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코스닥 입성을 노리는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성적표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 성패가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화려한 기술력과 장밋빛 전망을 앞세워 증시에 입성했지만 실적이 뒤따르지 못해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돈 사례가 적지 않았던 반면, 더디더라도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기술을 증명해 낸 기업도 있었다. 2025년에는 주로 AI 소프트웨어와 K뷰티 관련 기업들이 상장했다면, 2026년에는 우주·위성, 의료 AI, 제조·피지컬 AI, 드론·안티드론으로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판단해야 할 잣대도 복잡해졌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업스테이지다. 자체 소형언어모델 솔라와 문서처리 AI를 앞세워 지난 4월 시리즈C에서 기업가치 1조6000억원을 인정받아 국내 생성형 AI 최초 유니콘에 올랐다. 카카오로부터 다음 운영사를 인수해 연매출 3000억원대 재무 기반까지 확보했다.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낙점하고 상장 후 기업가치로 최대 5조원을 제시했다. 다만 2024년 매출 139억원에 영업손실 402억원이라는 성적표와 조 단위 몸값 사이의 간극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칼날 검증을 피하기 어렵다.
AI 드론 전문기업 니어스랩은 상장 전 흑자 전환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예비심사 청구 당시만 해도 매출 55억원, 당기순손실 210억원의 적자 기업이었으나, 상반기 매출 약 174억원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가결산 기준 2분기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냈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배 이상 뛰어올랐다. 풍력발전기 안전점검 등 기업 대상 중심이던 사업이 방산 분야로 확장되며 상반기 방산 매출 비중이 전체의 86%에 달한 결과다. 핵심은 방산 진출 약 1년 만에 성사시킨 군집 자폭드론 자이든의 중동 출하로, 국내 드론 수출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계약이었다. 최근 증권신고서에서 올해 매출 목표를 270억원으로 제시했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첫 분기 흑자와 대규모 중동 수출이 맞물리며 공모 흥행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재혁 대표는 “상반기는 자이든의 중동 출하 등 해외 방산 시장 개척 노력이 구체적 실적으로 확인된 시기”라며 “기술 강점과 성장 잠재력을 명확히 전달해 성공적인 코스닥 상장을 이뤄내겠다”라고 밝혔다.
우주 AI 기업 텔레픽스는 국내 우주 기업 최초로 AI·빅데이터 분야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궤도상 17개월간 운용 중인 GPU 기반 온보드 AI 프로세서, 헝가리 국가 위성 사업 수천만달러 규모 수출 계약 등 실증과 매출을 함께 갖췄다. 위성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자동으로 활용해 반복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일회성 프로젝트에 의존하던 기존 우주 기업들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류 자율주행로봇 기업 트위니는 인프라 없이 기존 물류센터에 즉시 투입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로 나르고 오더피킹의 인건비를 최대 64.4% 절감했고,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별도 설비 없이 복잡한 물류 현장에서 스스로 길을 찾는 완전자율주행이 강점으로, 국내 물류센터를 발판으로 북미·유럽 진출을 준비 중이다. 비전 AI 기업 슈퍼브에이아이는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며, 2025년 산업 특화 비전 파운데이션 모델 제로로 피지컬 AI 관제 시장으로 확장했다. 두산·현대차·삼성전자·KT 등 대기업 계열사가 주주로 참여해 누적 6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밖에 AI 음성 생성 기업 네오사피엔스, 딥테크 특례에서 두 기관 A등급을 받은 의료 AI 기업 메디컬에이아이, AI 자율제조 기업 인터엑스, AI 신뢰성 평가 시장을 연 셀렉트스타 등도 상장 궤도에 올랐다. 분야는 제각각이지만, 이들 모두에게 던져지는 질문은 하나로 수렴한다. 기술이 언제, 어떻게 실적으로 연결되느냐다.
“시장 상황도 불안정하고, 기술성 평가 기준도 까다로워졌습니다. 상장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2026년 하반기 기술특례상장을 목표하던 AI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기술특례상장은 당장의 실적이나 이익 규모가 크지 않아도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성을 증명하면 코스닥 상장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다. 아직 실적이 본격화되진 않았으나 미래 매출 전망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큰 AI 기업들에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였다. 하지만 그동안 코스닥에서 보여준 AI 기업들의 실적은 초라했다. 상장 당시 증권신고서에 제시한 추정 실적과 실제 실적 사이의 괴리가 반복적으로 드러나면서, 시장의 신뢰도 함께 흔들렸다.
2020년 상장한 영상인식 AI 기업 알체라는 상장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증권신고서에 제시한 흑자 전환 시점은 번번이 미뤄졌고 주가는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2021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의료·산업 AI 기업 딥노이드는 상장 당시 2024년 흑자 전환을 예상했지만, 실제 2024년 영업손실 10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에 빠졌다. 상장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주주로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버텨왔다. AI 데이터 전문 기업 크라우드웍스는 2023년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상장 당시 2024년 매출 362억원·영업이익 96억원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매출 117억원에 영업손실 102억원에 그쳤고, 대규모 손실로 자본금을 깎아 먹는 법인세차감전손실 요건이 본격 적용되며 관리종목 지정 우려까지 안게 됐다.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 당국의 심사 잣대도 깐깐해졌다. 기술력보다는 사업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심사를 강화하면서, 2026년 상반기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도 14곳에서 10곳으로 축소됐다. 심사 강화와 함께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쏠리고, 중복상장 규제가 겹쳐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은 17개로 전년 동기(38개) 대비 반 토막 이상 감소했다. 공모금액은 1조1327억원으로 48.7% 줄었고, 상장 시가총액 역시 7조3593억원으로 47.5% 급감했다.
2026년 상반기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의 성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5월 상장한 3개사(코스모로보틱스·폴레드·마키나락스)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평균 수익률은 297.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첫날 성적만 보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듯 보였지만, 그 이후의 궤적은 종목마다 크게 달랐다.
특히 5월 20일 산업특화 AI 플랫폼 런웨이를 앞세운 마키나락스는 공모가 1만5000원으로 코스닥에 입성해 시초가 6만원을 기록하며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1196대 1, 의무보유 확약률은 78.2%로 최고 수준의 수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상장 사흘째부터 급락하며 하락세가 이어져 주가는 52주 최저가인 1만 3420원까지 밀렸다. 공모가가 2028년 추정실적을 현재가치로 과도하게 당겨와 산정된 탓에, 당장의 적자 실적과 주가의 괴리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후 200억원대 규모의 수주 소식이 전해지며 반등에 성공하긴 했으나, 시장에서는 2027년부터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비해 AI 기반 자율주행 인식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라드비전은 6월 30일 상장 직후 공모가 대비 40% 급락해 7200원까지 주저앉았다. 전조는 있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35%가 공모가 희망 범위 하단 이하에 베팅해 공모가가 최하단에서 확정됐고, 일반청약 경쟁률은 46대 1에 그쳤다. 전 세계 500만 대 이상 양산 차량에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기술력에도, 로열티 매출이 본격화되지 않아 기관이 몸값에 확신을 갖지 못한 것이다. 거기다 기관 1곳이 납입하기로 약속한 대금을 치르지 못하는 노쇼 사태까지 벌어지며 악재가 겹쳤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스트라드비전 경영진은 7일과 8일 이틀간 약 1억8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김준환 스트라드비전 대표는 “회사의 장기 성장성과 기업가치에 대한 경영진의 확신을 실제 투자로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날인 7월 1일 상장한 AI 마케팅 기업 매드업은 상장 첫날 장중 공모가 대비 277.5% 오른 3만200원까지 치솟았다. 2025년 매출 502억원·영업이익 85억원으로 이미 흑자를 내는 상태로 입성했고, 공모가 기준 주가수익비율이 동종 업계 평균보다 낮았던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빠르게 하락해, 상장 일주일 만에 공모가 대비 25%나 밀렸다. 이에 매드업 측은 자사주 매입과 현금 배당 등 주주환원책을 전격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은 자금조달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상장 직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상장 후 안정적으로 성장해 온 AI 기업들도 존재한다. 2021년 2월 상장한 의료 AI 기업 뷰노는 공모가 2만1000원에서 5000원까지 추락했던 주가가 2023년 6만9000원대까지 치솟았다. 동력은 심정지 예측 솔루션 딥카스였다. 2022년 국내 의료 AI 최초로 선진입 의료기술에 지정돼 비급여 시장에 진입했고, 전국 5만 병상에 적용됐다고 밝혔다. 2025년 3분기 매출 108억원·영업이익 10억원으로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장 4년여 만에 실적으로 기술을 증명한 셈이다. AI 번역·언어데이터 기업 플리토는 2019년 상장 이후 AI 학습용 언어데이터 수요 확대에 힘입어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360억원·당기순이익 64.5억원을 거뒀다. 생성형 AI 붐이 오히려 언어데이터 수요로 이어지며 본업이 탄탄해진 경우다. 두 기업의 공통점은 뚜렷하다. 화려한 첫날 성적이 아니라, 수익으로 연결되는 킬러 제품과 실제 시장 침투로 기업가치를 뒷받침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발전과 시장의 성숙도뿐만 아니라, 코스닥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6월 내놓은 보고서는 코스닥을 “혁신성장기업만의 시장이 아닌, 혁신기업을 포함한 이질적 성장 시장”으로 규정했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코스닥 상장사의 총자산이익률 평균은 2000~2004년 2.04%에서 2021~2025년 -0.31%로 떨어졌고, 영업이익률 중윗값은 -5.65%에서 -14.64%로 악화됐다. 적자 기업 비중은 30% 안팎에서 38%로 늘었다. 동시에 연구개발비율 5% 이상인 기업 비중은 15.1%에서 29.3%로 증가했다. 취약기업군과 R&D 집약 혁신기업군이 함께 불어난 것이다. 보고서의 경고는 날카롭다. 우량 혁신기업과 취약기업이 한 시장에서 구분되지 않으면, 취약기업의 부정적 신호가 코스닥 전체로 전이돼 코스닥 디스카운트를 낳고, 이것이 다시 우량기업의 자본비용을 높인다는 것이다. 코스닥이 벤처투자 회수 통로에 치우쳐 상장 이후 사후관리 기능은 취약하다는 지적도 더했다. 정책도 이에 발맞춰 코스닥 시장에 대한 3대 구조혁신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금융 당국은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적용 대상을 확대하되, 시가총액 요건이 미달한 상장사는 신속하게 퇴출시키고, 우수기업과 일반기업의 세그먼트 분리를 내년 1월 시행할 계획이다.
[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