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연금계좌 입금을 통해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을 받아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IRP가 생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회사에선 퇴직금을 IRP 계좌로 지급하게 되기 때문에 IRP를 잘 활용하는 것에 따라 여유로운 은퇴생활이 결정된다. 그러나 똑같은 연말정산 세액공제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연금저축계좌와 IRP계좌는 그 성질이 다르다. 오히려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과 같으며 근로자의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해 여러 제한이 있다. 그 제한사항을 잘 이해해야 본인이 원하는 투자를 할 수 있다.
IRP에서는 이자나 배당소득이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IRP에서 이들 운용수익을 인출할 때 부과한다. 운용수익을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는 낮은 연금소득세율(3.3~5.5%)이 적용된다. 과세시기를 뒤로 미뤄 복리효과를 더 키우는 동시에 세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55세 이전에는 운용수익에 기타소득세(16.5%)를 부과한다. 이때 기타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리 과세한다. 먼저 IRP는 위험자산(주식)을 최대 70%까지만 편입가능하다. 연금저축은 개별주식종목이나 ELS 등의 파생상품이 아닌 이상 주식형 펀드나 ETF로도 모두 채울 수 있다. 그러나 IRP와 DC형 퇴직연금의 30% 이상은 예금과 같은 원금보장형 상품, 채권이나 채권혼합형(위험자산 비중 50%)으로 운영해야 한다.
또한 중도인출이나 부분인출도 불가능하다. 이는 DC형 퇴직연금도 마찬가지다. IRP는 퇴직급여를 받은 후 해지해서 전액 인출할 수 있지만 부분 인출은 불가능하다. 중도인출도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선 가능하지만 세금 등에서 불리할 수 있다. 인출 사유는 무주택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주거를 목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장기요양 의료비, 개인회생 또는 파산선고, 천재지변, 가입자의 사망과 해외이주 등이다. 반면 연금계좌는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에 대해서는 기타소득세(16.5%)를 다시 내면 인출할 수 있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에 대해선 세금 없이 원하는 때 원하는 금액만큼 인출할 수 있다.
적립금을 중도인출할 때는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인출 사유에 따라 세목과 세율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장기요양 의료비, 개인회생 또는 파산선고, 천재지변, 가입자의 사망과 해외이주 등을 이유로 적립금을 중도인출하는 때에는 연금소득으로 보고 과세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론 세율이 낮다. 연금으로 받는다면 개인 IRP에서 원금이나 운용수익을 인출하는 경우라면 3.3~5.5%의 세율로 과세한다. 퇴직급여를 인출하는 경우에는 퇴직소득세율의 70%에 해당하는 세율로 과세한다.
반면 중도해지로 한꺼번에 받는 경우 주택과 관련된 사유로 인출한다면 기타소득세 16.5%로 과세된다. 무주택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주거를 목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 등을 이유로 적립금을 중도인출하는 경우에 개인형 IRP에서 원금·운용수익을 인출할 때 기타소득으로 보고 16.5% 세율로 과세한다. 퇴직급여를 인출하는 경우에는 퇴직소득세율을 그대로 적용해 과세한다.
퇴직연금(IRP, DC형 DB형 공통)은 담보와 같은 질권 설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출도 불가능하다
IRP와 DC형 퇴직연금 규정상 계좌의 30% 이상은 안전자산을 편입해야 한다. 이에 퇴직연금 계좌에서 안전자산으로 편입 가능한 ETF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ETF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 가능하다. 2024년 상반기 말 기준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적립금 규모는 약 15조원으로 2023년 말 대비 66% 증가했다. 다만 퇴직연금 내 안전자산으로 편입하면서 수익률을 높이고 싶은 투자자에겐 채권혼합형 펀드와 TDF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TDF ETF는 대부분 ETF를 활용하는 EMP 전략을 사용해 효율적이고 매일 포트폴리오를 확인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ETF를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퇴직연금 계좌 내에서 최대한 주식 비중을 높이기 위해 2050이상 빈티지의 주식 비중이 60% 이상인 TDF를 고르면 된다. 보통 2030에서 2045 빈티지까지 주식 비중은 50~72% 수준이다. 채권 비중은 평균적으로 2030이 42%, 2045가 21% 정도이며 2050 이상 빈티지에서는 주식과 채권 비중의 차이가 거의 없다.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KODEX 2050액티브는 최근 1년간 약 1500억원의 자금이 모이기도 했다. TIGER TDF2045는 유일한 패시브 상품으로 S&P500과 국내 단기국채로만 자산을 배분하며, 미국 주식 비중이 79%에 달한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계좌의 70%를 주식형ETF로 채우고 TIGER TDF2045를 30% 가져가면 연금자산의 94%를 주식으로 가져가는 효과가 있다.
TDF ETF별 특징을 본다면 ACE TDF2050액티브의 경우 주식은 미국 주식 위주로 투자하며, 여타 ETF 대비금 비중이 16%로 높다.
PLUS TDF2050액티브는 신흥국 주식과 신흥국 채권 등 신흥국 자산 비중이 높다. RISE TDF2050액티브의 경우 미국, 중국, 유럽 등 적극적인 지역 주식배분을 구현하고 있으며, 대체투자 자산 비중도 높다.
KIWOOM TDF2050액티브는 동일 빈티지 여타 ETF 대비 상대적으로 주식과 현금 비중이 높은 편이다. 채권혼합형을 선택한다면 지수와 채권을 함께 조합한 ETF를 선택하면 된다. 채권혼합형 ETF는 100%까지 투자할 수 있는 점을 활용하면 기존 해외주식형 ETF와 함께 투자할 때 미국 성장주 비중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채권혼합형을 선택할 때 유의할 점은 유형은 채권혼합형이지만 주식보다 위험자산일 수 있는 펀드가 있다는 점이다. 먼저 주식 단일 종목을 넣은 채권혼합형을 사실상 개별종목의 수익률을 30%가량 추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채권도 어떠한 형태의 채권인지에 따라 오히려 변동성이 더 주식보다 클 수 있다. 국내 단기채를 활용해 금리에 따른 변동성이 적고 환율 리스크도 없다. 그러나 장기채는 금리 변동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할 수 있으며 미국 국채 투자 시 환율 변동성이 추가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금리가 인상되는 상황이라면 성장주 주가도 하락하는데 장기채까지 하락하기 때문에 손실이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게 목표라면 그 채권혼합형 ETF가 국내 단기채를 담았는지 봐야 한다.
수령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IRP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연금수령 방식에는 크게 5가지가 있다. 매번 받는 금액이 일정한 ‘정액식’, 일정한 기간 동안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분할식’, 법에서 정한 연금수령한도에 맞춰 적립금을 출금하는 ‘한도분할식’ 등이다. 가입자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출금하는 ‘비정기 인출’과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받는 ‘종신형 연금’도 있다.
예컨대 종신형 연금 방식은 일부 생명보험사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비정기 인출 방식은 현재 일부 증권사에서만 제공한다. 정액식은 수령액이 고정되어 있고 운용수익에 따라 수령기간이 변동된다. 이 방식의 최대 단점은 수익률이 낮아진다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기간분할식은 수령기간을 고정시키고 운용수익에 따라 수령액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한도분할식은 매년 결정된 연금수령한도만큼 수령하는 방식이다.
비정기 인출은 원하는 때 원하는 금액을 수령하는 방식이라 탄력적인 연금 수령을 원하는 사람에게 좋다. 종신형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