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한우 오마카세’라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우 요리로 구성된 다이닝 코스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문을 연 한우 오마카세 레스토랑 ’우멤버(Woomember)’는 이런 한우 오마카세 코스에 일식 스시를 곁들여 손님들에게 특별한 다이닝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우멤버의 메뉴들은 1⁺⁺등급 한우를 중심으로 한식과 중식, 일식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손님들이 이곳에 ‘퓨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다. ‘우멤버’란 이름은 한자로 ‘벗’을 뜻하는 ‘우(友)’와 ‘멤버십(Membership)’의 결합어로, 고객을 특별한 친구처럼 대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멤버는 손님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점심 시간대에는 한우 오마카세 코스 외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식사메뉴 세트도 운영하고 있다. 단골손님들에게는 셰프의 특선 메뉴나 금액 할인 같은 혜택도 주어진다.
‘오마카세(お任せ)’는 일본어로 ‘셰프에게 맡긴다’는 뜻으로, 셰프가 그날 가장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선택해 손님을 위한 요리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모든 손님을 사전 예약제로만 받는다. 앤드류 리 우멤버 오너셰프는 “그날 맞는 손님들을 위해 최상의 신선한 재료를 준비할 수 있도록 100%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며 “특히 한우는 손님 도착 3시간 전 숙성고로 옮겨 숙성을 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날 요리에 쓰일 정육과 살아 있는 랍스터는 오마카세 시작 전 손님에게 직접 보여 준다. 우멤버의 한우 오마카세는 크게 라이트, 런치 스페셜, 디너 프리미엄, 디너 VIP 등 총 4가지 코스로 운영된다. 이 가운데 6개 코스로 진행되는 라이트 코스는 바 테이블 전용 메뉴다. 각 코스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한우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다. 우멤버의 핵심은 모든 한우 메뉴에서 1⁺⁺등급 한우 가운데서도 마블링 스코어가 No.9로 가장 높은 품질의 ‘1⁺⁺No.9’등급 한우만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1⁺⁺No.9등급 한우는 근내지방 함량이 19% 이상인 한우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어떤 요리에서든 부드러운 육질과 풍부한 육즙을 느낄 수 있다.
시그니처 코스라고 할 수 있는 디너 VIP코스는 15개 코스로 진행된다. 우멤버의 인기 전채인 ‘스파이시 투나’를 시작으로 제철 사시미와 각종 스시, 한우 안심 탕수육, 랍스타 짬뽕, 한우 꽃등심 구이, 식사 메뉴, 디저트까지 산해진미가 차례로 펼쳐진다. 스파이시 투나는 참치를 매운 소스에 버무려 관자 사시미, 파인애플 등을 올린 스타터다. 소스와 함께 한입에 넣으면 상큼하면서도 매콤한 맛에 약간의 식감이 더해져 부드러운 김치전을 떠올리게 한다. 그 다음으로는 참치 대뱃살과 제철 사시미가 깔끔하게 입맛을 돋운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랍스터 차완무시’는 부드러운 차완무시(일식 달걀찜)에 랍스터와 캐비어를 올린 것으로, 달걀의 고소함과 랍스타의 짭짤함이 부드럽게 입안을 가득 채운다. 리 셰프는 “마블링이 좋은 등심을 이용해 만든 ‘한우 등심 육전’은 고수 장아찌와 함께 소스에 찍어 먹거나 소스의 내용물을 육전에 얹어먹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고수 장아찌는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육전에 감칠맛을 더해 주는 요소다. 활랍스터로 만든 ‘랍스터 스시’는 우멤버의 시그니처 스시다. 랍스터 테일 반쪽을 밥 위에 통으로 올린 것으로 랍스터회 위로 국내산(전남 고성) 우니와 바다포도, 캐비어를 올렸다. 랍스터회 특유의 쫀득함에 우니의 고소함, 톡톡 터지는 바다포도·캐비어의 식감이 더해져 지루할 틈이 없다.
한우 살치살 스시는 한우 살치살을 살짝 익혀 밥을 감싸고 캐비어를 올린 스시로 진한 육향과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일식 스시를 먹고나면 중식 ‘한우 안심 탕수육’과 ‘랍스터 짬뽕’이 손님을 맞는다. 1⁺⁺No.9등급 한우 중에서도 가장 부드러운 안심 부위를 사용한 탕수육은 ‘겉바속촉’의 진수를 보여 준다. 리 셰프는 “랍스터 짬뽕은 본래 랍스터 찌개로 제공되던 메뉴를 짬뽕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멤버의 랍스터 짬뽕은 국물에까지 진한 불향이 배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디너 VIP 코스에서는 5가지 한우 구이가 제공된다. 육즙이 가장 진한 꽃등심으로 시작해 진한 마블링으로 부드러운 꽃갈비살,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인 안창살, 부드러운 식감과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새우살(꽃등심과 아랫등심 일부를 구성하는 새우 모양의 특수 부위)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한우 카발란 등심 구이’는 고기를 구울 때 세계 위스키 대회 상을 휩쓴 ‘카발란 솔리스트 비노 캐스크’를 끼얹어 불을 붙인 뒤 그 열로 등심 표면에 위스키를 캐러멜처럼 입힌 메뉴다. 비노 캐스크의 바닐라와 오크의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식사 메뉴로는 ‘한우 트러플 아보카도 치즈 버거&감자튀김’이나 ‘솥밥&한우 육개장 또는 미역국’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미니 버거로 제공되는 한우 트러플 아보카도 치즈 버거는 한우 패티에 트러플 소스와 세 가지 치즈를 더했다. 기름기 있는 고소한 맛을 즐기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만약 시원하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싶다면 한식 메뉴인 솥밥과 한우 육개장 또는 미역국을 선택하면 된다. 디저트로는 크림 커스터드 위에 캐러멜 토핑을 얹어 내는 프랑스 디저트 크렘 브륄레가 제공된다.
우멤버의 다이닝 공간은 전체적으로 차분한 톤으로 꾸며져 조명 아래 음식과 대화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바 테이블과 함께 최소 4인실부터 24인실까지 다양한 규모의 룸을 갖추고 있어 목적에 맞게 이용 가능하다. 모든 좌석이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꾸며졌다는 점도 장점이다. 우드 소재와 금속적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따뜻하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품격 있는 식사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한편 앤드류 리 셰프는 15살 때 미국으로 가족이 이민을 가면서 미국 국적을 얻었다. 대학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의 근간이 되는 정보시스템학을 공부했지만 3학년 때 중퇴를 했다. 리 셰프는 “당시 방황하던 시기에 F학점을 면하려고 한 학기를 통째로 다시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잠시 쉬었는데, 그때 요리를 하게 되면서 다시 학교에 돌아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미국 현지에서 한식, 중식, 일식, 양식 가리지 않고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직접 부딪히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지난해 우멤버를 열면서 37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미국에서 레스토랑 3곳을 파트너들과 공동 운영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우멤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 셰프는 “과거에 비해 지금의 서울은 너무나도 많이 달라져 적응하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그래도 조금씩 단골손님들이 생겨난 덕분에 다양한 의견을 듣고 메뉴에 변화를 주면서 우리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멤버
장르 한우 오마카세
위치 서울 강남구 선릉로100길 34, B1층
오너셰프 앤드류 리 셰프
영업시간 매일 12:00~23:00(14:00~17:00 브레이크 타임, 21:00 라스트 오더)
가격대 라이트 코스 10만원, 런치 스페셜 코스 15만원, 디너 프리미엄 코스 25만원, 디너 VIP 코스 35만원
프라이빗 룸 4·6·12·24인실
전화번호 0507-1458-1557
주차 발레파킹
[송경은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