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는 그룹 4대 사업군 중 최소 2개 이상에서 세계 1등을 달성시키겠다.”
지난해 제2의 도약을 선언한 이재현 회장의 CJ그룹이 드디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올 초 미디어사업 부문의 6개 계열사들을 통합해 거대 미디어기업 CJ E&M을 출범시키더니, 6월에는 삼성·포스코 컨소시엄마저 제치고 M&A시장의 최대어로 불리는 대한통운을 인수해 단숨에 물류강자로 부상하며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용히 수성에 주력하던 것 같던 그룹을 대대적으로 변신시키면서 이재현 회장도 본격적으로 경영의 일선에 나서고 있다.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뒤 거의 20여 년 가까이 쌓은 내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제2창업 진두 지휘 이재현 회장
이 회장은 그동안 은둔에 가까울 만큼 후선에서 조율을 하다가 최근엔 ‘스킨십 경영’까지 시도하면서 적극적으로 CJ그룹의 변신을 이끌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8월 20일 서울 중구 쌍림동에 정식 오픈한 CJ제일제당센터를 방문했다. 그는 이날 오전 20층 건물의 전층을 일일이 둘러보며 직원들을 만나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제일제당 기획관리부에서 일할 때엔 부하 직원들을 집으로 자주 초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CJ그룹의 변신을 앞두고 다시 스킨십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2창업’에 나선 이 회장은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4대축으로 재편하고 본격적으로 각 축을 강화하는 작업을 지휘해왔다. 미디어사업 계열사들을 통합한 게 신호탄이었다면 대한통운 인수는 그룹의 공격적 확장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그룹과의 불편한 관계까지 불사하면서도 결국 대한통운 인수전의 승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관훈 CJ(주) 대표는 “우리의 4대 사업군 중 하나인 신물류를 강화하기 위해서 대한통운은 꼭 필요했다”며 “대한통운 인수는 CJ의 미래를 위한 ‘화룡점정’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룹의 주축이자 캐시카우인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하는 식품기업에 다른 기업들을 붙여 사업을 다각화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CJ그룹은 지난해 이 회장이 ‘제2의 창업’을 선언한 뒤 ‘건강, 즐거움, 편리를 창조하는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회장은 당시 “우리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미래 트렌드에 맞게 잘 구성돼 있고, 성장 가능성도 높다”며 “글로벌 CJ의 목표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확보하고 전 세계에 CJ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기 위해 여러 계열사들을 ‘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 및 신소재’,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신유통’의 네 축으로 묶어 성장가도를 달리겠다는 구상이다. 대한통운 인수는 그 가운데서 비교적 약체였다고 판단한 유통 쪽을 확실히 강화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CJ그룹은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우선 협상자 선정 직후, “그룹 물류사업을 2020년까지 20조원 규모로 성장시켜 글로벌 7대 전문 물류기업으로 육성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외유내강형의 ‘소프트파워 리더십’
CJ 제일제당센터 로비
지금 CJ그룹을 바꾸고 있는 이 회장은 스스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고 이병철 선대회장”이라고 말한다. 평소엔 조용하지만 결단만큼은 과감히 하는 경영스타일을 물려받은 셈이다. 그룹에선 이를 ‘소프트파워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진짜 강한 칼은 마음껏 휘어지지만 부러지지 않는, 그러면서도 힘을 발휘하는 칼”이라는 이 회장의 믿음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조용하지만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는 그의 리더십은 인사스타일에서도 나타난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예고도 없이 CJ제일제당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더욱이 새로 선임된 대표는 경쟁사인 대상 출신인 김철하 씨였다. 김 대표 취임 이후 CJ제일제당은 엄청나게 빠른 변화를 겪었다. 국내 제1의 식품기업은 얼마 되지 않은 기간에 글로벌 바이오기업이란 타이틀까지 달게 됐다.올해 3월 출범한 CJ E&M 대표로 지주회사 대표이던 하대중 사장을 선임한 것도 이례적이다. 힘 있는 인사에게 그룹의 한 축을 맡겨 회사를 제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CJ그룹 내에선 이런 모습들이 사람 잘 다루던 고 이병철 회장의 스타일을 물려받은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960년 삼성가(家)의 장손으로 태어났다. 고 이병철 회장의 맏아들인 이맹희 씨가 아버지다. 어머니는 손복남 고문이며 경기도 지사와 농림부 양정국장을 지낸 손영기 씨가 이 회장의 외할아버지다. 손경식 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 회장의 외삼촌이다.
이 회장은 삼성가 3세 중 유일한 국내파로 유학 경험이 없다. 경복고 졸업한 후 고려대 법대에 진학했다. 4학년 때인 1983년, 씨티은행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병철 회장의 뜻에 따라 1985년 9월 CJ(당시 제일제당)의 평사원으로 입사했고 1993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임원으로 발령받을 때까지 제일제당 경리부 및 기획관리부에서 7년 넘게 경력을 다졌다. 1993년 1월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로 첫 임원직책을 시작했으며, 몇 개월 후 다시 CJ(당시 제일제당)로 복귀해 상무를 거쳐 1997년 CJ 부사장, 1998년에 부회장, 2002년 3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국내 대기업에서는 최초로 1999년 복장자율화와 2000년 ‘님’ 호칭제 등을 시행하면서 기업문화 혁신을 이끌었다. 2005년에는 자신의 사재까지 출연해 CJ그룹 복지재단인 ‘CJ나눔재단’을 발족시켰다.
글로벌 CJ그룹의 4대축 엔터·유통·바이오·식품
서울 중구 쌍림동에 새롭게 문을 연 CJ제일제당센터
CJ는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4개로 짜서 집중적으로 투자해 발전을 꾀하는 전략을 택했다. 한정된 힘으로 무작정 벌려놓기보다 목표한 네 곳에 집중해 글로벌 리더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남들이 아까워하는 금융계열사까지 과감히 매각했다. 네 축 가운데 CJ E&M은 국내 어떤 그룹도 해보지 못한 일에 나서고 있어서 결과에 관심이 간다.
CJ E&M 출범 종합미디어 강자로
지난해 5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3년 글로벌 CJ, 2020년 그레이트 CJ’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날 선포식에서 이재현 회장은 “CJ의 목표는 전 세계에 우리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것”이라며 “2020년에는 그룹 4대 사업군 중 최소 2개 이상 세계 1등을 달성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제2의 도약’을 시도하겠다는 얘기였다. 변신을 통한 성장의 시발점 구실을 한 것은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다. CJ는 올해 초 흩어져 있던 미디어·콘텐츠 회사 6개를 통합해 종합콘텐츠회사를 설립했다. CJ엔터테인먼트, CJ미디어, 온미디어, 엠넷미디어, CJ인터넷, 오미디어홀딩스 등 6개 계열사를 통합해 종합콘텐츠회사 ‘CJ E&M’을 만들어 낸 것.
CJ E&M은 명실 공히 국내 최대의 종합미디어 회사다. 통합법인의 지주회사 격인 오미디어홀딩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5개사의 지난해 합계 연매출이 7357억원에 달한다. CJ그룹은 여기에 5개사의 계열사 및 방송채널사업 운영회사들의 실적까지 더하면 연매출이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CJ그룹은 통합 당시 “타임워너 같은 해외 글로벌 미디어그룹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향후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 효율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룹에서 CJ E&M에 거는 기대는 크다. 향후 5년간 30%이상의 영업이익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미디어 회사들이 경영실적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상당한 자신감을 보인 셈이다.
대한통운 인수로 글로벌 물류 탄력
CJ그룹은 지난 6월 말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승리하면서 또 다른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CJ그룹의 물류 회사인 CJ GLS의 지난해 매출(1조4000억원)과 대한통운의 매출 2조5546억원을 단순히 더해도 4조원 매출을 올리는 국내 2위 물류 기업이 탄생한다. CJ는 여기서 더 나아가 두 회사를 3자 물류(3PL) 전문기업으로 만들어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올리는 ‘세계 톱7 물류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대한통운이 갖고 있는 풍부한 인프라스트럭처에 CJ GLS의 공급망관리(SCM) 역량을 결합하고 IT 및 첨단 물류 인프라에 지속 투자한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란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사실 CJ그룹의 물류사업에 대한 의지는 매우 강한 편이다. CJ GLS의 최근 M&A 행보를 지켜봐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CJ GLS는 2006년 삼성물산이 보유했던 HTH를 인수했고, 싱가포르 최대 민간 물류기업인 어코드(Accord)도 인수했다.
신유통의 또 다른 축인 CJ오쇼핑은 해외진출에 중점을 두고 성장하는 중이다. 중국 내 최초의 정식 홈쇼핑 방송인 동방CJ는 2008년 2100억원, 2009년 4200억원, 2010년 6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매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CJ오쇼핑은 이밖에도 중국 천진(천천CJ), 인도(스타CJ), 베트남(SCJ), 일본(CJ프라임쇼핑) 등에도 진출했다.
CJ오쇼핑은 차세대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도 늦추지 않고 있다. 2005년 12월 국내 최초의 홈쇼핑 데이터방송 상용화 서비스인 CJTmall, 휴대전화를 통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CJMmall을 오픈하는 등 T-커머스와 M-커머스 분야에서도 가장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 신소재’
CJ그룹의 또 다른 미래 성장축은 바이오와 신소재 산업이다. 이 부문은 CJ제일제당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가 최근 “CJ제일제당을 단순한 식품기업이 아니라 바이오와 식품 신소재를 기반으로 2015년까지 매출 15조원을 올리는 첨단 소재기업으로 변신시키겠다”고 말할 정도다.
CJ제일제당은 이미 라이신(사료용 아미노산)과 핵산(식품조미 소재) 등 바이오 제품에서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2014년부턴 두 제품보다 세계시장 규모가 큰 메싸이오닌을 본격 생산할 예정. 김철하 대표는 “메싸이오닌을 생산하게 되면 발효 기반으로 라이신, 트레오닌, 트립토판, 메싸이오닌 등 4대 사료용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바이오 기업이 된다”며 “2015년에는 바이오 한 분야에서만 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품 신소재는 설탕, 밀가루 등 기존 소재 식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쌀 가공 소재, 고부가 감미료, 고부가 유지 등의 신사업을 강화한다. 쌀 단백질, 코코넛셸 자일로스, 타가토스를 개발했고, 천연 코코아 버터와 유사한 초콜릿용 유지도 개발 단계에 있다.
CJ제일제당은 또 2004년 3월 제약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한일약품을 전격 인수합병했다. 현재 메바로친(고지혈증 치료제), 바난(항생제), 헤르벤(고혈압 치료제), 셀벡스(위염, 위궤양 치료제) 등 해외의 우수한 오리지날 약품 라이센스를 갖고 있다.
식품사업은 ‘해외진출’로 돌파구 열어
‘슈퍼스타K’ 녹화현징인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
신사업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그룹의 핵심사업을 저버릴 수는 없다. CJ그룹 역시 CJ제일제당,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등 식품 계열사들의 새로운 성장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CJ제일제당은 2007년 3월 중국에 진출해 베이징권 최대 식품기업인 얼상그룹과 합작해 ‘얼상CJ’를 설립했다. 또 2008년 8월에는 아시아 최대 곡물기업인 중국 베이다황그룹과 합작법인인 ‘베이다황CJ’를 하얼빈에 만들었다.
제품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일본 에바라사와의 합자법인을 통해 김치 등의 한식메뉴를 일본 대형마트 1위인 이온, 2위인 이토요카도 등 메인유통 채널에서 팔 예정이다. 또 국내 지역막걸리 제조업체가 생산한 막걸리를 일본 전역에 수출하고 있으며, 지역 어민과 함께 손을 잡고 세운 천일염을 프랑스의 명품 소금 게랑드처럼 세계적 명품소금으로 키우기 위한 중장기 비전을 짜고 있다.
CJ푸드빌은 외식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 중식 패밀리 레스토랑 ‘차이나 팩토리’, 유럽풍 케익&카페 ‘투썸 플레이스’, 베이커리 전문점 ‘뚜레쥬르’, 비벼먹는 아이스크림 전문점 ‘콜드스톤 크리머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CJ그룹의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맡아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bibigo)’를 출범했다. 2010년 8월 중국 베이징에 해외 1호점의 문을 연데 이어, 9월에는 미국 LA에 오픈했다. 12월 중순에는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할 싱가포르에도 점포를 낼 예정이다.
CJ프레시웨이는 단체급식, 식자재 유통부문, 컨세션(Concession;공항, 철도역사, 문화시설 등 공공시설의 서비스 시설을 운영하는 사업)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계열 분리18년 만에 17조로 성장
9월16일 CJ제일제당센터에 진행된 우수 R&D 석박사 채용설명회. CJ가 초청된 석박사들이 선배 연구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CJ는 삼성그룹의 실질적 모태기업란 점을 강조한다. 지난 1953년 이병철 선대회장이 제지·제당·제약 가운데 가장 유망하다고 판단한 제당 사업에 뛰어들면서 그룹의 역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 해 11월5일 설탕을 생산하기 시작한 CJ(당시 제일제당)가 외국산 설탕의 절반 값에 제품을 내놓자 소비자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이렇게 자금을 모은 제일제당은 이후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현재 삼성그룹의 축을 이루는 기업의 설립과 인수에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제일제당 주축으로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
이 와중에 식품 분야에서의 사업영역 확대도 꾸준히 이루어졌다. 1958년 제분사업 진출, 1963년 조미료 국산화, 1979년 식용유 제조, 1980년 육가공사업 진출 등으로 계속 사업을 확대했다. 소득 탄력성이 낮은 이들 소재식품은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타 CJ가 창립 이래 한 번도 100대 기업에서 탈락하게 만들지 않을 정도로 효자구실을 했다.
CJ그룹은 1984년엔 조미료 생산과정에서 축적한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제약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에는 생활화학사업, 1994년엔 외식 및 단체급식시장에 진출하면서 명실상부한 종합식품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어느 회사나 그렇듯 기업의 고정된 이미지는 어느 순간부터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국내 최대의 식품회사라는 이미지가 CJ그룹의 성장에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1993년 7월 제일제당(주), 제일제당건설(주), 제일씨앤씨(주), 제일냉동식품(주), 제일선물(주) 등 5개 회사가 삼성그룹과 분리되면서 제일제당그룹(구 CJ그룹)이 출범했다.
미디어 사업 진출하며 생활기업으로 변신
삼성으로부터 독립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아 CJ그룹은 일대 도박을 감행했다.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 등이 설립한 할리우드 벤처영화사인 드림웍스(DreamWorks)의 2대 주주로 참여하며 무려 3억 달러를 투자한 것. 이재현 현 회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해 투자협상을 가진 이 일은 당시만 해도 ‘엄청난 도박’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일제당그룹은 드림웍스의 아시아 배급권과 국내영화 투자를 통해 국내 영화업계의 1위 회사로 떠올랐다. 대기업이 영상사업을 하면 실패한다는 불문율을 깨고 굳건한 지위를 확보한 셈이다.
2002년엔 사명을 CJ그룹으로 바꾸며 본격적인 변신에 나섰다. 식품회사 이미지가 강한 기존의 그룹이름으로는 영화·홈쇼핑·생명공학 등을 아우르는 ‘종합 생활문화기업’의 특성을 드러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M&A 통해 사세 키워
이후 CJ그룹은 ‘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 및 신소재’,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신유통’ 등 4가지 부문으로 그룹의 핵심 사업군을 정했다. 그리고 이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유망기업을 발굴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2004년에는 신동방과 한일약품, 플래너스(현 CJ인터넷) 등을 인수하는 등 대형 M&A를 성사시켰다. 2005년에는 미국 현지 식품회사인 내추럴 푸드 업체인 애니천(Annie Chun)을 인수했다. 그 외에도 미국의 냉동식품회사인 옴니(Omni), 하선정, 드림시티방송과 메디오피아(현 엠넷미디어)를 잇달아 인수했다.
2007년 9월 1일에는 투자와 사업의 분리를 통한 경영효율화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CJ주식회사의 사업부문을 별도 회사로 분리해 완전히 지주회사 체제로 변신한 것. 식품 및 제약, 사료 등 사업부문은 과거 ‘제일제당’의 사명을 붙여 CJ제일제당이란 신규법인으로 설립했다.
그룹이 커가면서 매출도 성장을 지속해 1998년 3조2635억원이었던 그룹 매출액이 2010년에는 17조 4800억원으로 늘어났다. 계열사 수도 1998년 32개에서 2010년 147개로 크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