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왜 아직도 골프 스코어카드는 종이일까?”
아마추어 골퍼로서 실력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자료이자 개인의 삶의 흔적이기도 한 아날로그 스코어카드에 대한 한 회계사의 의문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2014년 정성훈 대표가 설립한 스마트스코어(Smart Score)는 수십년간 당연하게 여겨진 불편한 관행에 의문을 품으며 골프 시장에서 기회를 봤다. 최상의 회계법인에서 임원까지 지냈던 정 대표지만 사업 초기 콧대 높은(?) 골프장들의 협조를 얻기는 어려웠다. 그는 골프장과의 원활한 협업을 위한 아이템으로 관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관제서비스는 골프장 운영 효율성 향상을 위한 라운드 관리 및 경기 관리 서비스다. 그는 관제서비스가 자리잡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가 필요했지만 안착할 수만 있다면 스코어 관리 서비스까지 연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골프장 관제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스마트스코어는 국내 최대 규모 골프 앱으로 성장했다. 2022년 말 기준 국내 골프인구 약 1000만 명 가운데 스마트스코어 앱 이용자는 약 340만 명으로 골프인구의 34% 이상이 스마트스코어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2023년 10월 기준 스마트스코어의 제휴 골프장 수는 367개이며 골프장 점유율은 81.6%에 달한다. 스마트스코어는 올해 말까지 약 380개로 제휴 골프장을 늘려 84%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스코어의 기업가치도 급격하게 상승했다. 2022년 말 기준 스마트스코어의 자산총액은 4900억원이며 매출은 19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만 보면 지난 5년간 115%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가치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2020년 12월, 1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1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유치를 완료했다. 2022년 6월 국내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로부터 18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 8600억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자리(기업가치 1조원 이상)를 노리게 됐다. 실제 스마트스코어는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올 6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지원 대상 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스마트스코어는 온라인 분야에서 특히 강세를 보인다. 골프 업계의 불황 속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수성하고 있다. 2023년 10월 둘째 주 기준 스마트스코어앱은 스포츠 카테고리(구글플레이) 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스마트스코어 플랫폼은 홀별 코스 정보를 알려주고, 라운드가 끝나면 시합을 즐긴 구장과 스코어를 자동으로 쌓아준다. 차곡차곡 저장된 정보들은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국 골프장 스코어 관리를 지원하고 골프장 정보 및 필드 점수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세를 거둔 스마트스코어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스마트스코어는 맥케이슨, 마제스티골프, 아티타야, 종신물산 등 7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프리미엄 골프의류 브랜드인 맥케이슨 인수를 시작으로 2021년 골프 전문 미디어인 골프매거진코리아(GMK), 2022년에는 프리미엄 골프용품 제조사인 마제스티골프를 인수했으며 2023년에는 피팅 전문 클럽 제조사인 제스타임, 태국·말레이시아 골프장 운영 기업인 아티타야, 골프코스 관리 전문 기업인 종신물산을 인수하며 골프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제스티골프는 국내 프리미엄 드라이버 시장 내 52%의 점유율을 확보한 기업이다. 2003년 일본 마루망주식회사와 한국 코스모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중저가 모델로 구성된 ‘마루망’ 라인업이 인기를 끌며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았으며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도 프리미엄 골프 클럽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 오케스트라PE에 인수된 후 ‘서브프라임’ ‘프레스티지오’ ‘로열’과 같은 고가 골프채 제품군을 잇달아 선보이며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스마트스코어는 2022년 초 국내 PEF 운용사인 스트라이커캐피탈,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와 컨소시엄을 구축해 마제스티골프를 최종 인수했으며, 마제스티골프의 직접 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제스티골프는 스마트스코어의 세계화에 발맞춰 베트남,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진출할 예정이며, 향후 의류 브랜드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스마트스코어는 올해 인수한 아티타야를 통해 골프장 운영 및 리조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티타야는 방콕 아티타야, 치앙마이 아티타야, 칸차나부리 아티타야, 말레이시아 소재 보르네오CC 등 국내 골퍼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4개 골프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또 해외 골프 상품을 제공하는 골프 여행 전문사의 역할도 수행 중이다. 이 밖에 아티타야는 골프장 외에도 각 골프장별 리조트, 호텔, 콘도 등의 숙박시설과 다양한 부대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칸차나부리 리조트의 경우 방콕-칸차나부리 고속도로 개통에 맞춰 아티타야가 한국인 골퍼의 취향에 맞게 개발한 36홀 골프코스, 220실의 5성급 호텔(2026년 완공)과 156세대의 콘도, 레지던스 호텔, 풀빌라를 갖춘 동남아 최고의 리조트로 개발 중이며, 태국 정부 승인하에 100% 한국 자본과 기술로 건설 및 운영된다. 기존 27홀의 골프코스와 100실의 골프텔 외에 2023년 11월 75세대의 콘도 및 신규 ‘밸리코스(Vally Course, 9홀)’를 완공했다. 스마트스코어는 아티타야 인수가 해외 진출은 물론 아티타야의 고객 서비스 품질 향상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올해 인수한 종신물산은 농약, 비료, 잔디, 조경, 방제, 공사를 기반으로, 국내 골프장의 코스 관리사업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오랜 농약·비료 유통 경험을 통한 고효율·고품질 인증 자재를 보유 공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신물산은 골프장 관리에 최적화된 장비들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방제와 골프장 전반 관리를 위한 전문팀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생육 환경 모니터링 및 시스템을 통한 빅데이터 수집으로 과학적인 코스 관리에도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KT와 협업해 스마트 그린 솔루션을 구축해오고 있으며, 종신물산 잔디연구소를 설립해 신품종 개발과 연구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국내 20개 골프장 코스 관리를 일괄 발주로 관리하며, 40여 개 골프장의 방제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정 대표는 “국내에는 충북 제천에 27홀 킹즈락CC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8월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기반으로 하는 아티타야그룹을 인수하며 골프장 운영 사업의 영역을 해외까지 확장하고 있다”라며 “종신물산이 보유한 골프장 환경에 대한 전문 노하우와 스마트스코어가 보유한 IT 솔루션 간 시너지를 통해 골프장의 환경과 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스마트스코어는 새로운 비전과 혁신을 담은 새 CI를 공개했다. 이번 리뉴얼은 더욱 진화된 기업 브랜드 CI 외에도 그룹 차원의 CI를 신규 제작한 점이 눈에 띈다. 스마트스코어 관계자는 “플랫폼 서비스 이상, 골프 그룹으로의 확장 의미를 담았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의 놀라운 성장을 발판 삼아 세계 시장에서도 NO.1 골프 플랫폼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그룹의 포부를 투영했다”라고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더욱더 역동적이고 세련된 서체, 그리고 스마트 블루(Smart Blue) 컬러를 핵심으로 활용한 새 CI는 ‘미래’ ‘혁신’ 그리고 ‘골프’ 세 단어를 모티브로 새롭게 재정비됐다. 새 그룹 비전인 ‘The Tomorrow of golf’와 함께, 골프 업계에서 항상 최초의 혁신적 행보를 이어온 스마트스코어의 정체성과 미래 의지를 뚜렷이 표현하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약 10년 만에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스마트스코어 정성훈 대표는 이번 CI 공개를 “새로운 도약”이라며 “이번 CI 공개는 스마트스코어가 미래지향적인 회사로 나가기 위한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골프 문화 산업을 바꿔나갈 스마트스코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스마트스코어는 지난 10월 25일 GS에너지와 함께 탄소중립 골프장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전기차 충전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두 회사의 이번 협약에는 친환경 탄소중립 골프장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전기차 충전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계획이 담겼다.
스마트스코어 관계자는 “스마트클럽 및 스마트스코어 앱 내에서 골프장별 전기차 충전기 설치 현황, 실시간 사용 현황, 충전기 사양 및 요금 정보 등을 제공할 예정이며, 더 나아가 전기차 충전 예약 및 결제를 포함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S에너지는 GS그룹의 미래 핵심 사업인 전기차 충전 사업을 맡아 충전기 제작부터 설치, 운영 서비스 사업까지 전 영역에 걸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제휴 협약을 통해 GS에너지는 골프장 내 전기차 충전기 견적, 설치, 유지 보수, 고객 서비스 등을 담당하며 친환경 골프장 구축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스코어 관계자는 “전기차를 이용하는 골퍼에게 충전 정보와 이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해 전기차 이용 골퍼의 효익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번 협약을 통해 친환경 탄소중립 골프장으로의 변화와 전기차의 보급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스코어와 GS에너지의 협력은 지속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스마트스코어는 글로벌 플랫폼 시장 진출을 위해 동남아를 중심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2년 베트남에서 합작법인(JV)을 세워 첫 서비스를 시작했고, 1년 만에 베트남 최대 기업인 빈펄 계열 골프장을 포함, 11개 골프장에 자사 관제 솔루션을 도입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또한, 글로벌 버전의 스마트스코어 앱을 론칭해 현지 이용자들이 스코어카드를 스마트폰 앱 내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B2C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다. 스마트스코어 관계자는 “2023년 11월 현재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대만 등 총 7개 국가에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사업 확장을 추진해 약 30여 개 골프장과 제휴하며 자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스마트스코어는 2022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로부터 1800억원의 투지 유치를 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한 발짝 다가선 가운데 이르면 2025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본격 상장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본체인 골프 IT 플랫폼/솔루션 사업과 계열사의 제조업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스마트스코어 관계자는 “골프장 인수, 골프 산업 내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한 인수합병, 국외 법인 설립 및 신사업 추진 등을 통해 건강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2025년 IPO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