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창에 “8월에 여름 휴가로 가족 여행 갈 만한 따뜻한 해외 도시를 찾아주고, 항공권 가격이 떨어지면 알려줘”라고 요청한다. 구글 검색창은 이전처럼 관련 웹사이트 링크를 줄줄이 보여주는 대신, 구글 인공지능(AI)이 직접 여행 후보지를 추려 비교해주기 시작한다. 또한 요청을 기억한 후 24시간 내내 여행지의 항공권 가격을 모니터링하다가, 값이 내려가자 알림을 통해 항공권 가격 변동을 이용자에게 안내한다.
지난 5월, 구글이 25년 만에 구글 서비스의 상징과도 같은 검색창 개편을 선언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도 구글이 검색의 절대 강자로서 남기 위해 단행한 과감한 결단이다. 생성형 AI가 보편화되면서 이용자들이 검색하는 방식 또한 ‘여행지 추천’ 같은 짧은 키워드 중심에서 긴 문장과 음성,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자, 구글 검색 또한 이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다.
구글은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어라인 앰피시어터에서 개최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26’를 통해 AI의 승자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과 비전을 대거 공개했다.
구글은 지난 2024년에 검색 결과 상단에 AI 요약 결과를 함께 보여주는 ‘AI 오버뷰’를 선보인 이후 2025년에는 연속적인 대화가 가능한 검색 기능인 ‘AI 모드’를 도입하며 검색과 AI의 결합을 강화해왔다.
이번 구글의 발표는 더 나아가 기본 검색창 자체를 AI 친화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구글이 검색창 개편을 통해 구현한 변화는 이용자의 질문에 답을 보여주는 검색에서, 사용자 대신 일을 수행하는 AI로의 진화다.
기존 검색이 짧은 키워드를 입력해 관련 결과를 사용자가 탐색하는 방식이었다면, 새 검색창은 사용자가 길고 복잡한 문장이나 여러 겹의 질문을 자연어 그대로 던질 수 있도록 바뀐다.
이용자가 입력하는 내용에 따라 검색창은 확장되며, 텍스트와 함께 이미지, 파일 등 다양한 형식을 함께 입력할 수도 있다. 단어를 자동완성하는 것을 넘어 질문을 정교하게 다듬어주는 AI 기반 쿼리 제안 시스템도 도입됐다. 이용자의 검색 경험을 돕는 에이전트도 순차 도입될 예정이다. 첫 시작은 ‘인포메이션 에이전트’로, 이용자가 특정 조건을 설정하면 에이전트가 이를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이용자가 요청한 내용이 확인될 경우 알림을 보내주는 식이다. 이 에이전트는 블로그, 뉴스와 같은 일반 웹사이트부터 소셜미디어 게시물, 주식 정보, 쇼핑 정보 등 이용자 요청과 연관된 모든 정보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한 이용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가 참여한 한정판 운동화가 발매되는지 궁금할 경우, 구글에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새로운 운동화 컬래버에 참여하면 알려줘”라고 요청하면 에이전트가 출시 소식을 모니터링해 이용자에게 안내한다. 이 같은 에이전트는 구글의 AI 요금제인 ‘AI 프로’ 이상 구독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올해 여름부터 도입된다.
구글이 검색의 변화를 예고한 것은 이용자들의 검색 패턴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사람들은 한두 개의 단어 중심으로 검색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 도입된 AI 모드의 월간 이용자수는 10억 명에 달하며, 분기마다 검색 쿼리의 양은 두 배씩 늘고 있다. 이용자들의 AI 검색 빈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리드 구글 검색 부문 부사장은 “사람들은 검색을 통해 얼마나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지 깨달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검색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이번 발표에서 AI 모드 기반으로 활용되는 AI 모델도 ‘제미나이 3.5 플래시’로 업데이트하며 성능을 개선했다. 기존에는 생성형 AI가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구글은 AI와 검색의 시너지를 통해 이를 정면 돌파하는 셈이다.
검색을 포함한 구글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것은 구글의 AI 모델이자 서비스명인 제미나이다. 구글은 이번 행사에서 새로운 AI 모델과 함께 에이전트 역량을 한층 강화한 제미나이를 공개했다.
구글이 새롭게 선보인 모델은 ‘제미나이 3.5 플래시’다.‘플래시’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빠른 속도와 비용 효율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경량 모델이다. 발표와 함께 구글은 앞서 소개된 구글 AI 모드를 포함해 제미나이 앱에 제미나이 3.5 플래시를 기본 모델로 탑재했다.
제미나이 3.5 플래시는 경량 모델이지만, 올해 초 구글이 선보였던 플래그십 모델인 제미나이 3.1 프로보다 뛰어난 성능을 제공한다. 구글은 블로그에서 “플래시 모델은 다른 프론티어 모델 대비 절반 이하 가격으로 프론티어 수준의 역량을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또한 음성,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모델인 ‘제미나이 옴니’도 함께 공개했다.
구글은 모델 업데이트와 함께 이용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에이전트 기능 ‘제미나이 스파크’도 새롭게 선보였다.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어시스턴트를 지나 이용자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대신 수행해주는 파트너다.
제미나이 스파크는 제미나이 앱에서 이용자를 지원하는 개인용 에이전트로, 제미나이 3.5 모델과 구글의 코딩 에이전트인 안티그래비티를 기반으로 작동하면서 지메일, 구글 문서,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구글의 도구와 연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매번 수행해야 하는 반복 작업을 제미나이 스파크에 요청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명세서를 매달 자동으로 분석해 새롭게 추가된 구독 내역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등 반복 업무를 정해진 시점에 따라 자동 처리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특히 제미나이 스파크는 클라우드상에서 구동되는 에이전트로, 이용자가 노트북을 덮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꺼도 쉬지 않고 작업을 처리한다.
제미나이 스파크 기능은 일부 테스터를 대상으로 먼저 공개됐으며, 구글 AI 유료 구독자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AI 패권 경쟁에서 오픈AI, 앤트로픽과 경쟁하는 구글의 강력한 차별점은 구글 검색, 지메일, 유튜브 등을 아우르는 강력한 서비스 생태계다.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모델과 에이전트 기능은 구글의 AI 기술과 서비스를 제미나이와 매끄럽게 연결함으로써, AI 슈퍼 앱으로서 제미나이를 한층 더 강력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풀이된다.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에서도 구글은 새로운 제품을 예고했다. 스마트폰을 이을 새로운 폼팩터(제품 형태)로 주목받고 있는 AI 글라스다. 구글이 삼성전자와 협력해 개발하고 있는 제품으로, 구글이 이를 부르는 명칭은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다.
AI 글라스가 작동하는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XR’은 구글이 삼성전자, 퀄컴과 함께 개발했다.
제품의 기본적인 특징은 구글의 AI 서비스인 제미나이와 연동되어 있어 사용자가 음성으로 AI에 질문하고 필요한 작업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제품을 착용한 후 “헤이 구글”이라고 말하거나 안경테 측면을 손으로 터치해 AI를 호출할 수 있다.
또한 탑재된 카메라를 이용해 눈앞에 보이는 것을 제미나이에게 물어볼 수 있다. 길을 걷다가 발견한 식당의 리뷰를 물어보거나, 처음 보는 동물의 이름을 찾아보는 것 등이 가능하다. 문자 전송, 음성 번역 등 기본적인 기능들도 제공한다.
구글은 음성 기능만을 지원하는 오디오 글라스를 올해 선보인 후, 내년에는 디스플레이에 시각화된 정보까지 띄워주는 디스플레이 글라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AI 글라스 시장은 현재 메타가 먼저 장악한 영역이다. 메타는 레이밴, 오클리 등 아이웨어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을 이미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약 700만 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로서는 제미나이 및 자사 서비스와의 연계를 강점으로 메타와 경쟁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구글은 이용자들의 수요를 끌어내기 위해 디자인 측면에도 집중한다. 아이웨어 브랜드인 젠틀몬스터, 와비 파커와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직접 얼굴에 착용하는 제품인 만큼 패션 요소로서의 정체성도 강화하기 위함이다. 구글은 이를 위해 지난해 젠틀몬스터에 약 1억 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한편 AI 글라스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가격, 기능에 더해 배터리 용량 등 하드웨어 성능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레이밴 메타 제품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최대 8시간 사용 가능하다. 안경은 일반적으로 하루 종일 착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배터리 수명으로는 중간에 안경을 벗은 후 재충전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하는 것이다.
구글은 이번 행사에서 자사 AI 서비스 이용자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주요 지표를 공개했다. 제미나이의 월 이용자수는 1년 만에 4억 명에서 9억 명으로 뛰었고, 검색에 도입된 AI 모드는 월 이용자수가 10억 명을 넘어섰다. 생성형 AI 시장 초반에만 해도 오류투성이인 챗봇 ‘바드’로 비판받던 구글이 상황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안정적인 매출 성장과 강력한 서비스 생태계를 무기로 구글은 오픈AI, 앤트로픽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여전히 챗GPT가 이용자수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구글로서는 이를 넘어서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챗GPT의 월 이용자수는 약 11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분석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챗GPT의 시장 점유율은 46.4%로, 제미나이(27.7%)와 클로드(10.3%)를 앞섰다. 챗GPT가 여전히 큰 격차를 유지하는 모양새지만, 올해 들어 점유율이 50% 밑으로 하락하면서 균열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기업들이 활용하는 AI 모델 시장에서도 구글은 아직 앤트로픽과 오픈AI에 뒤지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인 멘로벤처스가 2025년 말 기준으로 기업용 모델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앤트로픽이 40%를 차지했으며 오픈AI가 27%를 기록했다. 구글은 21%로 3위에 머물렀다. 한편 이번 구글 행사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구글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평가받던 AI 경쟁 초반의 부진을 딛고 실리콘밸리 최종 승자로 자리매김하는 양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정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