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연구팀이 40~69세 당뇨병을 가진 장년층이 총 에너지 중 섭취 탄수화물 비율이 69%를 넘으면 사망률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탄수화물은 혈액을 타고 세포로 운반돼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이지만 과도한 섭취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당뇨환자의 적절한 탄수화물 섭취는 상당히 중요한 관리항목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에서도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2023년 당뇨병진료지침에서는 탄수화물의 적절한 섭취에 대한 전향연구는 부족하지만 총에너지의 55~65% 이하로 줄이되 환자의 현재 상태와 대사 목표에 따라 섭취량을 개별화하도록 추천하고 있다. 기저질환 종류는 물론 인종과 민족에 따른 적절한 탄수화물 섭취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먼저, 45~64세 미국 성인 대상 연구에서는 탄수화물 섭취가 50~55%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탄수화물 섭취량이 43~52%일 때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탄수화물 비중을 완전히 낮추는 것보다는 비율을 일정 부분으로 조절하는 것이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40~69세를 대상으로 중장년과 노인의 당뇨병 유무에 따른 탄수화물 섭취와 사망률 관계를 조사했다.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 자료를 활용해 14만3050명을 통계 분석했다. 이 중에서 당뇨병을 가진 환자는 1만4324명(10.1%)이었다. 또 연구 추적 기간 10년 동안 전체 대상자 중 사망자는 5436명이었다. 연구팀은 당뇨병 동반 여부를 구분해 사망률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섭취율을 찾아 적정 섭취량을 밝혔다. 당뇨병 환자는 총에너지 중 탄수화물 섭취가 69%가 넘으면 사망률이 증가했다. 당뇨병환자 대상으로는 탄수화물 섭취와 사망률 사이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탄수화물 비율이 10% 증가하면 사망률이 10% 올랐다. 또 당뇨병환자가 당류 섭취 1g을 늘리면 사망률이 2% 증가했다. 특히, 감미료 등 첨가당은 1g 증가하면 사망률이 18%나 올랐다. 반대로 당뇨병이 없으면 탄수화물, 당류, 첨가당 섭취 정도와 사망률 간 관계가 없었다.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당뇨병이 있으면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를 조심하는 식습관이 필요하다”며 “당뇨병이 없더라도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비만, 당뇨 등 성인병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유진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40~69세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을 포함한 연구에 비해 총사망률이 증가하는 적정 탄수화물 섭취분율 기준점이 다소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영양(Clinical Nutrition)에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식이관리 수요 기반 대상별 맞춤형 식사관리 솔루션 및 재가식 연구 개발’의 지원을 받아 실시됐다.
이번 연구팀에는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권유진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의학통계학과 이혜선 교수, 위대한내과의원 박영환 부원장이 참여했다.
최근 장년층을 넘어 청년층까지 당뇨병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당뇨의 치료는 식사요법과 운동요법, 약물요법이 기본이다. 약물요법을 사용하더라도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꼭 병행해야 한다. 식사는 의사와 영양사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양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은 천천히 꼭꼭 씹어 먹고,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이나 설탕 같은 단순당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전문가들은 유산소운동과 저항운동을 함께하는 것을 권장한다. 유산소운동은 일주일에 150분 이상, 중강도 이상으로, 적어도 3일 이상 하며, 연속해서 2일 이상 쉬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다만 운동 전에는 당뇨와 관련된 합병증이나 다른 질병이 있는지 꼭 확인하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서 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사요법과 운동만으로 혈당을 조절하기 어려울 때는 약물요법을 병행한다. 약물을 선택할 때는 동반 질환 여부, 혈당 강하 효과, 체중에 대한 효과, 저혈당 위험도, 나이 등을 고려해 의사와 상의해 조절할 수 있다. 경구 당뇨병 약제는 다양한 작용을 통해 혈당을 낮추는데,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거나, 인슐린의 반응성을 증가시키거나, 간에서 포도당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거나, 소장에서 포도당 흡수를 지연시키거나,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억제하는 등의 작용이 있다. 경구 약제로도 조절이 되지 않을 때는 주사제 형태의 인슐린을 사용할 수 있다. 한편 당뇨병이 생기는 데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더라도 환경적인 요인을 잘 관리하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식이나 비만, 스트레스를 피하고 적절한 영양 상태를 유지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혈당에 영향을 미치는 음주와 혈관질환의 원인이 되는 흡연을 피하고, 당뇨병의 위험 및 악화 요인 중 하나인 복부 비만을 주의해야 한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6호 (2024년 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