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는 푸조의 준중형 세단이다. 국내 시장에서 푸조는 한때 디젤 모델의 강자였다. 그리고 또 한때, 하드톱 컨버터블의 유행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는 영원하지 않았다. 이후 반토막 난 판매량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고, 이러한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국내시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푸조의 중심에 ‘408’이 비밀병기처럼 등장했다. 첫머리에서 세단이라 소개했지만 단정하기엔 SUV가 떠오르는, 그 중간 즈음인 크로스오버랄까. 덕분에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넓고 실내도 넓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날렵하고 강한 전면부 디자인에 시선이 멈춘다. 그럼 속사정은 어떨까. 408GT에 올라 서울 도심에서 경기도 남부 일대 약 300여㎞를 시승한 후 느낌은 어딘지 모르게 달라진, 아니 젊어진 느낌이다. 푸조가, 젊어졌다.
푸조의 디자인이 달라졌다는 건 408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동안의 외관과는 전혀 다른 디자인에 횡단보도를 지나던 이들의 시선이 멈춘다. 윈틴팅이 전혀 안 된 시승차에 앉아 눈동자를 어디에 둬야 할지 막막해질 즈음 신호가 바뀌었다. 살짝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는 게 당황스러웠는지 강도가 좀 세졌다. 부르릉거리는 엔진음과 함께 앞으로 튀어 나간다. 생각보다 흔들림이 적다. 이 또한 만족스러운 퍼포먼스다.
우선 외모부터 돌아보자면 사자머리 형상의 엠블럼이 선명한 전면부 그릴이 썩 마음에 든다. 주행보조시스템에 사용되는 레이더 기능이 자리했다는데, 푸조의 상징인 사자 송곳니 모양의 주간주행등이 더해지며 매력적인 첫인상이 완성됐다. 전반적인 스타일은 푸조의 새로운 플랫폼인 EMP2 V3가 기반이 됐다. 1485㎜의 낮은 전고가 날렵한 실루엣을 구현했고, 이와 대비되는 넉넉한 전장(4700㎜)과 휠베이스(2790㎜)가 비교적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견인하고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깔끔한 레이아웃이 직관적이다. 스티치로 포인트를 준 나파 가죽 시트나 허투루 마감하지 않은 내부 소재가 고급스럽다. 무엇보다 10인치 스크린에 적용된 아이-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응답성이 꽤 빠르고 정확하다.
408GT에는 공기정화시스템인 ‘클린 캐빈’과 앞좌석 마사지 기능이 더해졌는데, 이 또한 유용한 기능이다. 기본 트렁크 공간은 536ℓ,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611ℓ로 확장된다.
파워트레인은 1.2ℓ 퓨어테크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 출력은 131마력, 최대 토크는 23.5㎏/m에 이른다. 복합연비는 12.9㎞/ℓ(도심 11.5㎞/ℓ, 고속 15.0㎞/ℓ). 도심 시승에선 13.1㎞/ℓ, 고속도로에선 15.8㎞/ℓ가 기록됐다. 특히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했을 때 막히는 구간에서 완전 정차 후 재출발하는 기능이라든지, 65㎞/h 이상으로 2시간 이상 휴식 없이 장거리 운전을 할 때 휴식을 권하는 메시지가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표시되는 기능은 꽤 유용했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