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백화점 구두 매장 직원으로 일하다 결혼한 김일화(39)·이슬기(31) 부부. 연차도 없이 한 달에 이틀만 쉬며 열심히 일했지만 좀처럼 돈은 모이지 않았다. 정규직이 아니다 보니 길게 일하지 못하고 패스트푸드 점장부터 보험설계사까지 다양한 직업을 전전해야 했다. 결혼 4년 차를 맞은 2018년 김씨는 "입사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쿠팡 배달원인 '쿠팡친구(쿠친)'를 시작했다. 하루에 정해진 일정한 물량만 배달하면 매달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직장에 있을 때 쉽지 않았던 자유로운 연차 사용에 각종 복리후생까지 누릴 수 있게 되면서 삶의 질이 확 달라졌다. 처음에 쿠팡 취업에 반대하던 이씨도 남편을 따라 지난해부터 쿠팡친구에 합류하면서 이제 둘은 쿠팡 인천5캠프에서 유명한 '부부 쿠친'으로 활약하고 있다.
창사 10년 만에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선두 업체로 급부상하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까지 성공한 쿠팡의 지금을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주문 후 24시간 안에 물건을 집까지 가져다주는 '로켓배송'이다. 이 로켓배송을 책임지는 전담 배달직원인 쿠친이 김씨 부부처럼 가족이 함께 뛰어들 만큼 '좋은 일자리'로 주목받으며 새롭게 등장한 신(新)배달원 수요의 상당수를 끌어모으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27일 쿠팡에 따르면 2017년 3700명이던 쿠친 숫자는 2019년 5500명을 거쳐 지난해 1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쿠팡이 꾸준히 신규 채용을 이어간 것을 감안하면 현재 쿠친은 1만8000여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 수 2만여 명에 육박하는 숫자다.
쿠친 숫자가 불과 4년 만에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은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배달원 수요가 늘어난 이유가 크지만, 업계에서는 일반 택배기사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쿠친만의 근무조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쿠친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쿠팡이 100% 직고용한 '쿠팡 직원'이라는 것이다. 일단 쿠친을 시작하면 6주의 수습기간을 거쳐 2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이후 일정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수습부터 정규직까지 모두 쿠팡 한국법인인 (주)쿠팡의 직원으로서 주 5일제를 포함한 각종 근무조건과 복리후생 등을 똑같이 적용받는다. 연간 휴무일은 일반 택배기사의 2배 수준인 130일 이상이고, 연차도 자유롭게 1년에 15일 이상 쓸 수 있으며 4대 보험도 100% 적용된다.
쿠친이 가져가는 연봉은 3500만~4800만원 선이다. 연봉 차이는 연차에 따른 것이라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배송을 맡은 지역과 물량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인 일반 택배기사와 달리 꾸준하게 일정한 배송량만 맡으면서 안정적인 고정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과거 불안정한 일자리 때문에 마음고생했던 이들에게서 더 반응이 좋다.
김씨 부부가 대표적이다. 둘이 합쳐 연 3500만원을 벌기 힘들었던 예전과 달리 현재 부부의 합산 연봉은 예전의 2배가 넘는 7000만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씨는 "일주일에 쉬는 날 이틀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나는 수·토요일, 남편은 화·일요일 식으로 휴무일을 잡는다"며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4일이나 돼 아이들과의 사이가 예전보다 정말 좋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