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 경제 불확실성 증대와 내수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SK와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인사쇄신과 투자전략을 통한 새판짜기에 나선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기업 안팎의 변수에 유연히 대응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SK와 LG는 특히 전면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두 그룹 모두 위기 인식에서 비롯된 전례 없는 전략 리셋 작업에 돌입하며,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근본부터 재검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를 중도 교체하며 초강수 인사를 단행했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장용호 SK(주) 사장을 총괄사장으로, 전략통 추형욱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해 ‘투톱 체제’로 위기 대응에 나섰다. 양 수장은 본격적인 리밸런싱(사업 재편) 작업에 착수했으며, 포트폴리오 정비, 운영 효율화(OI), 조직 문화 쇄신을 동시 추진 중이다.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화학·배터리 부문은 물론, 알짜 계열사까지도 자산 유동화나 지분 매각이 거론되는 등 전면적인 혁신 구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LG는 2025년 상반기 전략보고회를 생략하고, 구광모㈜LG 회장 주도로 계열사별 ‘투자 점검 회의’를 신설해 사업성과와 생존 가능성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AI·바이오·클린테크(ABC)를 축으로 한 미래 투자 방향은 유지하되, 본업의 수익성 저하와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각 사업의 실행력을 다시 평가하고 있다. OLED, 배터리, 전장 부문에서의 선택과 집중 기조가 강화되며, 계열사별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도 병행 중이다. 두 그룹의 체질 개선 전략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지속 가능한 미래 사업 기반을 만드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LG는 배터리를 ‘대표 산업’으로 재정의하며 구광모 회장 체제 하의 장기 방향성을 뚜렷이 했고, SK이노베이션은 실용과 실행에 방점을 둔 ‘장용호식 경영’으로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대기업의 체질 개선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정밀 진단’과 ‘구조적 재정비’가 재계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SK와 LG는 모두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경영 환경에서의 ‘신뢰 가능한 미래 구조’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 탈탄소 전환,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등 글로벌 질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과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두 그룹의 ‘혁신 드라이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결국 이들의 전략은 단순한 조직 재정비를 넘어 기존 성공 공식의 해체와 새로운 성장 공식을 재정의하는 작업이다. 고비용 구조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고, 그룹 차원의 ‘핵심 집중-비핵심 축소’ 체계를 확립해 위기 속 생존을 넘어 중장기적 시장 지배력 강화로 이어갈 방침이다.
[추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