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Spa)가 대세다! ‘아직도 모르고 있었냐?’며 혀를 찰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많이들 스파를 즐기고 있다. 식상한 서두 뒤에 새로운 사실 하나. 여성들만의 리그였던 스파를 찾는 남성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 한 호텔 스파 관계자는 “남성 고객 비율이 10명 중 4~5명이나 될 정도로 스파를 즐기는 남성비율이 증가했다”며 “전에는 부인이나 연인과 함께 찾는 남성들이 대다수였지만 최근에는 혼자 찾거나 중요한 접대 장소로 활용하는 경우도 상당히 늘었다”고 설명한다. 많은 남성들이 편안한 휴식을 위해 찾는 것은 물론 중요한 비즈니스에 활용되고 있는 스파의 매력은 무엇일까?
늘어난 수요에 발맞춰 다양한 브랜드의 스파가 생겨났지만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럭서리 스파의 정점에 있는 장소는 아무래도 호텔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 최초의 오리엔탈 스파임을 자부하는 반얀트리 스파(Banyan Tree Spa)는 정점에 서있다. 현재 전 세계 20여 개 국가에 존재하는 반얀트리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기치에 걸맞게 최근 다른 업체들이 최신식 기계를 들여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하이 터치, 로 테크(High touch, low tech)’라는 철학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의 손길만을 이용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이에 걸맞게 이곳에 근무하는 모든 테라피스트들은 푸껫, 방콕, 빈탄, 리장에 위치한 반얀트리 스파 아카데미에서 의무적으로 3~6개월간 철저한 교육기간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봄의 귀환을 시샘하는 듯 찬바람이 매섭던 2월 중순 어느 날 반얀트리 스파를 찾아 직접 체험해 봤다.
반얀트리 클럽&스파 서울의 프리미어 스위트룸.
# Scene 1
리셉션에서 메뉴판을 펼쳤다.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몸의 컨디션과 불편한 곳을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란다. 기자가 받은 프로그램은 백단향 삼황 스크럽 그리고 발리니스 마사지로 가격은 23만원(VAT 별도, 봉사료 없음)이고 120분 동안 진행되는 코스였다. 스크럽으로 겨울 내내 시달렸던 몸에 영양분을 공급한 후 마사지를 통해 뭉친 근육을 풀어볼 심산이었다. 발리니스는 중간 압에서 센 압까지 엄지와 손바닥을 이용해 눌러주고 두드려주는 요법이다. 상사의 핍박(?)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어깨와 허리가 ‘망가진’ 1년차 기자의 몸에 적절해 보였다. 이 프로그램 이외에 아시아와 유럽 스타일의 다양한 요법이 준비되어 있어 각자 몸의 상태와 컨디션에 맞춰 추천을 받거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메뉴 선택을 마치고 트리트먼트 룸으로 향했다. 구비된 11개의 룸에는 저마다 다른 아로마 향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기자는 스파배스(Spa Bath)가 딸린 라벤더(Lavender)룸으로 안내됐다. 허브향이 가득한 룸 안은 전통적이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흘러나오는 몽환적인 음악과 어우러져 마치 이집트 왕의 침실에 들어온 듯 느껴졌다. 저만치 보이는 장미꽃이 담뿍 들어간 원통형 탕은 연인들이 함께 들어가 즐기면 로맨틱한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 Scene 2
촌스러운 두리번거림을 마치고 아름다운 테라피스트가 안내하는 탈의실에 들어가 스파에서 제공하는 검은색 속옷과 가운만 걸친 채 나와 의자에 앉았다. 차를 마시며 긴장을 푸는 시간을 가진 후, 첫 번째 단계인 족욕이 시작됐다. 붉은 장미가 띄워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근 후 테라피스트들의 마사지가 시작됐다. 항균작용이 탁월하다는 허브파우치가 담긴 물로 발끝부터 다리까지 골고루 마사지를 받았다. 몸이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족욕을 마치고 테라피스트는 방에 피울 아로마 향을 고르라고 했다. 샌달우드(Sandalwood), 로즈(Rose), 나이트 퀸(Night Queen), 라벤더(Lavender), 참파카(Champaka), 베르가못(Bergamot), 앰버(Amber) 6가지의 향이 준비돼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극적인 ‘나이트 퀸’이었지만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테라피스트의 추천을 받아 ‘순환을 도와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는 참파카를 골랐다.
본격적으로 가운을 벗은 후 베드에 누웠다. 얼굴 부분이 뚫려 있는 베드에 엎드리니 바닥에 역시 장미꽃이 보였다. 사방에 어딜 가나 꽃향기가 나는 이유가 있었다. 다음 단계인 스크럽이 시작됐다. 황토색의 따뜻한 스크럽이 테라피스트의 손길을 통해 온몸에 덮였다. 몇 분이 지나니 굳어갔다.
편안하게 누워 스크럽 트리트먼트를 체험하고 있는 박지훈 기자.
# Scene 3
샤워로 굳은 스크럽을 제거하고 새로운 속옷으로 갈아입었다. 여기서 팁 하나! 커다란 타월을 꼭 몸에 걸치고 나오시길…. 여성 테라피스트가 샤워를 하는 동안 밖에서 대기하고 있으므로 약간 민망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베드에 누워 발리니스 마사지를 받을 시간. 어깨, 등, 다리, 앞 상반신, 팔, 앞쪽 다리 순으로 온몸 구석구석 테라피스트의 손길이 거쳐 갔다. 오일과 함께 부드러운 터치가 이어지니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메뉴 선택 시 부실하다고 이야기한 어깨와 허리는 특별히 오랜 시간 손길이 머물렀다. 마사지가 진행되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어제 밤늦게까지 야근을 한 탓일까? 고민하고 있는 순간에 테라피스트가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스파를 받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잠든다고 한다. 살짝 잠이 든 채 스파를 받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유인즉 잠든 상태에선 근육이 더 잘 이완돼 릴랙스(Relax) 효과가 배가된다는 것. 몽환적인 음악과 아로마 향도 아마 졸음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곧 이어 안면과 두피마사지가 이어졌다. 싫은 사람 만나도 웃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안면근육을 풀어주는 상당히 고마운 서비스였다. 마사지가 끝날 때쯤 신기하게도 몸 전체가 두근두근하는 세포감각이 뛰는 느낌을 받았다. 테라피스트가 추천해준 참파카 향의 효능이 적힌 곳을 다시 봤다. ‘순환을 도와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는’이라 적힌 글귀를 보니 놀라운 효능에 약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 Scene 4
마사지가 모두 끝난 후 샤워를 하러 들어가려는 찰나 테라피스트가 제지했다. 스크럽과 오일의 보습 및 마사지 효능을 위해 하루 정도 샤워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순한 양이 돼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 족욕을 받았던 소파에 다시 앉았다. 따뜻한 대추차와 건포도 등을 마시며 스파의 여운을 만끽할 수 있었다. 마치고 나온 한 50대 남성에게 느낌을 물었다. “구름 속에서 편안하게 잠이 든 것처럼 신선이 된 느낌이었다.” 입가에 공감의 미소를 띤 채 밖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