는 말 그대로 충격에 휩싸였다. 제대로 된 견제나 대항마도 없이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와 그 위력을 지켜만 봤다.
3년이 지난 올해 10월 아이폰 출시를 앞둔 국내 제조사들은 제각각 최종 병기를 앞세워 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제조사들이 쌓아온 하드웨어 내공과 꾸준히 향상돼 온 사용자 환경의 개선을 통해 아이폰5 공습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는 아이폰5 출시가 10월 중순일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출시일까지 조정했지만 아이폰5의 출시는 전파 인증과 애플의 공급 물량 부족의 영향으로 다소 늦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제조사들은 각각의 장점을 강조하며 사활을 건 스마트폰 판촉전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9월 17만원에 갤럭시S3가 팔렸던 ‘갤럭시S3 대란’과 아이폰5의 대기 수요로 초반 성적표는 좋지 않다. 그러나 아이폰5가 상륙하고 연말 시즌이 본격화되면 다시 한 번 스마트폰 시장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팬택 테두리 두께 줄여 크기 최소화
10월 스마트폰 대전에 먼저 포문을 연 곳은 팬택이다. 9월로 출시시기를 앞당겨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 M스테이지에서 5.3인치 쿼드코어 스마트폰 ‘베가R3(IM-A850)’ 출시 행사를 열었다. 지난달 말부터 이통 3사의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팬택 ‘R3’는 최근 출시된 최고 스펙의 부품을 조합한 최상의 하드웨어를 갖췄다. 미국 퀄컴의 쿼드코어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S4 프로’, 2GB 램(RAM), 1300만 화소 카메라 등 막강 하드웨어 조합은 베가R3 성능을 배가 시켰다.
팬택은 애플이 강조한 장점 가운데 하나인 한 손으로 스마트폰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크기를 최소화했다. 베젤(테두리)을 3㎜대로 줄인 것이 비결이다. 특히 급속 충전 기능을 넣어 100분이면 2600㎃h의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된다. 스마트폰과 예비 배터리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도록 별도의 연결 단자를 하나 더 제공했다. 가격은 99만9900원이다. 팬택은 이 제품부터 기존 스카이 브랜드를 버리고 ‘베가’ 브랜드를 스마트폰에 적용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에서 강력한 하드웨어만큼 쉽고 재밌고 간편한 기능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사용자의 감정을 표현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문자메시지에 담긴 감정을 파악해 문자 발송 시 말풍선이 변경되는 ‘감정버블 메시지’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날 팬택은 그동안 지켜온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2위 자리를 LG전자에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준우 팬택 사업총괄 부사장은 “베가R3가 현존하는 최고, 최강의 쿼드코어폰이라 자부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LG전자 역시 배수진을 쳤다. 휴대폰 명가 이름을 되찾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한 ‘옵티머스G’와 5인치 스마트폰 ‘옵티머스 뷰2’를 지난 9월 28일 동시에 출격시켰다.
대화면 스마트폰인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2와 한 손으로 조작이 가능한 애플 아이폰5에 동시에 맞불을 놓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출시 이후 이어져 온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를 깨기 위해 사활을 건 총력전에 나선 것.
1300만 고화소 카메라 장착
옵티머스G 역시 R3와 마찬가지로 통신반도체 전문업체인 미국 퀄컴이 새롭게 선보인 4세대(G) 롱텀에볼루션(LTE)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국내 스마트폰 중 가장 고화소인 1300만 화소 카메라를 LG이노텍에서 공급받아 장착했다. LG이노텍이 소니에서 카메라 반도체를 공급받아 LG전자에만 이 카메라 모듈을 공급한 것.
LG디스플레이는 기존 ‘트루 HD IPS’ LCD보다 밝기와 소비 전력이 개선된 ‘트루 HD IPS+’를 처음 적용해 선명도를 높였다.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LCD 패널과 마찬가지로 경북 구미에서 만들어진 이 패널은 애플 망막(레티나) 디스플레이 수준에 가까운 해상도다. LG화학에서 2100㎃h 배터리를 공급받아 LG전자의 절전 기술을 이용해 10시간 반 이상 연속 통화도 가능하다. 운영체제(OS)나 애플리케이션(앱)의 속도를 높이는 램은 2기가바이트(GB)를 탑재했다.
박종석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사업본부 부사장은 “세계 최고 스마트폰을 만들자고 여러 회사가 뭉쳤다”며 “타사와 정면 승부할 수 있는 수준으로 LG그룹 협력사들이 최대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또 다른 신제품인 옵티머스 뷰2는 옵티머스 뷰1보다 날렵해진 모습이다. 4대3의 가로 세로 비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테두리(베젤)를 줄여 세로는 7㎜, 가로는 5㎜ 다소 줄었다. 배터리를 분리할 수 없었던 옵티머스 뷰1과 달리 배터리 교체도 가능하다. 이동통신 3사에 모두 4세대(G)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용으로 공급되지만 우선 LG유플러스에서 먼저 공개되며 가격은 96만6900원으로 정했다. 99만9000원인 옵티머스G보다 3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옵티머스G에 포함된 최상의 하드웨어가 모두 탑재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뷰톡’이란 기능으로 통화를 하면서 손글씨, 그림 등을 서로 공유할 수 있고 실시간 미러콜으로 상대방과 같은 화면을 보면서 통화가 가능하다. 통화와 벨과 함께 상대방에게 문자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콜 메시지’ 기능도 선보였다. 마창민 LG전자 상무는 “옵티머스G와 옵티머스뷰2가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며 “당초 목표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최고가 갤럭시 노트2의 자신감
삼성전자 역시 최고의 하드웨어를 갖춘 갤럭시 노트2를 내놓으면서 아이폰5 국내 상륙에 맞불을 놓았다. 갤럭시 노트2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상 가장 비싼 것은 물론 아이폰5보다 비싼 가격이다. 갤럭시 노트2의 출고가가 109만원(32GB), 115만원(64GB)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100만원대를 넘은 것은 옴니아 스마트폰(107만8000원) 이후 처음이다. 최근 경쟁사가 내놓은 LG옵티머스G나 팬택 베가R3가 90만원대 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비싼 가격이다. 특히 아이폰5 64GB 모델이 SK텔레콤을 통해 107만8000원에 출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2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은 갤럭시 노트2의 최고 스펙 때문이다. 테두리(베젤)를 줄여 5.5인치 대화면, 구글의 최신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플랫폼 4.1(젤리빈)을 최초로 탑재했다. 1.6㎓ 쿼드코어 프로세서, 연속 통화 최대 16시간 이상인 3100mAh 대용량 배터리도 장점 중 하나다.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담당 사장은 “갤럭시 노트2야말로 혁신적 기능이 들어간 자랑스러운 스마트폰으로 최고의 기술과 혁신이 담겨 있다”며 “갤럭시 노트2는 전작인 갤럭시 노트1의 첫 3개월 판매량 대비 3배 이상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갤럭시 노트1이 9개월 만에 1000만대가 팔렸으므로 연말까지 1000만대 이상을 판매하겠다는 뜻이다.
애플의 아이폰5는 각종 루머와 실망스러운 사용 후기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자의 큰 관심을 받는 제품이다. 롱텀에볼루션(LTE)과 4인치로 0.5인치 더 커진 화면이 하드웨어의 특징이다. 특히 이번 아이폰5는 두께와 무게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112g의 무게와 7.6mm의 두께는 화면을 키우면서 무게와 두께를 크게 줄이지 못한 국내 제조사들과 다른 방향을 추구했다.
하지만 애플의 특징인 사용자 환경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3차원(3D) 지도 ‘플라이오버’를 처음 적용했다. 3D로 입체 지도를 지원하면서 음성인식 기능인 ‘시리’도 개선해 지도에서 음성으로 길 안내를 해준다. 하지만 애플의 새 운영체제 iOS6의 한국어 음성인식의 정확성이 다소 실망스럽고 3D 지도 서비스는 국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해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애플의 고객층이 마니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릴 스마트폰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