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영 모건피부과 원장은 1993년 경희대 의과대학 조교수로 시작해 피부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부속병원 피부과 과장,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과장, 기획진료 부원장 등을 거쳤다. 국내 원형 탈모 치료 분야 선구자로 꼽힌다. 대한모발학회, 대한피부과학회, 대한피부연구학회 등에서 활동했으며,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한모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피부면역학> <모발생물학> 등의 저술이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모건피부과로 자리를 옮겨 탈모 환자들을 위한 진료를 시작했다.
심 원장은 “탈모 원인은 다양하지만 올바른 진료만 이뤄진다면 최근에는 약과 수술로 치료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탈모로 인한 고민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Q 탈모 명의로 유명하셨는데, 대학에서 정년을 마치시고 새로운 병원으로 옮기신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A 정년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탈모 환자들을 잘 치료할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이 병원을 택하게 됐습니다. 특히 모발이식전문병원으로 이미 명성을 쌓아온 곳이라 별다른 고민은 없었습니다.
Q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상당수 현대인들이 탈모로 인해 남몰래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머리카락이 좀 빠진다 싶으면 인터넷 등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게 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A 대학병원에 있다 밖에 나와보니까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들이 예상보다 더 많더군요. 대부분이 탈모가 있으면 머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는 류입니다. 대표적인 게 두피 혈액 공급입니다. 두피 마사지를 하거나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탈모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식이죠. 하지만 질환으로서의 탈모는 두피 혈액 공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게 학계의 연구 결과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관계가 없습니다. 이런 잘못된 정보들로 인해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다른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Q 사실 머리카락이 좀 많이 빠지거나 얇아만 져도 탈모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게 사실입니다. 약부터 먹어야 할지, 모발이식을 받아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A 머리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다 빠집니다. 다만 탈모가 진행되면 새로 나오는 모발이 가늘어지고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죠. 탈모의 종류는 다양해 보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유전입니다.
문제는 방치하면 계속 나빠진다는 겁니다. 결국 젊었을 때 잘 보존하는 게 중요하죠. 만약 10년 뒤를 생각한다면 일단 치료에 들어가는 게 맞겠죠. 그 이후에 머리가 좀 빠져도 괜찮다고 판단이 서면 치료를 중단해도 됩니다. 치료를 하지 않은 채로 수년이 지나면 분명히 더 나빠집니다. 전문가를 찾아 진단하고,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 남성 탈모가 유전적인 영향으로 인한 결과라는 점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탈모 환자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A 여성 탈모도 마찬가지로 유전이 원인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탈모로 이어지는 기전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약을 먹어도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발이식을 선택하기도 합니다만, 초기 탈모의 경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어요. 50대 이후 탈모가 많이 진행된 환자들은 모발이식이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모발이식을 해야 될 경우와 해서는 안 될 경우가 있는지요.
A 탈모 환자들은 수술을 해야 될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뉩니다. 탈모의 원인과 심한 정도에 따라 이식이냐 약물치료냐를 결정합니다. 일부의 경우, 머리카락을 심으면 치료가 다 끝난 걸로 오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발이식 이후에 다른 부분에서 탈모가 발생하기도 하고, 이식했던 모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사실 모발이식은 끝이 아니라 치료의 시작입니다. 먹는 약 등 꾸준한 치료를 지속해야 해요. 주의해야 할 경우는 다른 질환으로 인한 탈모를 유전적인 원인으로 오인하는 것입니다. 질환적 탈모라고 하는데, 이 경우 이식이나 약물치료가 도움이 안 되는 게 당연하죠. 여러 원인을 살피고,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들로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Q 일부에서 먹는 탈모약에 대한 부작용 우려를 제기합니다. 탈모 치료를 꺼리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인데요.
A 약에 대한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죠. 그래서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합니다. 임상실험을 할 때 진짜 약과 가짜 약을 환자는 물론 연구자들도 모르게 투약해서 이중으로 결과를 체크하죠. 이런 과정을 거쳐서 진짜 약과 가짜 약의 부작용 차이를 보게 됩니다. 현재 처방되는 먹는 탈모약은 철저한 임상을 거쳤을 뿐 아니라 20년 이상 처방돼왔지만,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효과가 뛰어나 새로운 신약이 별 의미가 없을 정도예요.
Q 최근 남녀를 불문하고 원형 탈모로 괴로움을 겪는 일이 많습니다.
A 원형 탈모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유전적인 소인, 자가면역 관련설,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가면역이 원형 탈모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면역계가 모낭을 외부 물질로 착각해 공격하면서 모발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죠. 정신적인 스트레스 또한 중요한 인자입니다. 원형 탈모는 일반적으로 치료에 잘 반응하며 치료 없이도 일정 기간 지나면 자연히 좋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른 나이에 발생하는 경우, 광범위한 부위를 침범한 경우, 발생 후 6개월 이상 경과한 경우 등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요. 심지어 몸 전체의 털이 빠지는 경우도 있고 재발도 흔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새로운 약재가 개발돼 기존에 치료가 잘 안되는 환자들도 효과를 보고 있어요. 신약들이 계속 개발 중이거나, 나오고 있어서 희망적입니다.
Q 코로나 이후 탈모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A 코로나 감염 이후 탈모가 생길 수 있어요. 과거에 흔했던 장티푸스에 걸린 이후에 탈모가 발생하기도 했어요. 다른 질환으로 장기간 입원하거나 고열을 앓은 이후에도 그런 경우가 있는데, 일단 3~4개월 지켜보고 회복된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그 이후에도 회복이 안된다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봐야 해요.
심우영 원장은 탈모 치료의 비결은 적절한 진단과 치료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도 탈모가 있다면 전문가 진단을 바로 받아야 한다는 것. 다만 지나친 초기 치료 역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탈모가 확인되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최근에는 치료를 안해도 되는 경우에도 약 복용이나 이식을 하는 일이 있다는 것. 심 원장은 “심하지 않으면 6개월 정도 진행 정도를 살펴보면서 치료를 진행하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Q 국내 탈모 치료를 선도하는 의사로 활동하고 계신데, 앞으로 어떤 의사로 기억되고 싶은지요?
A 지금까지 해왔듯이 탈모 환자에게 정말로 올바른 가이드 라인을 정해주고, 꼭 필요한 진료를 권해야죠. 예전 교수 시절 전신에 털이 빠지는 전두 탈모 환우들 모임에 나가기 위해 머리를 깎은 적도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서였는데, 최근에는 치료가 안 되던 탈모증 약도 나오고, 심각한 환자들도 정상 회귀가 가능해지고 있어요. 이 점을 꼭 인지해주셨으면 합니다.
[김병수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