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이 늘어난 요즘 해외 취업을 앞둔 직장인들이 고민하는 문제가 있다. “해외에서 번 돈에 대해서도 한국에 세금을 내야 할까?”우리나라 소득세법은 간명한 원칙을 담고 있다. 소득세법은 대한민국 국민이 한국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두면 거주자로서 국내외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에 대해 납세의무를 진다고 정하고 있다. 즉 한국 거주자로 인정되면, 한국에서 받은 상가임대소득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받은 근로소득에 대해서도 한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 여기서 ‘주소’는 단순히 주민등록상의 주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누11695 판결). 철수처럼 본인은 해외에 나가 있더라도, 가족이 국내에서 생활하고 자산이 국내에 있다면 소득세법상 한국 거주자로 인정될 수 있다. 유의할 점은 소득세법상 한국 거주자 여부는 국내에서의 가족관계나 자산 등 생활 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의 생활 관계는 뒤에서 볼 이중거주자의 거주지국 판정에서 고려할 요소이다. 즉 철수는 1년 중 330일 넘게 일본에 거주했어도 한국의 거주자로 인정될 수 있다. 문제는 철수는 일본 소득세법상 일본의 거주자로도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소득세법은 일본에 주소가 있거나 1년 이상 거소를 둔 경우 거주자로 본다. 일본 소득세법은 일본 국적을 가진 거주자는 전 세계 소득에 대해 일본에 소득세 납세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다. 반면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고 지난 10년간 일본에 주소 또는 거소를 가지고 있던 기간의 합계가 5년 이하인 개인은 비영주자로서 국외원천소득 이외의 소득과 국외원천소득 중 일본 지불·송금분에 한하여 납세의무가 있다고 정한다.
철수는 일본에 거소를 1년 이상 두었으므로 일본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한다. 철수는 일본 국적자가 아니므로 지금 당장 한국 임대소득에 대해 일본에 세금을 납부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일본 거주 기간이 5년을 넘어서면 일본에서 받은 급여 10억원에 한국의 임대소득 1억원을 더한 11억원에 대해 한국과 일본 모두에 세금을 내야할 수 있다. 철수는 두 나라에 각각 약 50%에 이르는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연봉을 얼마를 주건 일본에서 근무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제도가 없다면, 한국과 일본 사이에 정상적인 인적·물적 교류가 있을 수 없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교역·투자 파트너 국가와 조세조약을 체결해 이중거주자의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는 거주지국 국가에서 전 세계 소득을 합산하여 과세할 때 원천지국에 납부한 세금을 거주지국에서 빼주는 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도 운영하고 있다(소득세법 제57조).
한·일 조세조약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각 내국법에 따라 거주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되, 두 나라 모두의 거주자에 해당한다면 ① 항구적 주거가 있는 국가, ② 인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밀접한 국가, ③ 일상적 거소가 있는 국가 등의 순서로 거주지국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철수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거주자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한·일 조세조약에 따라 거주지국을 가려야 한다. 철수는 한국에 가족이 거주하는 집이 있고, 일본에는 회사 제공 사택이 있으므로, 두 나라 모두에 항구적 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밀접한 나라는 어디일까? 철수는 일본에서 번 돈 대부분을 한국으로 송금해 한국 자산을 형성했고, 일본에서는 회사 근무 외에 별다른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배우자와 어린 자녀가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렇다면 철수는 한·일 조세조약상 한국의 거주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즉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이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판단은 여러 요소를 종합해야 하는 만큼, 구체적 사실관계나 담당 재판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해외 취업이나 파견을 고려하고 있다면 사전에 조세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저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입장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음
허승 변호사
서울중앙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수원고등법원,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 등을 거쳐김·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쓴 책으로 <세금, 판결로 보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