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언제부턴가 트렌드를 좇고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트렌드 분석과 새로운 유행 아이템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트렌드세터(Trend-Setter)’는 이미 흔한 단어. 그러다보니 요즘은 특정한 현상이 아니라 여러 현상이 공존하는 게 트렌드가 됐고 그러한 트렌드를 자신이 주도한다고 믿는, 조금은 요상한 상황이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 필자는 필자 나름대로 ‘컨템포러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컨템포러리(Contemporary)는 ‘동시대의, 현대의’라는 의미로 현재 가장 핫 하게 떠오르는 트렌드를 말한다. 모든 트렌드가 시대상황을 반영하듯 지난해엔 침체된 경제상황에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가격대와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경향이 컨템포러리 패션을 이끌었다.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론칭하는가 하면 패션 브랜드들도 앞다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그 영역을 확대하거나 리뉴얼해 컨템포러리 패션에 대한 존재감이 확실해졌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패션만이 아니라 예술과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줬다. 미술계에선 동양화를 현대적인 색채로 표현하거나 서양 인물을 그려 넣어 새로운 감성을 표현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발레는 현대적인 감성과 만나 자유롭고 새로운 ‘컨템포러리 발레’로 재구성됐다.
기억하는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계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Achim Freyer)가 연출하고 국립창극단이 공동 제작한 '수궁가'가 얼마 전 독일에서 새롭게 해석돼 공연된 것을. 이처럼 지금까지의 컨템포러리가 ‘가장 새로운 것’에 초점을 맞춰 융합됐다면 2012년의 뉴 컨템포러리는 새롭게 변화하는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이되 그 트렌드를 현 상황에 맞게 맞춤화해 수용하는 것이다. 이제는 바야흐로 ‘뉴 컨템포러리 시대’다.
격식은 NO… 늘 포멀한 스타일?
사전적인 의미로 ‘컨템포러리 맨’은 현대적인 감성을 갖춘 남성이다. 고로 높은 학력과 높은 연봉, 뛰어난 패션 감각을 지닌 남성들은 이제 올해의 컨템포러리 경향에 맞는 패션은 물론 신사의 애티튜드.스마트함.자연스러움 등을 갖춰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는 시대라지만 신문만큼은 고집한다거나(신문을 반으로 접은 후 넘기면서 집중하는 남자의 아날로그적이고 자연스러운 인간미를 포기할 순 없다), 소장하고 있는 비틀스 LP의 묵은 소리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남자가 되어보는 것이다. 컨템포러리 맨은 보다 넓은 시야로 트렌드를 바라보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해 언제나 거리낌이 없다. 그러면서도 본래 그대로의 것을 느낄 줄도 알고 무조건 유행을 좇지도 않는다. 수많은 트렌드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고 선택한다. 즉, 자기애와 자존감 바탕의 트렌드 수용이 뉴 컨템포러리맨의 핵심이다. 그들은 어떤 스타일도 자기 식으로 연출하고 표현하는데 이미 익숙한 부류다. 예를 들어 같은 톰 포드의 향수 ‘블랙 오키드’를 뿌리고도 전혀 다른 체취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남자가 바로 2012년 뉴 컨템포러리맨이다.
뉴 컨템포러리맨 스타일은 격식을 따지지 않아도 늘 포멀함을 잃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 클래식과 트래디셔널 룩은 기본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품격 있는 슈트를 고수하되 편안한 옷을 입으면 된다. 격식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에서 비즈니스 캐주얼도 가능하다. 자칫 잘못하면 교복 같아 보이거나 스타일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겠으나 혁신적인 브랜드를 선택한다면 클래식의 진부함에서 확실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슈트의 경우 디테일이 최소화된 스타일이 특징이며 다소 슬림하고 샤프한 실루엣이 올해의 포인트다. 몸에 꼭 맞는 슈트라 하더라도 최근엔 다양한 스트레치 소재의 활용으로 실제 활동 시 오히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컬러의 경우 블랙과 브라운이 중심이 되고 베이지처럼 튀지 않는 컬러로 보강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다.
톤(Tone)의 차이를 준 그레이 컬러의 활용도 모던함을 더하는데 도움이 된다. 뉴 컨템포러리맨의 슈트는 노멀하고 절제되어 조금은 보수적이지만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신사적인 스타일 안에서 현대적인 남성의 모습과 클래식한 모습을 동시에 찾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룩이다. 만약 취향에 맞게 작은 변화를 시도한다면 자유롭고 새로운 느낌으로 금방 변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재킷 안에 드레스 셔츠를 벗고 버튼다운 셔츠로 갈아입는다면 타이를 매지 않아도 클래식함은 유지하고 섹시한 활동성까지 얻을 수 있다. 여기에 기존 폴더 스타일의 타이 대신 캐시미어 니트 타이를 선택한다면 캐주얼한 디너에 어울리는 남자로 변신이 가능하다. 이처럼 컨템포러리맨의 스타일은 한 가지 맥락에서 쉽게 여러가지 베리에이션이 가능한 스타일로 변신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을 남자다운 남자로 지켜줄 것이다. 가장 안전하고 안정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