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보조금 기준이 확정되자 국산과 수입 등 국내 판매 중인 전기차 판매량이 급상승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올 2월 신차 등록 데이터를 살펴보면 1월에 1876대를 기록한 전기차 판매량이 2월 8591대로 늘며 한 달 새 357.9%나 상승했다. 국산 완성차 업계의 한 임원은 “2월 말까지 전국 지자체의 보조금 규모가 확정돼 3월부터 본격적인 판매 경쟁이 시작됐다”며 “올해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정책이 달라졌기 때문에 전기차 구매 전 세부적인 전기차 보조금 지원 조건을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상황을 전했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해보다 높은 시점에 <매경LUXMEN>이 국산과 수입차를 포함,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는 승용(초소형 포함) 모델을 샅샅이 살펴봤다. 환경부의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공개된 국내외 16개사, 27개 모델이 그 대상이다.
▶줄어든 전기차 보조금, 가격 낮춰 시장 공략
올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산해 지급된다. 올해 전기차(승용) 1대에 지급되는 보조금 중 국비는 지난해보다 100만원 줄어든 최대 700만원이다. 국비가 줄자 지방자체단체의 보조금도 대부분 축소됐다. 쉽게 말해 대당 지급되는 지원금은 줄이고 지원 대상은 확대하는 방식으로 보조금 체계가 개편됐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서울시의 경우 최대 900만원의 보조금(국비+지방비)이 지급되지만 울릉군은 최대 1800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의 지급 기준은 차량 가격이다. 보조금을 지원받으려면 차값이 85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보조금이 100% 지원되는 기준은 5500만원 미만이다. 지난해보다 상한선이 500만원 낮춰졌다. 5500만~8500만원 미만은 50%, 8500만원 이상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가격 기준을 맞추더라도 보조금을 전액 지원받는 건 아니다. 고성능, 고효율 차량에 대한 지원 조건이 강화되면서 산정 방식이 달라졌다. 특히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등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 지급된다.
지자체들이 보조금 부정 수급 가능성을 막기 위해 내세운 평균 3개월간의 거주와 운행 기간 등도 살펴야 할 기준 중 하나다. 지난해에는 선착순으로 지급됐지만 올해는 출고·등록 순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이에 따라 보조금 대상자로 선정돼도 차량이 2개월 이내에 출고되지 않으면 보조금 신청이 취소된다. 구매 희망 차량의 정확한 출고일을 파악하는 게 중요해졌다.
국산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고려하는 첫 번째 조건은 여전히 보조금”이라며 “올해는 보조금이 하향 조정되며 폴스타2 등 일부 수입차들이 가격을 낮춰 경쟁에 뛰어들었고, 어느 해보다 순수전기차의 출시도 늘 것으로 예상돼 치열한 눈치싸움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
▶올해 전기차 보조금 왕은 기아 ‘EV6’
그렇다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8500만원 미만) 차량 중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차량은 어떤 모델일까. 환경부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공개한 국내외 16개사, 27개 모델을 살펴보니 보조금 왕은 기아의 ‘EV6’였다. 롱레인지와 스탠다드, 2WD와 4WD, 19인치와 20인치 등의 트림이 모두 700만원의 국고보조금(국비) 지급 대상이다.
EV6는 국내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2022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역사를 새로 썼다. 1964년에 시작된 유럽 올해의 차는 미국의 ‘북미 올해의 차’와 함께 완성차 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자동차 시상식으로 꼽힌다. 이 밖에 ‘2022 아일랜드 올해의 차’ ‘2022 왓 카 어워즈 올해의 차’ ‘2022 독일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 1위’ ‘포르투갈 올해의 전기차’를 수상했다. 최근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xEV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올해의 전기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EV6의 각 트림 중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가장 긴 모델은 ‘롱레인지 2WD 19인치’로 상온에서 483㎞를 주행할 수 있다. 77.506㎾h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했다. 최고속도는 185㎞/h다. 반면 주행거리가 가장 짧은 트림은 ‘스탠다드 4WD 19인치’ 모델이다. 58.124㎾h 배터리를 탑재해 용량부터 차이가 났다.
국고보조금은 상대적으로 차값이 싼 국산 전기차가 수입 전기차에 비해 지원금이 높았다. 제네시스를 제외하곤 모두 600만원 이상을 지원받았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의 경우 7개의 트림 중 ‘AWD 롱레인지 19인치’(696만원), ‘AWD 롱레인지 20인치’(680만원), ‘AWD 스탠다드 19인치’(671만원)의 주행거리가 300㎞로 비교적 짧아 보조금을 전액 지원받지 못했다.
쌍용차의 첫 순수전기차 ‘코란도 이모션’도 주목받는 전기차 중 하나다. 코란도 플랫폼을 활용한 정통 SUV 스타일에 LG에너지솔루션의 61.488㎾h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307㎞의 성능을 갖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출시 당시 내세우던 보조금 100% 지급 등의 홍보와 달리 주행거리 등이 감안되며 665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받게 됐다.
기아차 EV6
▶주행거리 왕은 테슬라 ‘모델3’
1회 충전 시 가장 먼 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주행거리 왕은 테슬라의 ‘모델3’였다. ‘롱레인지 HPL’ 트림의 주행거리가 상온에서 527.9㎞(저온 440.1㎞)나 됐다. 84.86㎾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비교 대상 전기차 중 배터리 용량이 가장 높았다.
사실 전기차 보조금을 논하며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브랜드는 테슬라였다. 결과적으로 가장 저렴한 모델인 모델3의 ‘스탠더드 플러스 RWD HPL’이 310만원, ‘퍼포먼스 HPL’과 ‘롱레인지 HPL’이 각각 315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모델Y’에서도 ‘롱레인지’와 ‘스탠더드 레인지’가 각각 315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이들을 제외한 모델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테슬라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델Y 퍼포먼스’(8699만→8799만원)와 ‘모델3 롱레인지’(6979만→7079만원), ‘모델Y 롱레인지’(7989만→8189만원)의 가격 상승을 통보했다. 업계에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전기차를 지탱하는 배터리 생산비용의 약 80%가 원자재이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의 한 임원은 “여타 경쟁 브랜드들이 보조금을 염두에 두고 전기차 가격을 낮추거나 동결시키고 있는데 테슬라만 역행하고 있다”며 “인상 폭이 전기차 보조금 지원선을 맞췄다지만 까다로운 국내 고객들의 취향까지 맞출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와 폭스바겐, 볼보 등은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가장 선호하는 전기차 브랜드는 현대차, 기아, 테슬라”
친환경 전기차 전시회 ‘xEV TREND KOREA 2022’ 사무국이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4일까지 성인남녀 2098명을 대상으로 전기차 선호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현대차(807명, 38%)가 2년 연속 선정됐다. 뒤를 이은 기아(384명, 18%), 테슬라(349명, 17%), 제네시스(139명, 7%), BMW(99명, 5%)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2018년부터 5회째 진행 중인 이번 전기차 선호도 조사에서 구매 의향을 묻는 질문에 95%(1994명)가 구매의사를 밝혔다. 특히 ‘3년 내에 구입하겠다’는 응답자가 59%(1244명)로 전년 대비 33%나 높게 나타났다. 전기차 구입 시 고려사항에 대한 질문에는 ‘최대 주행거리(579명, 29%)’와 ‘충전소 설치(425명, 21%)’ ‘차량 가격(369명, 18%)’ ‘구매 보조금(353명, 18%)’ 순으로 나타났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