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의 아버지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거침없는 행보가 외교 분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탁신 전 총리가 자국 외교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국가 역량 강화 차원에서 나쁘지 않지만 패통탄 총리의 존재가 가려지면서 그의 상왕 논란과 관련한 불편한 시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탁신 전 태국 총리를 개인 고문에 임명했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맡는데, 탁신 전 총리는 고문 자격으로 안와르 총리가 구성하는 자문단에 참여할 예정이다.
안와르 총리가 탁신 전 총리를 고문으로 임명한 배경에는 역내 여러 문제들에 대한 그의 조언을 기대하는 것도 있지만, 아세안에서 현재 가장 큰 숙제인 미얀마 분쟁 해결에 그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우선 목표 중 하나가 미얀마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다.
탁신 전 총리는 미얀마 군부 세력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가교 역할을 하는데 충분하다. 지난해 4월 그는 직접 군부와 미얀마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안와르 총리는 탁신 전 총리를 고문으로 임명한 직후 만나 미얀마 분쟁 등 역내 문제 해결을 이미 논의한 바 있다.
안와르 총리는 탁신 전 총리를 만난 직후 소셜미디어 X에 “그의 독보적인 역내 관계 네트워트는 보다 효과적으로 지역의 여러 과제 해결에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썼다.
여기까지만 보면 탁신 전 총리의 이같은 행보는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가 역내 문제 해결의 직접적 당사자로서 전면에 나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가 간의 문제 해결에 공식적 루트를 통하지 않으면 항상 뒷말이 나오게 마련이고, 또한 외교 전면에 패통탄 총리의 얼굴보다 탁신 전 총리가 더 자주 보인다면 태국의 실질적 지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태국 내에서 그의 국정 관여와 관련한 공식 직함은 없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몰라도 안와르 총리의 탁신 전 총리의 고문 임명은 태국 정부와 사전 조율을 거치는 모양새를 갖췄다. 추후 있을지도 모를 논란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국 내에서는 탁신의 입김은 거세다. 이를 두고 외교의 탁신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연말 태국 정부가 내놓은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3국의 국경선 일대에서 활개치고 있는 보이스 피싱 조직 등 온라인 범죄 대책 관련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 정책은 탁신 전 총리가 치앙마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태국과 미얀마, 캄보디아의 국경 일대에 숨어 있는 보이스 피싱 조직에 대한 해법을 약속한 직후에 나왔다.
당시 탁신 전 총리는 “캄보디아와 미얀마가 허락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사람을 보내겠다”고 까지 했다.
태국 영자 매체인 방콕포스트는 탁신 전 총리의 외교 행보와 관련해 “실제로 그기 역내 문제 해결을 해낸다면 찬사를 받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당면 과제들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방콕포스트는 이어 “최근 태국 외교는 비공식적인 접근이 공식적인 전자를 압도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외교 정책의 탁신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탁신 전 총리는 패통탄이 총리에 임명된 직후인 지난해 9월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함께 만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
문수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