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IT·가전 전시회 중 하나인 국제가전박람회(IFA)가 2년 만에 개최된다. 업계에 IFA는 전 세계 바이어들과 경쟁사들을 한 장소에서 만나는 하반기 대형 행사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하면서 박람회 효과를 누리지 못했지만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 국내에서도 130여 개 기업이 참가할 예정이다.
9월 2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이번 IFA에서 삼성전자는 89형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와 네오 QLED 89형 4K 신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 단위 LED가 백라이트나 컬러필터 없이 스스로 빛과 색을 낸다. 현존 최상의 화질을 내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 출시하는 89형 제품은 지난해 초에 나온 110형 마이크로 LED TV에 이은 두 번째 가정용 TV 라인업이다. 89형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도 9월 중 양산에 들어간다. 100형 이하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로는 세계 최초 제품이다. 이르면 연말께 101형 제품까지 선보이며 마이크로 LED 라인업을 확대한다.
독일 베를린 ‘IFA2020’ <사진 연합뉴스>
마이크로 LED는 ‘QLED’와 함께 삼성 TV 사업을 이끄는 양대 축으로 꼽힌다. 그동안 상업용 제품 생산·판매에 집중했다면 라인업 확대와 생산 이슈가 해소된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B2C 영역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LED TV는 특히 깊이감 있는 생생한 색상, 한층 높은 선명도와 명암으로 놀라운 몰입감이 특징이다. 2022년형 마이크로 LED는 사이즈뿐 아니라 이전보다 선명해지고 더 밝아졌다. 20비트 마이크로 콘트라스트 프로세싱을 적용해 밝기와 색조를 100만 단계로 미세하게 조정한 덕분이다. 또 DCI(Digital Cinema Initiative) 기준 색 재현율과 어도비 RGB 색역도 100% 충족했다.
이와 더불어 선보일 네오 QLED 98형 4K 신제품은 주력 제품인 ‘네오 QLED 시리즈’ 중 가장 큰 사이즈다.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채용한 LCD TV로, 삼성전자의 독자 화질 엔진인 네오 퀀텀 프로세서 등 새로운 기술을 대거 도입했다. 지난해 첫 출시한 기존 98형 네오 QLED와 비교해 개선된 네오 퀀텀 프로세서와 인공지능(AI) 컴포트 최적화, 돌비 애트모스 기능 등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신제품 TV들은 새로 출시된 소프트웨어인 ‘삼성 게이밍 허브’를 지원할 예정이다. 삼성 게이밍 허브에서는 게임 애플리케이션(앱)과 ▲최근에 실행한 게임 ▲추천 게임 ▲게임 관련 동영상 ▲인기 신작의 트레일러 등 관련 정보를 하나의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사용자는 TV와 스마트 모니터 게이밍 허브를 통해 게임 선호도에 따른 콘텐츠를 별도 기기 연결이나 다운로드, 저장 공간의 할애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또 별도의 콘솔 게임기가 없는 사용자도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다양한 스트리밍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게임 패스(Xbox Game Pass) ▲엔비디아 지포스나우(GeForce NOW) 등이 있다. 단 게이밍 허브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국가별로 상이하다. 삼성전자는 연내 아마존 루나도 지원할 예정이다.
관람객들이 CES에서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를 감상하는 모습.
▶미니 LED와 초대형 OLED TV 격돌
또 다른 TV 명가 LG전자는 IFA 측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OLED TV 시장 강자로서 모습을 증명했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인 ‘올레드 97형’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IFA를 주관하는 독일 GFU(가전통신협회)가 OLED TV에 대해 “독일 TV 시장의 승자”라고 평가했다.
최근 GFU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독일 내 전체 TV 매출액은 16억유로(약 2조1400억원)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으나, OLED TV는 판매 증가 영향에 따라 전체 TV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대비 7%포인트 증가한 2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2021년 독일 OLED TV 매출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10억1000만유로(약 1조4000억원)로 처음으로 10억유로를 돌파했다며, 독일 내 OLED TV 판매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GFU는 “OLED TV는 대화면, 고화질을 원하는 고객의 트렌드를 충족하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OLED TV를 “독일 TV 시장의 우승자(gewinner im deutschen TV-Markt)”라고 표현했다.
유럽은 세계에서 TV가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판매량 2억1350만 대 중 23%가 유럽에서 팔렸으며 북미가 22%로 뒤를 이었다. 특히 유럽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구매력을 갖춘 소비층이 많아 OLED TV 판매도 가장 많이 이뤄지는 지역이다. 지난해 전 세계 OLED TV의 44%인 약 290만 대가 유럽 지역에서 팔렸다. 올해는 전년 대비 17% 늘어난 약 340만 대가 유럽 지역에서 팔릴 것으로 옴디아는 예측했다.
올해 유럽 프리미엄 시장 내 OLED TV 점유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옴디아는 올해 유럽서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 내 OLED TV 판매 점유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32%에 불과했던 1500달러 이상 시장 내 OLED 점유율은 올해 55%, 내년에는 66%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OLED TV 시장은 LG전자, 소니, 필립스 등이 이끌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유럽 OLED TV 판매 비중은 LG전자 65.8%, 소니 17%, 필립스 11% 순이었다.
LG전자의 신형 디스플레이 ‘리베로’.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OLED TV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 소멸과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TV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고소득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는 견고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1월 카타르 월드컵이 예정되어 있어 축구 열기가 높은 유럽의 TV 판매 반등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통적으로 TV 수요가 높은 나라들이 모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고, 특히 유럽 지역이 겨울인 만큼 추위를 피해 실내에서 TV로 경기를 관람하는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게이밍 모니터와 이동형 스크린도 공개
TV 외에도 IFA 현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요즘 주목받고 있는 ‘세컨드 스크린’의 미래 청사진도 제시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 현장에서 게이밍 모니터를 공개한다. 오디세이 아크는 ‘퀀덤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한 4K 화질의 55인치 게임 전용 모니터다. 1000R 곡률로 휘어져 게임 몰입도를 높인 것이 특징으로, 마치 우주선 조종석 같은 느낌을 준다. 오디세이 아크는 ‘콕핏 모드’로 화면을 세로로 돌려 사용할 수 있으며, 스크린 내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크기와 비율로 화면을 조절할 수도 있다. 55인치 대화면으로 최대 4개(세로 모드의 경우 3개) 영역의 화면 다중 분할 ‘멀티뷰’ 기능도 지원한다.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게임 이용자의 65%가 PC와 콘솔 게임을 동시에 플레이하고 이들의 게임기기 보유 수가 평균 2.8개에 달한다는 점, 대부분이 3개 이상의 게임을 주기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 ‘크로스 플랫폼’에 걸맞은 오디세이 아크를 내놓았다”고 했다.
오디세이 아크에는 ‘높낮이 조절(HAS)’, ‘상하 각도 조절(Tilt)’, ‘가로·세로 전환(Pivot)’ 등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적용됐다. 또 게임과 라이브 스트리밍 중계 시청 등 다양한 활동을 동시에 진행하는 최근 게이밍 트렌드가 반영됐다. 정 상무는 “게임 이용자의 94.8%는 멀티태스킹 경험이 있다”라며 “게임을 하면서 동시에 인터넷 서핑을 하며 게임 공략 방법을 찾아보거나 소셜미디어(SNS), 게임 스트리머 생중계 방송을 시청하고 채팅 및 친구들과 대화를 하는 사람이 게이머 중 절반에 육박해 이들의 니즈를 제품에 반영했다”고 했다.
삼성전자 신형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아크’.
▶TV 시장 불황 돌파 위해 기술력 승부
오디세이 아크는 4K 해상도에 165㎐ 주사율과 GtG(Grey to Grey·픽셀의 10% 음영 회색에서 90% 음영 회색으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 기준 1㎳(0.001초)의 빠른 응답속도를 지원하는 등 주요 게임 성능을 탑재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55형 게이밍 스크린으로 165㎐의 고주사율을 지원하는 것은 이 제품이 처음이다.
지난해 ‘스탠바이미’로 대박을 쳤던 LG전자는 올해 IFA에서는 또 다른 신형 디스플레이 ‘리베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로 디자인된 27형 모니터다. 사용자의 다양한 업무 환경 변화를 고려한 차별화된 디자인을 인정받아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제품 디자인 부문에서 본상(Winner)을 받았다.
메탈 소재의 일체형 스탠드는 원하는 장소로 모니터를 들고 이동하기 편리하다. 스탠드를 포함한 제품의 무게는 약 6㎏이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쓸 때는 위아래로 각각 5°, 10°까지 화면을 기울일 수 있는 틸트(Tilt) 기능을 지원한다. 27형 QHD 고해상도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색 왜곡 없이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전용 액세서리를 활용하면 파티션에 달력처럼 걸어 사용할 수 있어 공간 효율성도 높다. 마이크가 내장된 전용 웹캠과 2채널 스테레오 스피커 등을 갖춰 화상회의나 온라인 수업에 유용하다.
LG전자는 사무실 공간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도 노트북과 대화면 모니터를 연결해 여러 업무를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 작업을 하거나 별도의 장비 없이 원격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등 자신만의 최적화된 업무 환경을 구축하고 싶은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신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