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홈쇼핑 시장이 꾸준한 성장 속에 매출 10조원 시대를 맞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홈쇼핑 5개사의 총 매출(취급고 기준)은 10조6839억원으로 지난 1995년 홈쇼핑 출범 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홈쇼핑 시장 규모도 15년 만에 190배 증가했다. 판매된 총 상품액을 뜻하는 취급액은 홈쇼핑 업체의 규모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지표로 사용된다.
GS샵이 지난해 매출 2조5429억원으로 업계 1위를 수성한 가운데 CJ오쇼핑이 2조5056억원으로 뒤를 바짝 쫓았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이 누적 매출액(국내 취급액 기준) 2조4500억원을 기록하면서 현대홈쇼핑(2조3254억원)을 처음으로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NS홈쇼핑도 지난해 매출 86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0년 7312억원 대비 17.6% 신장됐다. 이로써 국내 주요 홈쇼핑 5개사의 매출 총합이 10조원을 훌쩍 뛰어넘게 된 것. 지난 1월 개국한 중기전용 ‘홈앤쇼핑’까지 포함하면 올해 국내 홈쇼핑 전체 매출은 11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홈앤쇼핑은 개국 첫해인 올해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홈쇼핑이 이처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대형마트, 백화점 등 타 유통업태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정상익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 연구위원은 “홈쇼핑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레 판촉 강화와 판매 채널 확대가 이뤄졌다”며 “이에 걸맞게 자신만의 상품을 발굴할 필요성이 생겨나면서 자체 소싱 능력을 갖추고 더불어 시장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이 지난 1월 국내 여성복 매출 1위 한섬을 인수하며 자체 상품 강화에 나선 가운데 CJ오쇼핑도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패션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CJ오쇼핑은 베라 왕 등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과 PB(자체 상표)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데다 패션 전문 온라인몰에 이어 지난해 오프라인 편집매장 ‘퍼스트룩 마켓’을 서울 청담동에 열기도 했다.
홈쇼핑의 판로가 TV·카탈로그 부문에서 인터넷사업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높은 신장세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GS·CJ·현대·롯데 등 홈쇼핑 4개사의 인터넷사업부문 매출은 2010년 대비 20~4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주요 홈쇼핑 매출 중 TV사업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대로 떨어지는 반면 인터넷쇼핑몰 매출은 30% 후반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부문 매출도 매달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1위 GS샵과 4위 현대홈쇼핑 간의 매출 격차가 2175억원에 불과해 올해 순위싸움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2위 CJ오쇼핑이 만년 라이벌인 GS샵을 제치고 홈쇼핑 업계 1위 자리를 깜짝 탈환하기도 했다. CJ오쇼핑의 지난해 3분기 매출(취급고 기준)은 6000억원으로 5750억원의 매출을 올린 GS샵을 추월했다. GS샵은 1998년 LG홈쇼핑 당시 39쇼핑 매출을 처음으로 제치고 13년간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이 현대홈쇼핑을 제치고 홈쇼핑 업계 3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우리홈쇼핑에서 롯데홈쇼핑으로 간판을 바꿔 단 지 4년 만이다. 반면 업계 4위로 밀려난 현대홈쇼핑은 업계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눈치다.
현대홈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23억원으로 2010년 대비 15.1% 성장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매출 1, 2위인 GS샵(1061억원), CJ오쇼핑(1324억원)을 월등히 앞서는 등 가장 장사를 잘했다는 평이다. 국내 홈쇼핑간 해외 시장 대결도 치열하다. 국내 홈쇼핑 업계는 해외 홈쇼핑 업체 지분을 인수하거나 현지 기업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형태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샵이 인도와 태국에 진출한 가운데, CJ오쇼핑은 중국·인도·일본·태국·베트남에서 해외 홈쇼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2월 베트남에서 합작법인 ‘롯데닷비엣(Lotte Datviet)’을 설립해 방송을 내보냈다. 롯데홈쇼핑은 베트남 외에 중국·대만에도 이미 진출한 상태다. 지난 2004년 대만 푸방그룹과 설립한 모모홈쇼핑에 이어 2010년에는 중국 ‘럭키파이’ 홈쇼핑을 인수했다. 현대홈쇼핑도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현지업체와 합작한 ‘현대가유홈쇼핑’을 운영 중이다. 올해 고물가와 불황 여파 속에서도 홈쇼핑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12년 유통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 홈쇼핑 시장규모는 1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9.9%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홈쇼핑은 저가 또는 고가의 가격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대형마트·백화점에 비해 상품 구성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홈쇼핑 초창기에만 해도 자체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의 소형 가전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에는 외제차부터 보험, 아파트와 해외 명품까지 안파는 상품이 없다.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은 불경기에 특히 강한 ‘경기 방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며 “경기 호불황 여부에 맞게 상품 구성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도파 등 중소 유통업체들이 도산 위기를 겪었던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속에서도 홈쇼핑업체들은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불경기 속에 지갑을 닫으면서 외식·쇼핑을 줄이고 집안에서 저렴한 홈쇼핑을 즐겼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SO 송출수수료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다 업체가 6곳으로 늘어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인터넷·모바일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마진이 높은 PB상품 등으로 수익 구조를 적극 개선하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