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맵(Bomapp)은 보험 가입 정보와 건강 정보를 분석해 고객의 보장 정보를 분석하고 보험금 청구 등 관리를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쉽게 말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보험 가입과 청구가 가능하고 필요한 보험과 필요없는 보험의 맞춤 설계를 받을 수 있는 손안의 디지털 설계사다. 2020년에 국내 최초로 영국 리서치 기업 핀테크글로벌이 선정하는 ‘세계 100대 인슈어테크 기업’에 선정되기도 한 보맵은 이듬해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하며 국내 인슈어테크 리딩 기업이 됐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장밋빛 미래가 예상되던 보맵의 행보는 이후 경영난을 겪으며 탄탄했던 성장세가 추락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짧은 시간에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한 류준우 대표는 “이번 계기를 통해 빠르게 시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선 조직이 슬림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한번 꺾인 스타트업이 다시 반등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포부를 밝혔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여전히 바쁘다고 들었습니다.
A 사실 벤처 업계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요. 저희는 인슈어테크 기업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했는데, 지금은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사실 일반인에게 인슈어테크(Insurtech·Insurance+Technology) 기업이란 명칭은 쉽지 않는데요.
A 인슈어테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같은 IT기술을 활용한 보험 서비스를 말하는데요. 저희는 2015년에 창업하고 2018년에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에 고객이 어떤 보험을 가입했는지 일목요연하게 내역을 보여주고 그 보험을 분석해서 모바일로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했습니다. 필요 없는 보험은 정리하고 필요한 보험은 가입까지 가능하게 했어요.
Q 그 모든 걸 휴대전화로 가능하게 한 건 보맵이 처음이었던 거죠.
A 그렇죠. 모든 과정을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으로 진행했습니다. 사실 보험을 안내해주는 인슈어테크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온라인 보험사라고 할 수 있어요. 미국의 레모네이드나 중국의 중안보험이 성공한 케이스죠. 한국은 전 세계 7위의 보험 강국이에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고 그렇게 만들겠다고 시작했는데, 디지털만으로 보험 시장을 바꾼다는 게 굉장히 어렵더군요.
Q 어떤 점이 걸림돌이던가요.
A 보험 생태계에선 결과적으로 원수사인 보험사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어요. 더 나아가 상품의 혁신 없이 단순히 유통구조만 바꿔서는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죠. 또 전국 오프라인 설계사분들의 영업력 등을 모바일로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회라고 생각했던 게 마이데이터 사업이었어요. 고객이 동의만 해주면 그 금융 데이터를 잘 분석해서 상품을 추천해주는, 결론적으로 데이터 중심의 모델로 갈 수 있겠다란 생각에 올인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더군요.
Q 일각에선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한 게 오히려 독이 됐다는 말도 들리던데요.
A 온라인상에서 보험 상품을 추천하려면 보험대리점 라이선스가 필요한데,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보험대리점 겸업 허용이 안 되더라고요. 마이데이터 사업의 주된 콘셉트가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 추천하고 보험 계약이 체결되면 그에 따른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건데, 2021년 말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하루아침에 그게 막혔어요.
Q 그건 보맵의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진 것 아닙니까.
A 어쩔 수 없이 생존하기 바빴습니다. 90여 명이던 직원을 20명으로 줄이고 비용 절감에 나섰습니다. 구조조정이란 표현도 쓸 수 없었어요. 생존을 위해 모든 직원들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내일 일을 알 수 없으니 이제 각자 선택해야 할 시간이라는…. AI기술이 중심인 IT기업이라 개발자들이 많았는데, 당시만 해도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따본 이들이 적었기 때문에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제 입장에선 굉장히 씁쓸했지만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Q 언뜻 이해되지 않는 게,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아니면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가져오지 못하는데, 그건 경쟁 기업과 비교하면 큰 장점 아닌가요.
A 저희도 기존 사업자들이나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기대처럼 움직이진 않더군요. 마이데이터 사업은 가입 이력이나 보장 내용처럼 보험사가 제공하는 API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API는 금융·보험사들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전산망인데,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각 금융·보험사들로부터 API를 받아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거든요. 그런데 일례로 부모가 실손보험에 가입해준 자녀의 경우 보험 분석 서비스를 이용해도 가입 이력이 없다고 뜨는 경우가 허다해요. 계약자 중심으로만 불러온 거죠. 제공된 데이터가 완전치 않아서 생긴 오류예요. 이런 상황에 경쟁 플랫폼들은 지금도 고객의 동의를 얻으면 보험 이력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요. 그걸 스크래핑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이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들였던 인프라 비용이 무색한 상황이죠.
Q 최근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건에 대해서도 마이데이터 범위 안에 포함되지 않았습니까.
A 얼마 전에 업데이트되긴 했는데, 언제까지라고 명확히 못 박진 않았습니다. 데드라인이 없다 보니 일부 보험사들은 아직도 제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에요.
Q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그럼에도 버텨온 건 그만큼 기회도 있다는 방증인데요.
A 마이데이터 사업이란 건 결론적으로 금융 정보의 자기 결정권이잖아요. 고객 본인의 데이터에 기초하는 겁니다. 결국은 시장이 투명해질 수밖에 없어요. 분명 그에 걸맞은 컨설팅 시장도 열리게 될 겁니다. 저희에겐 피벗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현재 저희가 진행 중인 사업이 크게 3가지 영역이에요. 보맵이라는 플랫폼은 B2C, 보맵플래너는 전국 40여만 명의 보험 설계사들을 위해 고객의 보험 정보를 분석해주는 마이데이터 기반의 영업 툴이자 고객 관리 툴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맵 파트너스는 이용자와 담당자를 연결하고 보장 분석, 보험금 청구, 상품 추천 등 맞춤 상담을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여러 카드사와 B2B 비즈니스도 진행 중이에요. 고객이 은행 앱에 들어오면 그 안에서 자신의 마이데이터로 카드나 금융상품을 추천받거나 보험도 가입할 수 있는 것이죠.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고객의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가져올 수 있으니 또 하나의 기회인 셈이죠.
Q 최근 국내 대형 GA(법인보험대리점)인 에즈금융서비스로부터 5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일각에선 보맵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에즈금융서비스가 단독으로 참여해 최대주주(51%)에 오른 방식을 두고 사실상 인수합병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던데요.
A 그건 너무 앞서간 시각이고요. 오히려 앞서 말씀드렸던 보험대리점 라이선스를 갖추게 됐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든든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보맵이 제공하는 ‘보장핏팅’과 ‘건강분석’ 솔루션을 에즈금융서비스 판매 채널에도 적용하는 식이죠. 보맵 플랫폼을 통해 에즈금융서비스 설계사들의 1대1 맞춤형 전문 컨설팅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기존 투자자들 입장도 있었을 텐데.
A 가시적인 미래를 판단한 것 같습니다. 특히 보험대리점 라이선스를 가진 조직과 다시금 보험 상품 추천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고, 또 에즈금융서비스 설계사들과의 시너지도 고려됐다고 봅니다. 보험사(원수사)에 소속된 설계사들은 그 보험사의 상품만 판매할 수 있지만 GA의 보험 설계사들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거든요. 고객 컨설팅에 보맵의 마이데이터가 기반이 되는 거죠.
Q 독이 됐던 마이데이터 사업이 기회가 되는 셈인데.
A 아쉬운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은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분야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는 헬스케어를 접하고 있긴 하지만 만보기 정도 넣어 리워드 주는 형식이고 헬스케어 분야는 사실 플랫폼이라는 게 따로 없거든요.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의 플랫폼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그런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 워치를 통한 데이터로 보험을 추천해주는 구조라 헬스케어 업체들이 워치를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Q 그럼 보맵은 어떻게 그 분야를 아우르는 겁니까.
A 저희는 이제 전국의 보험 설계사라는 오프라인 영업 채널이 있습니다. 직접 고객을 찾아가야 하는 조직이죠. 헬스케어 관련 키트를 고객에게 선물하거나 전달하는 게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건강한 분들은 보험료를 할인해줄 수도 있고, 안 좋은 분들에겐 보험을 추천해줄 수도 있는 거죠.
Q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헬스케어 데이터다?
A 처음부터 워치는 무리일 것 같고 스마트 체중계가 어떨까 기획하고 있습니다.
Q 앞서 미국의 레모네이드 같은 온라인 보험사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현재의 목표라면.
A 보험은 헬스케어, 의료 분야와의 확장이 필연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교집합이 많거든요. 보험을 넘어 헬스케어로의 확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지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도 했는데, 코로나19로 모든 게 스톱됐어요. 지금은 보맵의 비즈니스 모델을 같이 전개할 파트너가 있기 때문에 좀 더 탄탄하게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Q 현재 보맵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A 올해는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구성원들도 그렇고, 일단 재무적으로 흑자전환했다는 면에서요. 올 매출은 약 50억원, 내년에는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