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 속에서 그동안 사실상 묵인해왔던 여러 편법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비용절감에 고삐를 죄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하반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다.
먼저 글로벌 1위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큰 수혜를 입은 넷플릭스는 엔데믹을 맞아 또다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가파르게 상승했던 만큼 그 하락세도 눈에 띄었던 넷플릭스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대표적인 계획이 바로 그간 암묵적으로 허용해왔던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이다. 넷플릭스는 프리미엄 요금제 가입 시 최대 4개의 프로필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해 최대 4명까지 한 계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유료 가입자를 최대한 늘리는 전략 대신 많은 사용자들이 넷플릭스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해 몸값을 높이고 파급력을 키우는 데 방점을 찍은 탓이다. 이와 더불어 콘텐츠 제작비에 대부분의 수익을 재투자하며 콘텐츠 흥행에 사활을 걸었다. 그 덕에 역대 최고 흥행작인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수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눈과 귀를 사로잡아왔다.
때마침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집에서만 머물러야 했던 많은 사람들이 TV를 보다 큰 화면으로 교체하고 넷플릭스에 가입하며 회사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뜨겁게 불탔던 넷플릭스에 2022년부터 본격적인 빨간불이 켜졌다. 사용자 수는 더이상 늘어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늘어났고 새로운 대흥행 콘텐츠가 터지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떠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1분기 넷플릭스 신규 이용자 20만 명이 감소하며 창업 10년 만에 첫 이용자 수 감소라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어 2분기에도 97만 명의 사용자 감소를 기록하며 주가 하락을 계속 이어나갔다. 신규 가입자가 늘어날 대로 늘어난 만큼 더 이상 신규 가입자 유치에 실패하며 기업의 성장에 의구심을 품은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한때 700달러에 육박하던 넷플릭스 주가는 불과 몇 달 만에 2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투자자들이 넷플릭스의 위기 돌파 전략에 대한 관심이 커져간 가운데 넷플릭스는 지난해 3분기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 전략을 공개했다. 핵심 전략은 다름 아닌 광고가 포함된 새로운 요금제 출시와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이었다.
먼저 기존 요금제보다 싼 비용에 넷플릭스를 사용하는 대신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광고형 요금제 출시가 첫 번째 전략이다. 이를 통해 보다많은 사용자가 유입되면서 외부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내놓은 정책이 바로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이다. 이르면 올해 1분기부터 시행을 예고한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은 그간 폭발적 성장을 가져왔던 넷플릭스 전략의 전면 수정을 뜻한다. 계정 공유 정책을 사실상 눈감아줬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늘어났던 넷플릭스 가입자가 더이상 늘어나지 않은 가운데 승부수로 이러한 계정 공유를 금지해 이들을 유료가입자로 전환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상당수 투자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넷플릭스의 전략이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 평했다. 오히려 그간 콘텐츠 흥행과 이슈화에 도움이됐던 사용자 수를 상당수 잃게 돼 넷플릭스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극단론에도 힘이 실렸다. 그로 인해 넷플릭스는 처음 공개했던 올해 1분기에는 이러한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에서 공유 금지를 실행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고 실제 가입자 증가 효과가 있는지 검증을 해나갔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계정 공유 금지가 1분기에 시행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용자 사이에서 큰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며 시장의 상황을 살피는 데 주력했다.
이 사이 미국 증시의 완연한 회복과 더불어 넷플릭스 역시 조용하게 내공을 쌓아왔다. 게다가 가장 큰 경쟁사인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가 예상보다 부진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넷플릭스의 가장 큰 위협이라 불렸던 업계 경쟁에서는 다소 숨을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지난해 2분기 바닥을 찍은 넷플릭스는 다시 한번 대세 상승세에 오르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넷플릭스가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계정 공유 금지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5월 23일부터 미국에서 계정 공유를 금지했다. 시장의 우려는 다시 커졌지만 데이터는 넷플릭스의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가 계정을 금지한 직후인 지난 5월 23~28일 미국 넷플릭스의 하루 기준 신규 가입자 수는 평균 7만3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이전 60일 평균 대비 102%나 성장한 수치다. 즉 상당수의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계정 공유 차단 후에 신규 가입을 택하며 가입자 수 증가에 일조한 셈이다. 결국 당장은 넷플릭스의 전략이 성공적으로 먹혀들어간 셈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지난 3월부터 계정 공유를 금지했던 베네수엘라 등 남미 지역의 경우 1분기에만 45만 명의 가입자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즉 당장은 신규가입 효과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입자 수가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넷플릭스는 회사 차원의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풀이된다.
다행히도 광고요금제 출시가 가입자 수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만큼 계정 공유 금지로 인한 가입자 수 감소 효과도 어느 정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규 가입자의 25%가량이 이러한 광고 요금제를 택하고 있어 추후 광고 가입제와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의 시너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그뿐 아니라 최근 넷플릭스 내부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보이는 등 넷플릭스를 수용적인 콘텐츠 소비 플랫폼이 아닌 다양한 문화와 여가를 선용할 수 있는 종합 플랫폼으로의 방향성도 뚜렷하게 그려나갈 방침이다.
실제 주가는 450달러(7월 14일 종가 기준)까지 회복한 상태다. 저점 대비 2배 이상 오른 가파른 성장세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목표주가도 높아지고 있다. UBS의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의 목표주가를 주당 390달러에서 525달러로 상향조정하며 하반기 성장 가속화를 시사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하반기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만큼 넷플릭스의 성장 동력이 훨씬 크다는 의미다.
넷플릭스의 성공적인 계정 공유 금지 정책에 자극받은 기업도 등장했다. 바로 미국의 대표적인 회원제 유통업체 코스트코다. 코스트코는 일정 금액을 연간 회비로 받고 회원들을 대상으로만 물건을 판매하는 대형마트다. 회원제 운영으로 인해 고객 수는 제한적이지만 가격이 저렴한 소품종 대량판매 원칙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여기서 싼 판매가격을 보완하는 것이 바로 회원들에게 걷어들이는 회비다. 코스트코 매장에 들어갈때 회원들은 본인의 회원카드를 제시하며 입장해야 한다. 카드에는 본인의 얼굴이 찍혀있는 만큼 본인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실제 이러한 검사 과정을 사실상 생략해 회원 카드만 있으면 입장할 수 있도록 눈감아왔다. 이러한 이유로 코스트코 회원카드를 친구나 가족, 지인들에게 빌려 아무런 제재 없이 손쉽게 장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경제상황이 급격히 나빠짐에 따라 코스트코 역시 이러한 회원카드 공유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예고한 것이다. 코스트코는 지난 6월 29일 성명서를 내 “셀프 계산대를 확장한 뒤 비회원 손님들이 다른 사람의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비회원이 회원과 동일한 혜택을 누리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코스트코는 향후 셀프 계산대에서도 사진이 들어간 회원카드를 요구하고 사진을 통해 본인임을 확인한 뒤 결제를 승인할 방침이다. 현 규정상 회원카드 소유자는 최대 2명까지 동반해 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원칙은 그대로 두더라도 비회원이 이용하는 것은 막겠다는 뜻이다.
2022년 기준 코스트코는 전 세계에 6600만 명의 유료회원과 1억1900만 명의 카드 소유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해 회비로만 벌어들이는 수익이 자그만치 42억달러에 달한다. 결국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회원카드 공유 단속을 통해 확보하면서 어려워질 경영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특히 이러한 회원제 및 구독형 서비스의 확산은 경영상황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대표적인 수익 전략으로 불린다. 테슬라 역시 지난해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구독형 모델을 도입해 연간 안정적인 구독 수익모델을 확보한 바 있다. 향후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구독형 서비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기업들의 전략 역시 복잡해질 방침이다.
반면 이러한 구독형 서비스의 확산은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스트리밍 서비스만 해도 대부분 구독형 모델로 출시되며 일부 가정에서는 스트리밍 콘텐츠 서비스로만 매달 10만원 이상의 지출이 발생해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이에 더해 자동차, 식음료 등 일상과 맞닿은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에 대한 구독형 모델로의 전환은 고정 소비 금액의 급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줄줄 새어나가는 좀도둑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통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대형마트나 가게가 즐비한 미국의 쇼핑 문화 특성상 재고관리가 쉽지 않다. 게다가 최근 경기가 나빠지며 좀도둑들이 늘어나면서 그간 어느 정도 감안하며 비용으로 처리했던 절도비용이 기업들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 전국소매연맹(NRF)에 따르면 미국 소매매장의 절도로 인한 재고 손실이 2021년 100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미국 마트인 타깃은 소매 범죄 등으로 인한 재고손실이 2022년보다 5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타깃뿐 아니라 풋락커, 갭, 달러트리 등 품종과 가게 규모를 가리지 않고 좀도둑 문제는 기업의 큰 눈엣가시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 에릭 애덤스 시장은 “소매점 범죄를 종식시키겠다”며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시인하기도 했다. 지난해 소매가게 절도 민원이 45% 늘어나는 등 미국 최대 도시 중 하나인 뉴욕에서도 도둑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재고손실 방지 컨설팅인 잭 헤이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매업체의 80% 이상이 손실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응답자들은 좀도둑과 직원 절도로 46%가량 체포자 수가 늘었고, 훔친 물건 회수가 7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미국 상·하원 위원회에서도 법집행기관과 범죄집단 기소권한 강화를 통해 업계 지원에 나섰다. 관련 법 개정과 업계 경영진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월마트 미국 사업부 책임자인 존 퍼너는 “소매업체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지역공동체가 법 집행을 통해 이 문제를 다시 통제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매일경제 정치부 추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