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일반적으로 부자를 금융 자산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으로 정의했다. 소위 백만장자다. ‘HNWI(High Net Worth Individual)’라고도 칭한다. 그중에서도 순자산 3000만달러(약 414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은 ‘UHNWI(Ultra-HNWI)’로 구분하기도 한다. ‘슈퍼 리치’는 나라별 공통적인 자산 규모 정의가 있는 표현이 아니며 대개 UHNWI 이상을 슈퍼 리치로 본다. 영국 컨설팅 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2024년 ‘더 웰스 리포트(The Wealth Report)’에 따르면 지난해 매일 70여 명의 슈퍼 리치가 새롭게 탄생했다. 2023년 말 기준 슈퍼 리치는 약 63만 명으로 2022년 대비 4.2% 증가했으며 전 세계 인구의 0.01%를 차지한다.
지역별로 보면 북미, 아시아, 유럽 순으로 슈퍼 리치가 많았다. 슈퍼 리치는 향후 5년간 28% 더 증가할 것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큰 폭(38%)으로 늘어날 것이라 예측 되는데, 아시아 슈퍼 리치의 증가는 연 7~8%대의 높은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는 인도를 중심으로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2024 글로벌 자산 보고서’를 통해 보면, 중국에서 백만달러(약 13억8140만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지난해 기준 129만 5674명이었고, 2028년에는 27% 늘어난 164만 3799명이 될 것으로 봤다.
슈퍼 리치는 기본적으로 투자 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으로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를 하고,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나이트 프랭크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슈퍼 리치는 자산의 절반가량을 주택(평균 3.72채 보유)을 포함한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 18%, 채권 12%, 사모펀드·벤처캐피털 6%, 부동산 펀드·리츠 8%, 실물자산(금·예술품·와인·자동차 등) 5%, 가상자산 1% 등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최근 슈퍼 리치들의 자산관리 관심은 부동산에 쏠린다. 나이트 프랭크 조사에 따르면 5명 중 1명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UBS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영국의 백만장자는 5년 뒤에 각각 4%, 17%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역시 중국과 영국, 인도에 이어 올해 백만장자 유출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 4위에 올랐다. 최근 영국 최대 투자 이민 컨설팅업체 헨리 앤 파트너스(Henley & Partners)가 발표한 2024 프라이빗 웰스 마이그레이션(Private Wealth Migration)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연말까지 1200명의 백만장자가 해외로 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3년 800명보다 50% 늘어난 수치다. 1위를 차지한 중국은 1만 5200명, 영국은 9500명, 인도는 4300명이었다. 한국을 이어 5위를 차지한 러시아는 1000명을 기록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보다 자산을 훨씬 많이 축적했다”며 “과거보다 해외 이주가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이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부의 지도가 바뀔 공산이 크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9호 (2024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