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풀 사이드에 앉아 발을 담근 채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4시간 반, 다낭 공항에 도착해 차로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호이안은 고즈넉했다. 한국의 일상에서 잠시 나와 머물게 된 이곳의 풍경은 돌멩이 하나까지 이채롭다. 호이아나 골프&리조트 내에 자리한 뉴월드 호이아나 호텔에 짐을 풀고 내려다본 메인 풀은 모처럼의 일상 탈출에 상징처럼 느껴졌다. 4㎞에 달하는 긴 해변의 풍광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이유다. 그렇게 뭔가에 이끌리듯 근 1년여 만에 수영복을 차려입고 풀 한쪽에 걸터앉았다. 아무도 없는 이국의 수영장에서 나 홀로 힐링이라니. 이 오롯한 감정이 싫지 않았다.
꽤 오랜만에 찾은 베트남은 팬데믹이 왔었나 싶을 만큼 북적인다. 어딜 가나 오토바이 배기음이 부다당 거리고 따르릉 대는 자전거 소리가 그 뒤를 따른다. 전기자전거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달라진 점이랄까. 경기도 다낭시라 불릴 만큼 한국인들에게 각광받는 도시 다낭에서 호이안으로 방향을 틀고 나서길 40여 분. 차창 밖의 풍경에 건물이 사라질 즈음 목적지인 ‘호이아나 골프&리조트’에 도착했다. 구시가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은 베트남 중부의 시골이다. 아니 시골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해안선이 자본을, 넓고 평평한 대지가 투자를 이끌기 전까진. 수년 전부터 해안선을 따라 들어선 리조트는 여행객들 걸음을 붙잡았고, 다낭에서 하루 일정으로 머물던 곳은 여행의 새로운 목적지가 됐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럭셔리 복합리조트인 호이아나 골프&리조트가 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이곳은 해안선이 아름답고 유명하다. 카누와 패들보드를 즐길 수 있는 리조트 앞 프라이빗 해변에 서면 아무리 시선을 멀리 둬도 해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리조트에는 단 하나의 숙소만 있는 게 아니다. 141개의 스위트룸을 갖춘 ‘호이아나 호텔&스위트’를 비롯해 지난해 7월 문을 연 476개 객실 규모의 ‘뉴월드 호이아나 호텔’, 330개 객실의 ‘뉴월드 호이아나 비치 리조트’, 2024년 개장 예정인 ‘로즈우드 호이안’까지 총 4개의 럭셔리 호텔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 지난해 11월 문을 연 ‘호이아나 레지던스(270개 객실)’를 합하면 숙박시설이 5개나 된다. 객실은 모두 5성급 시설을 자랑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가장 최근 개장한 호이아나 레지던스가 안성맞춤이다. 스튜디오 타입부터 3개의 침실을 갖춘 객실까지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데, 4인 조식 제공은 물론 무엇보다 실내 취사가 가능한 주방시설을 갖추고 있다. 색다른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리조트의 셰프가 객실에서 식사를 준비해주는 ‘셰프 온 콜(Chef on Call)’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식, 중식, 양식, 베트남식 등 원하는 요리를 선택할 수 있고 설거지까지 모두 해결해준다. 2인 기준 90달러부터 시작하는 가격도 솔깃하다. 리조트 내에 세계 각국 12종류 이상의 요리를 내는 10여개의 레스토랑이 자리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 럭셔리 호텔이라곤 해도 가격이 1만원대인 메뉴가 적지 않아 부담이 크지 않다. 리조트 2층에 있는 ‘일랑일랑 스파’에선 타이, 오일, 핫스톤, 발 마사지 등 다양한 종류의 코스들이 준비돼 있다.
140개 이상의 게임 테이블과 300개 이상의 게임시설을 갖춘 카지노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재미 중 하나. 멤버십 카드를 발급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는데, 번거롭더라도 한번 멤버십 카드를 발급받으면 카지노 출입뿐 아니라 레스토랑, 바, 풀 사이드, 골프클럽, 리테일숍 등지에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인피니티, 엘리트, 에센셜, 프레스티지 등의 회원 등급이 있는데 각각 20%, 15%,10%가 할인된다.
호이아나 골프&스위트가 힘주어 자랑하는 시설 중 하나는 단연 ‘호이아나 쇼어 골프클럽’이다. 벌써부터 한국 골퍼들의 방문이 빈번한 이곳은 골프 코스 설계의 거장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완성한 18홀 골프 코스를 갖추고 있다. 해변 바로 앞에 조성돼 때로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라운딩해야 하지만 글로벌 골프 산업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아시안 골프 어워즈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의 골프 리조트’, 골프클럽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최고의 골프 코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6000㎡나 되는클럽하우스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실제로 후반 15번 홀 그린으로 나서면 한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마주 서게 된다. 16번 홀에선 바다에 덩그러니 선 참섬(Cham Islands)의 풍광이 눈부시다. 굳이 리조트 밖으로 나서지 않아도 휴가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꽉 찼지만 그럼에도 나서겠다면 ‘호이안 올드타운’이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다. 비록 40도를 넘나드는 더위와 80%에 육박하는 습도를 이겨내야 하지만 야시장의 먹을거리와 나룻배에서 등을 띄우며 소원을 비는 경험은 그 모든 난제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차로 20여 분 거리의 이곳은 여행객들에겐 이미 유명한 핫플인데, 특히 형형색색의 간판과 네온사인, 소원 등이 연출한 밤 풍경은 이곳이 베트남이라는 걸 확실히 각인시켜준다.
이국적인 먹을거리도 대부분 가격이 저렴해 부담스럽지 않다. 달러를 베트남 화폐로 환전해주는 가게도 여럿인데, 공항과 비교하면 환율도 나쁘지 않다. 단 한 가지, 거리 곳곳의 발 마사지 숍에서 한국어로 “30분, 5000원”이라며 흥정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가격이 너무 싸거나 숍 내부에 마사지사가 보이지 않는 곳은 피하는 게 낫다. 자칫 초보자에게 몸(발)을 맡기면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을 경험한 후 다시 찾은 곳은 풀 사이드의 바로 그곳. 수영장에 들어서니 수건을 챙겨주고 풀 사이드 메뉴를 물어본다. 이번엔 베트남 맥주를 한 캔 주문했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4000원 남짓. 시원한 맥주와 햇볕에 달궈진 미지근한 수온이 묘하게 어울린다. 10m여 앞에서 가수 이효리가 타던 패들보드에 몸을 실은 홍콩 아저씨가 뒤뚱대며 중심을 잡고 섰다. 내겐 맥주 한 잔이, 그에겐 패들보드가 힐링이다.
리조트 내 조식은 뉴월드 호이아나 호텔 1층 아로마에서 뷔페로 제공된다. 베트남 쌀국수가 왜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건지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맛집이다. 별도의 수영장을 이용하고 싶다면 호이아나 호텔&스위트에 묵어야 한다. 이곳의 스카이풀 스위트에는 별도의 프라이빗 풀이 있다. 이 숙소에선 인피니티 풀도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오발탄과 미엔(Mien)은 마음에 쏙 드는 레스토랑이다. 국내에서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오발탄의 아는 맛은 베트남이란 분위기가 더해져 좀 더 진하고 고소하다. 베트남 수프와 누들, 디저트를 내는 미엔은 향과 맛이 강하지 않아 호불호가 덜하다.
안재형 기자
사진 출처 : 호이아나 골프&리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