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2017년 1만4966명에서 2021년 3만 17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당 기간 중 비만으로 인한 병원 입원 환자 비중도 병원 진료 환자의 약 5%나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만으로 인해 유발되는 질환으로 당뇨병, 고혈압, 이상 지질혈증뿐만 아니라 관상동맥질환(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며, 위장관계 질환, 통풍, 골관절염, 각종 비뇨생식기계질환, 암(유방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전전립선암, 대장암 등)의 위험도 커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할수록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질량지수(BMI)가 1㎏/㎡ 증가할 때마다 20%씩 높아지며 정상 체중보다 비만해지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5~13배 높아진다. 또한,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이상지질혈증의 위험이 2배 높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크다. 비만 단계가 진행할수록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고혈압이 동반될 위험이 남녀 각각 2.5배, 4배 더 높다.
이외에도 비만은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고혈압, 심부전, 폐색전증, 뇌졸중, 이상지질혈증 등 동반 질환에 의한 사망률과 관상동맥질환 자체에 의한 사망 위험도 높인다.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허혈성 뇌졸중의 위험이 64% 더 높다는 보고도 있다.
이혜준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비만클리닉 교수는 “최근 여러 연구에서 비만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25년간 추적연구 결과 비만으로 인한 남성 암 사망자는 약 14%, 여성 암 사망자는 20%였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한 추적연구에 따르면 대장암, 간암, 담도암, 전립선암, 신장암, 갑상선유두암, 소세포폐암, 비호지킨림프종 및 흑색종의 발생 위험이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만병의 근원이 되는 비만은 병원에서 전문의에 의한 체계적인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비만 치료 방법에는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의 생활습관 개선 치료, 약물 치료, 수술 치료가 있는데, 비만 치료를 위해서 비만의 정도 및 동반 질환 등을 확인하고 개별적인 맞춤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병원에서의 비만 치료를 위해 체질량지수와 허리 둘레를 측정해 비만 정도를 평가하고, 비만의 원인이 되는 각종 질환에 대한 검사를 시행한다. 또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동반 질환을 확인하며, 식이, 운동, 수면 등 생활습관, 스트레스, 우울 증상 등을 조사해 치료 전 건강 위험도를 평가한다.
이혜준 교수는 “비만 치료를 시작할 때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체중 감량 목표를 상의해 세우고 식이요법, 운동요법 및 행동 치료를 시행하며 필요에 따라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최근에는 다양한 약이 많이 출시돼 환자 개인에게 적합한 약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현재의 비만약은 펜터민으로 대표되는 큐시미아(Qsymia, Phentermine/Topiramate)와 주사제의 시작을 알린 삭센다(Saxenda, Liraglutide), 이 두 약이 주요 흐름을 이루고 있고, 그 외에 콘트라브(Contrave, Bupropion/Naltrexone), 제니칼(Xenical, Orlistat) 등의 약물이 있다”라고 말했다. 큐시미아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함으로써 식사량을 줄이는데, 현재까지 나온 약 중 체중 감소 효과는 가장 크지만 입 마름, 수면장애, 기분장애, 감각 이상 등의 부작용이 있다. 삭센다는 1일 1회 피하주사하는 약으로 음식물의 위 배출시간을 지연시켜 포만감을 증가하고 식욕을 억제하는데,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역, 구토, 변비 같은 소화기계 증상이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위고비(Wegovy, Semaglutide), 마운자로(Maunjaro, Tirzepatide)는 GLP-1(Glucagon Like Peptide-1: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 1)이라는 성분이 주가 되어 상부 소화기관의 운동 저하로 포만감을 유발하고 식욕을 억제함으로써 체중을 감소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르면 올해 후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한편, 체질량지수가 35㎏/㎡ 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30㎏/㎡ 이상이면서 비만 동반 질환을 지닌 환자가 비수술적 치료로 체중 감량에 실패하면 수술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비만 수술 치료는 병적 비만 환자가 체중 감량 및 감량된 체중 유지를 위한 유일한 치료법이며, 제2형 당뇨병을 포함한 비만 동반 질환의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김종원 중앙대병원 외과 비만대사수술클리닉 교수는 “국내에서 체질량지수 35㎏/㎡ 이상이거나 30㎏/㎡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며, “고도비만은 다양한 합병증으로 사망 위험이 큰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식이요법이나 운동, 약물 치료 등으로 체중 감량이 어려운 경우 수술적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대사수술에는 위소매절제술, 루와이위우회술, 조절형위밴드술 및 담췌우회술·십이지장전환술은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표준 수술이며, 기타 수술로는 축소위우회술, 절제루와이위우회술, 위소매절제술-십이지장회장우회술, 위주름형성술 등이 있다.
중앙대병원 외과 김종원 교수팀이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에서 취합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대학병원 및 전문병원에서 실시한 비만대사수술 건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에 가장 많이 시행되던 조절형위밴드삽입술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위소매절제술’은 점차 증가해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다.
김종원 교수는 “고도비만으로 진단된 환자의 경우 식이요법과 약물요법에 따른 고도비만의 치료에 조금이라도 반응하는 비율은 3% 미만에 불과하므로 수술적 치료가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치료법이다”라며, “연구에 의하면 고도비만 환자가 수술받을 때 사망률이 40% 감소하며, 특히 당뇨병에 의한 사망률은 92%,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59%, 암 사망률은 60%가 고도비만 수술로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