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좋아하는 스타와 1:1 채팅하고, TV나 SNS에서 볼 수 없는 독점 콘텐츠를 보고, 굿즈나 콘서트나 뮤지컬 등 공연 티켓에 우선권을 부여받고, 좋아하는 스타의 멤버십 회원권을 구매해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아이돌, 스포츠선수, 유튜버 등 다양한 셀럽들과 소통할 수 있는 팬덤 플랫폼에 팬들이 몰려들고 있다. 팬덤의 활동 무대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기존에 여러 채널로 분산돼 이뤄지던 팬 활동들이 이제 팬 플랫폼으로 집중되고, 팬 활동 대부분이 팬 플랫폼을 통해 행해지는 추세다.
팬덤 플랫폼은 기업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가수, 배우 등 유명인들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팬 활동을 하는 온라인 공간을 말한다. 이곳에서 굿즈를 구매하거나 아이돌 등의 스트리밍 방송을 시청할 수 도 있다.
인수합병 끝에 귀결된 2강 체제
팬더스트리(Fandom+Industry, 팬덤을 기반으로 하는 엔터 산업을 지칭)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된다. 수익을 위해 팬덤 관리는 필수다. 과거 소속사 차원에서 진행되던 팬덤 관리의 예는 공식 팬클럽을 소속사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었다. 주 수익원은 팬클럽 회원 가입비다.
현재는 이러한 팬클럽이 하이브의 위버스, 디어유의 버블 등의 플랫폼 형식으로 발전했으며, 그 안에서 팬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이 다양해졌다. 플랫폼을 구분하는 주요 특징은 플랫폼 참여자들 간의 상호작용 가능 여부다. 예전 팬클럽이 아티스트와 소속사가 팬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일방적인 소통 창구였다면, 팬 플랫폼은 팬들이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이 가능한 쌍방의 소통 창구다. 뿐만 아니라, 기존 팬클럽이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카페를 기반으로 이뤄졌다면, 현재는 앱 형식의 플랫폼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해외 팬덤에도 접근성이 매우 높아졌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공략도 훨씬 수월해졌다. 실제 자동번역 기능 등의 도움으로 플랫폼의 해외 사용자 수는 국내 사용자 수 보다 높은 수준이다.
많은 팬덤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지만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곳은 2곳으로 추려진다. 먼저 방탄소년단과 뉴진스가 포진한 하이브의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Weverse Company)가 운영하는 ‘위버스(Weverse)’다. 2019년 6월 출시된 위버스는 ‘우리(We)’와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이름처럼 아티스트와 글로벌 팬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이며, 아티스트가 직접 남긴 이야기에 직접 반응하고 다른 팬들과도 소통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는 무료이나, ‘멤버십 단독 제공(Membership Only) 콘텐츠(음성, 동영상 등)’는 입점 아이돌의 글로벌 공식 팬클럽 멤버십에 유료로 가입해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팬클럽 정회원과 유사하게, 앨범 구매, 티켓팅(금액 할인 혹은 예매 기간 오픈), 굿즈 구매, 콘텐츠 공개일시 등에서 유료 회원들에게 우선권을 준다.
2017년 SM엔터가 설립한 디어유(구 에브리싱)는 2020년 2월 프라이빗 메신저 서비스 ‘디어유 버블’을 론칭했다. 디어유 버블의 수익모델은 월 구독형 유료 서비스다. 팬들이 소통하고 싶은 아티스트의 구독권을 사면, 아티스트와 채팅 형식의 소통이 가능하다. 아티스트는 전체 가입자에게 한 번에 메시지를 보내고, 팬들은 각자 아티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2021년 엔씨소프트가 선보인 유니버스는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프라이빗 메시지, 아티스트 소식 업데이트, 온·오프라인 이벤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차별화를 뒀다. 수익모델은 기본적으로 월구독형 멤버십 결제 서비스이며, 가격대가 베이식부터 1~70인권까지 다양하다.
가격대가 높을수록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많아진다. 멤버십 결제 외에 플랫폼안에서 게임 머니처럼 쓸 수 있는 유료 재화, 무료 재화를 묶어서 파는 패키지 상품도 존재했다.
유니버스의 서비스는 여러모로 버블과 유사했다. 다만 유명 기획사의 아티스트 외에 유명인 섭외에 집중했다. 서비스 영역이 겹친다고 생각한 디어유는 올해 초 유니버스를 인수하며 소속 아티스트를 흡수하고 서비스를 종료시켰다.
하이브 vs 카카오 2강으로 굳어진 생태계
혹자는 팬덤 플랫폼 경쟁을 네이버와 카카오의 대결로 묘사하기도 한다. 네이버와 협력한 하이브, 와이지엔터+위버스와 V LIVE의 통합 팬덤 플랫폼이 한 축. 카카오와 손잡은 에스엠+팬덤 플랫폼인 디어유+이와 엮인 JYP엔터테인먼트 구도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티스트를 보유한 엔터 업체에 주도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1년 방탄소년단은 네이버가 운영 중인 V LIVE에서 활동 중이었는데, 하이브가 자사 플랫폼인 위버스를 개발하면서 BTS가 V LIVE에서 이탈하게 됐다. 그 결과 트래픽을 대거 잃은 네이버가 V LIVE를 위버스에 양도했다. 그 대신 위버스의 지분 45%를 획득하게 됐다. 지인해 연구원은 “아마도, 네이버가 그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플랫폼을 다른 회사에 포기한 적은 처음일 것”이라며 “그만큼, 팬덤 플랫폼은 플랫폼의 IT 기술력, UI 구축 등의 기능보다는 어떤 스타가 활동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성공적인 IPO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팬덤 플랫폼을 인수해 시장에서 네이버와 견줄 만한 유명 아티스트 IP 기반의 플랫폼 통합화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3월 SM엔터 인수를 둘러싼 하이브와 카카오엔터의 경쟁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SM엔터의 자회사 디어유를 누가 가져가는가?’였다. SM엔터를 인수하는 기업이 디어유의 팬덤 플랫폼 ‘버블’까지 가져가게 되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국내 1위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를 갖고 있다. 시장 점유율 2위인 SM의 버블을 손에 쥐게 되면 독보적인 팬덤 플랫폼을 소유할 수 있었다. 카카오엔터는 독자적인 팬덤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SM엔터의 버블에 욕심을 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인수과정에서 불협화음은 지난 4월 14일 위버스에 에스엠 아티스트를 입점시키기로 합의하면서 해소됐다. 주요 내용은 에스엠 아티스트의 앨범, 굿즈가 위버스컴퍼니(위버스의 커머스)에서 판매될 수 있게 된 것이다. SM엔터의 아티스트는 디어유 버블과 하이브의 위버스 양쪽에서 활동하게 됐다. 다소 어색한 동거일 수 있지만 그만큼 양사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시장임을 추측할 수 있다.
지인해 연구원은 “위버스가 앨범, 굿즈, 콘서트 티켓팅을 하는 ‘소비’ 중심인 반면, 버블은 ‘소통’ 중심의 팬덤 활동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라며 “카카오·에스엠은 최대한 직접 보유한 팬덤 플랫폼인 버블의 기업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하이브와 협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지난 4월 10일부터 큐브엔터의 전체 아티스트가 버블에 입점 했는데, 그중 비투비는 위버스에서도 같이 활동하게 된다”라며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팬덤 플랫폼 수익성은 얼마나?
양대 포털과 내로라하는 연예기획사들이 팬덤 플랫폼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디어유 버블은 2020년 2월 출시 후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하는 데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디어유 버블의 유료 구독자는 올 1분기 기준 215만 명이다. 반면, 월간활성이용자수 (MAU)는 135만 명이다. 특이하게 MAU가 더 적은 이유는 한 명당 1.6명의 아티스트를 구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요 베이스로 디어유는 안정적으로 분기 영업이익 50억~60억원을 창출하고 있으며 기업가치는 약 1.2조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버블은 최근 모회사 SM을 인수한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버블과 카카오 메신저 ‘카카오톡’이 시너지를 내면 해외 진출에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위버스는 아직 전면 유료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진하다. 위버스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307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8.5% 늘었다.
다만 영업손실은 15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플랫폼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위버스컴퍼니에 따르면 올 1분기 위버스 평균 월간활성화이용자 수(MAU)는 936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3분기 연속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2분기 604만 명과 비교하면 약 54% 이상 증가한 수치다. 유저당
평균 이용 시간도 작년 2분기 월 162분에서 올 1분기 월 251분으로 55% 늘었다. 특히 올 1분기 위버스 1인당 평균 결제액(ARPPU)은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있었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도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위버스 측은 올해 9월까지 12팀의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도 위버스에 공식 커뮤니티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3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가 논의한 사업 협력의 일환이다. 또 하반기부터는 일본에 이어 미국 아티스트들이 위버스에 합류할 예정이다.
디어유와 같이 유료 구독형 서비스도 도입했다. 지난 5월 2일부터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유료 구독형 서비스인 위버스 다이렉트 메시지(DM)를 시작했다. 위버스 DM은 아티스트와 팬이 비공개로 대화할 수 있는 채팅 서비스다.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사용자경험(UX)을 구현했다. 올 3분기에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한데 묶어 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멤버십 서비스를 구독 형태로 출시하는 등 구독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새로운 멤버십 서비스는 글로벌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포함해 팬레터, 손글씨 서비스 등의 새로운 기능과 혜택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지인해 연구원은 “위버스 월 유료 구독자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수요인 MAU는 2022년 말 기준 840만 명으로 버블의 6배”라며 “팬덤은 경기를 크게 타지 않고, 로열티가 아주 높은 것이 특징으로 유료 구독자의 높은 전환율이 크게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또한 지연구원은 위버스의 성공적인 수익화 가정 시, 하이브 시가총액에 내재해 있는 위버스 플랫폼의 기업가치를 최소 3조원으로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